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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행 Jun 13. 2023

내 나이 36, 아직도 혼자인 이유

결혼할 수 있을까...?

오늘도 나는 여행 중. 

점점 날이 뜨거워져 그리 멀리, 오래 돌아다니지는 못하고 여주 금은모래강변공원을 찾았다. 


시민들이 캠핑을 하러 애용하는 곳인 듯 보였고 캠핑을 하지 않더라도 가족들, 연인 그리고 친구들끼리 즐거운 한 때를 보내기 좋은 공간인 듯했다. 

신륵사뷰

느긋하게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 틈을 걷다 보니 엄마가 말했다. 


"의외로 나이 지긋한 남자들끼리 여행을 많이 다니는 거 같아"


실제로 여행을 다녀보면 부부 동반도 많지만 우리 아빠 뻘 되는 아저씨, 할아버지들끼리 여행을 다니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 


그런데 우리 아버지는 놉. 친구들끼리 어디 간다는 걸 못 들어본 듯하다. 뭐 당구장 정도...? 그것도 친구들과 함께가 아닌, 당구장에서 새로운 사람들 만나 당구 치는 정도라고 들었다. 


"아빠는 왜 친구들이랑 안 다녀?"


엄마가 내 물음에 답했다. 


"아빠 친구들은 골프 치러 가자는 이야기 밖에 안 한다던데. 근데 아빠는 골프가 재미없으니까 안 가는 거고. 그러니 뭐 자연스럽게 친구들이랑 어디 가는 경우가 없는 거지."



친구 혹은 가족, 혹은 연인은 그렇다. 취미가 맞아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법이다. 그런데 나와 취미가 맞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삼십몇 년을 나만의 삶을 그리며 살아왔는데 또 다른 삼십몇 년(혹은 사십몇 년) 산 사람과 취미가 완벽하게 일치하길 바라는 건 당연히 쉽지 않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취미가 아예 다르면? 내 기준 좋지만은 않을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걸 같이 나누고 싶은 게 가족이고 친구고 연인 아닌가. ('취미가 다른 사람이 이상형이야!'라고 하시는 분들, 이 부분에 있어선 취향존중이다. 나는 그렇다는 것이니 오해 마시길 바란다)


그런 점에서 나는 지금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너무 잘 맞는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와 여행을 사랑하는 엄마아빠. 지독한 방탈출 러버인 나와 누구보다 방탈출에 진심인 친구들. 


그런데 연인은?



연애랑 거리두기 하며 살아온 지 오래,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나만의 취미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소위 '취미부자'라고 할 정도로 난 취미가 많은 편이다. 그런데 그 취미가 좀 마니아틱 하다는 게 흠이랄까. 


누구 말에 의하면 '내가 돈을 내고 자발적으로 갇혔다가 풀고 나오는' 방탈출을 좋아하고, 문화재와 그 앞에 있는 설명서라면 환장하는 역사+문자 덕후이기도 하다. 이밖에 등등등.


이런 취미를 공유할 누군가를 만나기란...? 육십몇 년을 산 아버지조차도 자신의 '친구들'과 취미가 달라 시간을 함께 보내지 않고 있는데. 나는? 나와 함께 이런 시간을 보내줄 사람을 찾을 수나 있을까?


아빠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내가 아직까지 결혼도 안 하고 혼자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다. 그놈의 취향. 취향 좀 다르면 어떻다고 이리도 고집을 피우는지. 


어쩌면 하늘에 별따기일 수도 있는 '나만의 완벽한 이상형 만나기', 그래서 나는 혼자인가 보다. 아마도 계속 혼자일 듯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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