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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트앤노이 Nov 15. 2020

엑소시즘을 잘 담아낸 괜찮은 영화

더 라이트: 악마는 있다 

더 라이트: 악마는 있다 The Rite (2011)


오컬트 장르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적ㆍ초자연적 현상을 주제로 한 영화들은 개봉할 때마다 저의 마음을 두근두근하게 합니다. 오컬트 영화의 다양한 주제 중, 제가 특히나 좋아하는 주제는 “선과 악의 대립, 신부와 악마, 퇴마, 엑소시즘” 쪽인데요. 아주 먼 고대로 올라가는 악마의 기원, 제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라틴어, 구마 의식 등 엄청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소재들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엑소시스트>, <검은 사제들>, <컨저링>과 같은 계통의 영화가 저의  최애 영화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이들 영화와 같은 계통의 영화, <더 라이트 : 악마는 있다(The Rite)>를 리뷰해보겠습니다. 

장의사인 아버지의 일을 그대로 물려받기 싫은 마이클은 이 일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신부”가 되는 길을 선택, 신학교에 입학합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가 여겨 그만두려다가, 엑소시스트 양성과정에 참여해 본 후 결정하라는 권유를 받고 로마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그는 실제 엑소시스트로 활동하는 루카스 트레벤트 신부를 만나게 됩니다. 신에 대한 믿음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그는 악마에 씐 소녀를 퇴마 하는 루카스 신부에게 정신의학을 이야기하는 등 의구심을 드러내지만,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일들을 겪게 되며 “믿지 않음”에 대한 자신의 신념에 혼란스러워합니다. 그리고 결국, 그는 악과 마주하게 됩니다. 


2011년에 개봉한 영화(무려 9년 전)인데, 영화관에서 아주 재밌게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두운 분위기, 악마를 상징하는 메타포들, 악과 대비되는 성스러운 바티칸의 모습 등 신비스럽되 오묘한 느낌을 모두 담고 있는 취향 저격 영화 그 자체였습니다. 평론가분들이 다소 낮은 평가를 주셨다 하더라도, 많지 않은 오컬트 영화들 속에서 이 정도의 퀄리티와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고 느꼈습니다. 바티칸의 비밀 의식을 다룬 매트 바글리오의 논픽션 소설 <더 라이트:현대 퇴마사를 만들다>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 더 흥미롭습니다. 현재 넷플릭스를 이용하신다면, 넷플릭스에서 바로 보실 수 있네요! 



안소니 홉킨스, 대 배우의 존재감이란!

주인공인 루카스 트레벤트역의 안소니 홉킨스는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다 보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마치 모건 프리먼처럼요!) 더 라이트에서는 예수회 소속의 신부로서, 부드럽고 인자한 모습의 신부님들보다는 자유롭고 강한 이미지의 신부를 연기했습니다. 악마를 상대해야 하는 엑소시스트로서 안소니 홉킨스가 연기한 루카스 신부는 신의 대리자라는 느낌보다는 신이 보낸 전사의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연기 경력이 오래된 관록의 배우인 만큼, 그는 정말 “신부님”같습니다. 말투나 눈빛, 제스처 등 어느 하나 어색한 것이 없죠.


영화의 사건들이 로마에서 벌어지는 일인 만큼, 방대한 양의 이탈리아어를 연기해야 했던 그는, 이탈리아어와 라틴어 대사들을 녹음테이프로 만들어 약 400번가량 반복해서 들으며 연습했다고 합니다. 고령의 나이이지만, 이런 노력이 그를 세계적인 배우 반열에 올려놓았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의 경력을 베이스로 한 듯, 2019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두 교황>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역을 찰떡같이 소화합니다. 일정 부분은 더 라이트의 루카스 신부의 모습이 그대로 보이기도 하는데요~ 더 라이트의 대사 중간중간 배우가 헛기침을 하는 듯한 소리를 내고는 하는데, 두 교황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전 이 헛기침 같은 소리가 각 배역의 관록을 드러내 주는 듯해서 듣기가 좋았습니다. 글로 표현이 잘 안되네요 ㅠ ㅠ 두 교황에서의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이 “미쳤다!”였습니다. 며칠 전 두 교황 리뷰를 발행하였으니 관심 있으시다면 봐주세요~!)


감상 포인트 1. 상징의 해석

악마를 상징하는 팔찌(우) / 바알의 모습(좌 @ wikipedia)

더 라이트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악마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극 중 악마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팔찌, 개구리, 문신, 고양이, 악마 바알 등 여기저기 등장하는 상징들이 어떤 의미인지 찾아보시면 영화가 더 재밌을 것 같습니다. 바알의 경우 고대 농경의 신으로 숭배받았으나, 어느 순간 이 숭배가 도를 넘어서자 유대교에서 이 신을 악마로 격하했다고 합니다. 루카스 신부의 집 마당에 모여있는 고양이와 우물 속의 개구리 또한, 바알이 고양이와 개구리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설정이라고 합니다. (악마는 사실 모든 선의 타락에서 비롯되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바알 역시 신의 한 부류였군요..)


감상 포인트 2. 마이클 신부(부제)의 믿음의 성장

하느님에 대한 부족한 믿음을 보여주는 마이클 신부(부제)의 성장 과정 또한 흥미롭습니다. 마이클 신부가 바티칸으로 가게 된 일련의 사건, 로마에서 겪는 악마와 관련된 일들, 마이클 신부의 믿음의 부재를 상징하는 빨간 눈의 노새 등 시간의 흐름에 따른 그의 믿음의 성장과 다양한 상징들이 어우러져 지켜보는 재미가 있답니다. 특히나 구마 의식 중 그가 “악을 믿기에 신을 믿는다”라고 내뱉은 말에서 저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도 느꼈습니다. 


감상 포인트 3. 구마 의식

다양한 오컬트 영화에 등장하는 구마 의식은 극의 긴장감을 최고로 끌어올리며 공포감을 극대화하는데요. 더 라이트의 구마 의식 또한 그렇습니다. 특이한 점은 마이클 신부가 로만 칼라의 사제복도 입지 않고 구마 의식을 진행하며(심지어 그는 신부님도 아니고, 아직 부제 단계이죠.) “믿음”은 세상이 만든 조건이나 기준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 아닌, 오로지 내면에서 발현됨을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악마에 씐 안소니홉킨스의 연기도 두 말할 것 없이 훌륭합니다.


몇 년 전, 가톨릭 사제를 화두로 한 다양한 영화나 드라마들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참 재밌게 보았던 <손 the guest>, 사회문제를 코믹하게 풀어나갔던 <열혈 사제> 등 베일에 싸여있었던 영역들이 참신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대중에게 각광받았었죠. 그때 즈음부터 가톨릭과 관련된 영화, 엑소시즘을 다룬 영화들이 우리나라에서도 좀 더 빛을 발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ps. 추천해 주시고 싶은 오컬트 영화가 있으시다면 댓글로 공유 부탁드립니다. :-)


주관 가득 별점 : ★★★

- 오컬트 영화, 퇴마를 주제로 한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충분히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안소니 홉킨스 신부 연기의 절정인 넷플릭스의 <두 교황>도 추천드립니다. 


*이미지 출처: <더 라이트>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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