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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트앤노이 Oct 20. 2020

가을 낙엽 사이로 직장인들이 걸어 다닌다

오후 12시 30분, 그들 사이를 지나간다

오후 12시 30분, 가을 낙엽 사이로 직장인들이 걸어 다닌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점심을 먹으러 가거나, 이미 점심을 먹고 나와서 커피를 마시러 가거나.

예전엔 나도 저들 무리 중에 한 명이었을 텐데, 묘한 감정이 샘솟는다.


일주일에 5일은 회사에 매어있으니,

지금 시간이라도 이 가을 햇살과 붉게 물든 풍경을 즐기려는 듯했다.

몇몇의 발걸음은 설레어 보였고,

몇몇의 발걸음은 회사 생활로 조금 피곤해 보였다.


이미 점심을 먹고 나와서 커피를 마시러 간 이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건물 아래 카페 앞에 줄을 쭉 서서, 커피를 주문할 차례를 기다린다.

짧은 찰나이지만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했다.


긴 줄이 언제 끝나는지를 생각할까

점심 이후 시작해야 될 업무에 대해서 생각할까

퇴근하고 뭐 할지 생각할까

아무도 모르는 가족 이야기, 개인의 비밀 같은 이야기를 생각할까

어떻게 하면 이 가을에 회사에서 일하지 않을 수 있을지 생각할까

평일 점심에 여유롭게 거리를 거니는 나 같은 사람을 보고, 저 사람은 무슨 일을 하기에 평일에 저렇게 여유롭게 다니는가 생각할까


생각해보니, 나도 이전에 했던 생각들이었다.

일하는 것이 힘들어서 붉게 변한 가을을 볼 생각도 못 하고

빨리 커피 주문하고 받아서 들어가서 일해야지, 그래야 야근 안 하지. 그런 생각들


한 발짝 물러나서 지켜보니

굳이 그렇게 생각에 힘줘서 지낼 필요가 있었나 싶다.


한참을 지켜보다가 그들이 그저 이 1시간 남짓의 시간에는

가을 냄새도 충분히 맡고, 가을 낙엽도 충분히 밟고, 계절이 바뀌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돌아섰다.


+ 가을 낙엽 사이의 직장인들, 파 이 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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