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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풀잎 Apr 13. 2017

조남주 소설<82년생 김지영> 리뷰

내 이야기이면서 내 친구의 이야기...바로 우리들의 이야기

 6살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인 나는 오늘.

따뜻한 봄날
미세먼지가 무색하게 활짝 핀 꽃들을 보며
숨을 맘 편히 쉬지도 못하면서
눈부시게 예쁜 꽃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나는 무려 5000원이 넘는
스타벅스 아이스카페라떼를
남편이 벌어온 돈으로 사서 마시며
우아하게 소설을 읽는.  
맘충(<82년생 김지영> 속의 표현에 의하면)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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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2시간 만에
이 소설 한 권을 다 읽고 한숨과 눈물만 나왔다.

너무 내 이야기라서. 너무 내 고민들이라서.
내 주변에 김지영들이 너무 많아서.

아이를 낳고 일을 그만둔 수많은 주변 친구들과 매일같이 하던 하소연들을 소설 속에서 그대로 볼 수 있었다.
내가 덧 붙이고 뺄 것도 없이 그냥 그 자체로 우리의 이야기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많은 아빠들이 이 책을 읽고
아내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보기를.
많은 정치가들이 이 책을 읽고
현실적인 정책들을 만들어주기를.
많은 여성들이,
많은 남성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____________아래는 특히 공감됐던 문장들__

주어진 권리와 혜택을 잘 챙기면 날로 먹는 사람이 되고, 날로 먹지 않으려 악착같이 일하면 비슷한 처지에 놓인 동료들을 힘들게 만드는 딜레마. P139

김지영씨가 능력이 없거나 성실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그렇게 되었다.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기고 일하는 게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듯,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는 것도 일에 열정이 없어서가 아니다. P145

전업주부가 된 후, 김지영 씨는 '살림'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이중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때로는 '집에서 논다'고 난이도를 후려 깎고, 때로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고 떠받들면서 좀처럼 비용으로 환산하려 하지 않는다. 값이 매겨지는 순간, 누군가는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겠지. P149

낮 시간 강좌들은 대부분 취미반이거나 독서, 논술, 역사 지도사 같은 어린이 대상 강사 자격증 준비반이었다. 여유가 있으면 취미 생활을 하고 여유가 없으면 내 애든 남의 애든 가르치라는 건가.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관심사와 재능까지 제한받는 기분이었다.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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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김지영이 그랬듯
우리나라에서 여성들이 아이를 키우며 일을 지속하기는 힘이 들고,
그렇다보니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돌보는 여성들이 많고, 아이가 좀 커서 기관에 맡기게 되어 다시 일을 하려고 하지만 이미 경단녀가 되어 있는 현실.
경단녀가 되고나니 이전처럼 일하긴 쉽지 않고 뭘 하면 좋을까. 우린 뭘 하고 살아야하니? 라고 만나면 서로 묻는 경단녀들.

그런데. 조남주 작가는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도 훌륭하게 전업을 해낸 것.
멋지다.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소설 마지막 부분에 정신과 의사가 하는 이야기. 나도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아내는 여전히 초등 수학 문제집을 풀고 있고, 나는 아내가 그보다 더 재밌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 그거밖에 할 게 없어서가 아니라 그게 꼭 하고 싶어서 하는 일. 김지영씨도 그랬으면 좋겠다.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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