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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트앤노이 Nov 05. 2018

거대한 우주 역시 그를 위한 장소에 지나지 않았다

퍼스트맨과 한 사람의 이야기

아마겟돈, 인터스텔라, 마션..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은 지적 호기심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가본 적이 없는 미지의 공간은 인간의 본성인 “탐구”와 맞물려 많은 영화 소재로 쓰였다. 

인간이 우주를 개척하는 이야기, 우주에서 날아오는 행성으로부터 우주를 지켜내는 영웅의 이야기, 우주에 고립되었지만 인간의 기술로 그 나름의 생활을 써 내려가는 이야기 등 많은 우주 관련 소재 속에서, 인간이 처음 우주로 나아가 발자국을 남긴 일화는 가장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가장 가능성이 있었고, 실제로 일어났으며, 인간의 역사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그 순간의 이야기가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아직 어린 영화감독의 손에서 다시 태어났다. 


우주개척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의 예고편으로 보았을 때, 그동안 만나왔던 우주 영화인 듯했다. 달에 가기 위한 수많은 시행착오와 그 과정에 대해 조명하는 영화일 거라 생각했지만, 실제 영화의 메시지는 그와 달랐다. (예고편은 인간의 “탐구”본능을 불러일으켜 흥행으로 연결시키고자 하는 홍보 차원의 예고편이라 생각된다.) 

어떤 기술을 사용해서 어떻게 달에 갈 것인지, 달에 가기 위해서 아이폰을 만들 기술 조차 없던 시대에 어떻게 노력했는지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아니다. 


이 역사적인 순간은 소련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해야만 했던 미국이 이뤄낸 역사적인 성과라고 볼 수도 있다. 역사상 최초의 달 착륙은 그를 국가의 영웅으로 만들어주었다. 미국을 위해, 미국의 우주 발전에 한 획을 긋기 위해, 그리고 더 나아가 전 인류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우주로 날아갔던 닐 암스르통. 어린 학생들의 학교 교과서나 위인전집을 통해 “닐 암스트롱 같이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라고 생각하게 되는 “국가적 영웅”의 프레임. “퍼스트맨”은 국가적 영웅의 프레임을 내려놓고, 보통 사람 닐 암스트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가족을 위해 일했고, 동료의 죽음을 지켜보며 두려움도 느꼈고,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그저 그의 일을 할 뿐이었다. 


달에 가겠다는 한 개인의 의지와 동기는 이런 거창한 외부적 동기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은 후반부에 가서 더 견고 해지는 듯했다. 그가 놓지 못했던 것, 놓아주어야만 하는 것을 그 우주에 놓는다. 아폴로 11호의 위대한 도전과 거대한 우주 위에 한 사람의 고뇌와 슬픔이 있다. 새까맣고 고요한 우주는 인간의 슬픔 아래, 그의 슬픔을 내려놓는 장소에 지나지 않는다. 그 장면에서 영화가 한 사람의 생각과 내면을 조용히 따라왔음을 느끼게 해 준다. 


정말로 대단했어요, 라이언 고슬링!


라이언 고슬링은 얄쌍한 얼굴형 탓인지(?) 외모에서 중압감이나 분위기가 돋보이는 배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바로 이전 영화에서 만난 라라랜드에서 “이런 면모가 있네?”라고 생각했던 게 전부였는데, 퍼스트맨의 그는 또 라라랜드의 그와 다르다. 퍼스트맨에서 그는 내면을 드러내는데 전혀 막힘이 없었고, 영웅이 아닌 한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내야만 하는 과제에 성공했다. 눈빛 하나로 분위기를 바꾸는 배우들을 보며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는데, 눈빛, 말투, 아무튼 그의 모든 연기는 미묘한 차이로 영웅이 아닌 한 사람을 연기해내었다. 


"영웅" 이기전에 한 사람


며칠 전, 알쓸신잡에서 논개에 씌워진 국가주의 프레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적장을 끌어안고 투신한 그녀의 이야기는 존경과 칭송을 받을 만한 일임에는 당연하지만, 그녀의 감정과 생각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관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국가주의의 프레임을 벗고 한 “인간”으로의 논개를 재해석한다면 어떨까 하는 것이 토론의 소재였다. 

퍼스트맨은 그런 관점에서 한 사람을 다시 그려내었다. 우리는 그런 관점에서 우리가 알아왔던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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