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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풀잎 Mar 09. 2017

르누아르 - 아름다움을 그리다

<르누아르의 여인> 전 in 시립미술관

                                                                                                                                                                                                                                                                                                                                                          2017.2.28 


방학을 맞아 서율이와 단 둘이 미술관 나들이를 했다. 
서율이는 어린이 전시체험을 신청해서 거기에서 90분간 체험하고 나는 혼자 전시를 둘러볼 수 있었다.
마침 서율이 체험 시작시간과 도슨트 시간이 맞아서 부랴부랴 입장해서 도슨트 듣기 시작.
그런데 작은 공간에 설명 들으려는 사람은 엄청 많고 그 와중에 설명하시는 분은 마이크도 없어서 잘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도 못 들으면 아쉬울 거 같아서 열심히 귀 기울여 들었다.

내가 좀 늦게 합류해서 처음 들은 설명이 바로 이 그림 설명이었는데...

그림 사진은 서율이 워크북을 찍었다 


'데데'라고 불린 이 여인을 그린 그림이었다.
이 여인에 대한 사연이 재밌었는데
르누아르를 존경했던 마티스가 르누아르의 평소 그림에서 자주 등장하는 여인의 이미지와 잘 맞는 여자를 알게 됐다며 르누아르의 모델로 추천했다고 한다. 
그래서 인연이 된 이 아가씨는 르누아르의 모델로 오랫동안 활동했으며 르누아르 사후 그의 아들 장 르누아르와 결혼해 배우가 되었다고 한다. 영화감독인 장이 자신의 아내를 배우로 만들기 위해 영화감독이 되었다고 했다는? ㅋㅋ

이번 전시회에선 장의 모습을 그린 그림도 볼 수 있다. 
바로 이 그림!

가브리엘과 장

 

가브리엘은 르누아르의 아내 알린의 오촌 동생이었는데 이 집에서 보모로 아이들을 돌보며 생활했다고 한다. 
르누아르는 가브리엘이 아이들을 돌보는 모습에서 모성애를 보았고, 가브리엘은 수많은 그림들의 주인공이 되었다고 한다. 


나는 특히 이 그림에서 가브리엘의 모성애가 잘 나타난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그림.

르누아르는 

모성애는 보모인 가브리엘에게서 포착하고 

여인으로서의 아름다움은 자기 아내 알린에게서 느낀듯하다.


아내는 아이들과 함께 있는 그림은 없고 
개와 함께 예쁘게 앉아 있는 모습이 담긴 그림이 왔다. 


예쁘게 차려입고 꽃이 달린 모자를 쓰고 
꽃을 꺾어 쥐고 있는 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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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누아르의 유명한 그림들 (이번 전시에는 안 왔지만)을 보면 알린은 항상 예쁘게 웃으며 놀고(?) 있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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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었던 개와 함께 있는 알린의 그림을 보면서 
나는 르누아르는 인물화를 많이 그렸지만 오히려 이런 풍경화(속에 인물이 있는)가 더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물을 타이트하게 그린 인물화들에서는 약간의 부자연스러운 표정과 눈빛이 많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의 메인 그림인 모자 꾸며주는 소녀들부터, 위에 설명한 장의 얼굴까지 약간 눈코 입이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든다. 



이 언니도 약간 눈과 입이 어색ㅋㅋㅋ


그래서 나는 풍경화가 더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 전시의 주요 작품으로 꼽히는 이런 작품.
르누아르의 따뜻한 색감이 풍경에서도 돋보이고 

그가 그리고 싶어 했던 여인의 아름다움과 예쁜 장식들도 충분히 보인다. 


그는 여인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며 하나님이 여자를 만들 이 않았다면 자신은 화가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림들을 보다 보면 여인들의 외형적인 아름다움 뿐 아니라, 모성애와 같은 내면의 아름다움까지도 느껴진다. 


그리고 재밌는 것은 그는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여러 가지 장식들(특히 모자 장식), 꽃 같은 것들을 좋아했던 것 같다.
나 역시 그 시절의 멋진 드레스와 장식들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런 내 마음에 쏙 든 작품이 있었으니..

풍성한 모자와 드레스가 정말 아름다웠다.

전시장 초입에 르누아르의 사진들과 당시 전시장의 풍경이 담긴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 전시장 사진 중 한 장은 1905년, 그리고 한 장은 1920년의 전시 모습이었다.

그 사진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번 전시에 전시된 작품들이 그 사진 속에 있었다. 
100년 전 그 모습 그대로 우리 눈 앞에...

새삼 아름다운 작품들을 잘 보존하고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들을 책으로, 사진으로 볼 수도 있지만
직접 본 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세계인 거니까.
마치 100년 전 그곳 전시장을 거닐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감사했다.

포토존에 그 사진들로 벽이 꾸며져 있다


전반적으로 작품이 많지는 않았는데
나름 이런저런 생각하면서 재밌게 관람했다. 


르누아르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그림들을 만나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 
혹시나 많이 알려진 그림들을 찾으시는 분들은 실망할지도 모른다. 
오히려 더 유명한 <피아노 치는 소녀들>은 예술의 전당 <오르세 미술관 전>에서 볼 수 있었는데 엊그제 끝났다. 

그나저나
우리나라 전시장은 왜 이렇게 어둡게 되어 있을까. 유럽과 미국 등 수많은 미술관을 가보았지만 한 번도 어둡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오히려 자연광이 들어오는 곳에서 그림을 본 적도 많았는데...
우리나라 전시는 왜 그렇게 하는 걸까.
궁금하다. 


#르누아르전 #르누아르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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