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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풀잎 Feb 17. 2017

책 리뷰 <모든 요일의 여행> 김민철

내가 꿈꾸는 여행


싹 22기 동기들과 함께하는 여행책 읽기를 통해
두 번째로 읽게 된 여행책.

이런 좋은 책을 그동안 몰랐다는 게 민망할 정도로 내 마음에 쏙 들었다.

내가 지향하는 스타일의 여행책.
여행 정보보다는 여행하면서 느낀 점을 솔직히 담은 에세이집.
그저 여행에서의 에피소드를 줄줄이 나열하는 게 아니라
저자만의 생각들과 느낌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책.

특히나 카피라이터인 저자 김민철 님의 솔직담백 한 글솜씨가 맘에 쏙 들고,
여행을 대하는 그녀의 자세와, 그녀의 남편 성향이
나와 나의 남편의 성향과 비슷해서 무척 공감하며 읽었다.
다만 나는 그녀만큼 글솜씨가 없다는 게 좀 슬프다면 슬픈 이야기...ㅋㅋ

중간중간 그녀가 인용한 다른 작가들의 글이 많았는데
그녀의 평소 독서 스타일을 알 수 있어 좋았다.
역시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는 듯.


책 속에 인용된 구절들

"모든 행복은 우연히 마주치는 것이어서 그대가 길을 가다가 만나는 거지처럼 순간마다 그대 앞에 나타난다는 것을 어찌하여 깨닫지 못했단 말인가. 그대가 꿈꾸던 행복이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해서 그대의 행복은 사라져 버렸다고 생각한다면-그리고 오직 그대의 원칙과 소망에 일치하는 행복만을 인정한다면 그대에게 불행이 있으리라"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모든 요일의 여행 p48)

"당신이 누구든, 얼마나 못났든, 당신이 보여주고 싶어 하는 당신을 나는 사랑한다. 나는 당신이 들려주는 말들을 사랑한다. 그게 거짓투성이여도 상관없다. 당신이 보여주고 싶어 하는 당신을, 나는 당신이라고 부르려 한다. 당신이 들려주는 말들을 진심이라고 여기려 한다. 왜냐하면, 당신이 믿고 싶어 하는 것을, 내가 함께 믿고 싶기 때문이다."김소연 <시옷의 세계> (모든 요일의 여행 p112)
-- What's your favorite? 이 질문으로 누군가의 선택을 믿고 따라가 보는 여행을 해보자.

"모든 것을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처럼 오랫동안 머뭇거리며 바라보는 것" 니코스 카잔차키스 <스페인 기행> (모든 요일의 여행 p210)

책 속 인상적인 구절들

이 음식이, 이 햇살이, 이 공기가, 이 나른함이, 이 매혹이
그러니까 마주치는 이 모든 것이 일상이 되면 어떨까 상상해본다. p54

집 나가면
몸이 고생이다.

하지만 집을 나가지 않으면
마음이 고생이다.

적당한 방황과
적당한 고생과
적당한 낯 섬이 그리워
수시로 끙끙 않는
마음을 가졌다.

어쩌다 보니
여행자의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p69

매일 그곳에서도 해는 뜨고 졌을 텐데
그곳의 해라고 다르진 않았을 텐데

해가 뜨면 아침이라는 사실에,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에 짜증을 냈다.

해가 지면 집에 갈 생각에,
매일 반복되는 그 생각에 집착했다.

같은 해가 이곳에도
뜨고
진다.

나는 넋을 잃고
풍경 저 끝에서 이 끝까지
카메라를 들고 뛰어다닌다.
마치 해 지는 걸 처음 본 사람처럼.

그곳과 이 곳은 다른 해가 아닌데
그곳과 이 곳에서의 내가 너무나도 달라
해도 달도 별도 다르게만 보인다.

그곳에서도 잠깐이라도
여행자로 살 수 있다면,
퇴근길 1분이라도
출근길 1분이라도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
잠깐이라도
행복한 내가 될 수 있다면. p138

-- 여행 중에 만나는 모든 것은 왜 그렇게도 특별하게 느껴지는지. 하루 종일 뭘 하고 뭘 먹었는지까지도 세세히 기억하는 여행에서의 하루하루. 그런데 왜 일상에서는 어제 뭘 했는지도 기억하지 못하는지.
일상을 여행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무용하고 싶지만 무용한 시간을 견딜 힘이 우리에겐 없는 것이다. p160
-- 일상에서도, 여행에서도 무용하고 싶지만 무용한 시간을 견딜 힘이 없다. 시간을 유용하게 쓰지 못하면서 무용함에 대한 죄책감으로 휩싸여 있는 하루들. 일상에서도 여행에서도 무용함을 누려보자.

내가 내 욕심에 지쳐 방황을 할 때,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고 남편이 알려주었다. 와 그건 한 번도 생각 못한 건데,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니. 거길 안 가도 된다니. 여기까지 와서 그래도 된다니. 새로운 여행의 문이 열린 건 그때였다. p183
-- 8~9년쯤 전. 은아 언니와 태국-캄보디아 여행을 간 적 있었다. 그때 태국 후아힌에서 저녁에 심심해서 호텔 앞 시장 구경을 가자고 했더니 언니가 그랬다. "여행 왔다고 이 곳에 있는 걸 다 봐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 호텔에서 좀 쉬자." 그땐 그 말이 너무 이해가 안 됐다. 여기까지 와서 왜? 시간이 남는데 왜? 호텔 침대에 누워 우아하게 원서로 된 소설을 읽는 언니를 보며 신기하게 생각했었는데.... 언니는 이미 그때부터 여행 고수였던 것이다. 나에겐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나도 그런 여행 하고 싶다.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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