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여행지로 인도하는 마법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

by 초록풀잎

내가 어렸을 땐 다들 책받침이란 것을 사용했다.

공책에 받쳐서 사용하는 딱딱한 판같은 물건. (지금도 사용하는지 궁금-.-;;)
당시 책받침엔 여러 가지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기도 했고,

중고등학교 때는 거의 연예인 사진을 코팅한 것을 이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초등학교 때였을 것이다.
우연히 문방구에서 발견해 마음에 쏙 들어 구입한 나의 책받침에는 귀여운 여자 아이 캐릭터와 한 도시의 지도가 예쁘게 그려져 있었는데, 여자아이가 그 도시의 주요 명소들을 둘러보는 모습이었다.


에펠탑, 몽마르트르 언덕, 개선문.....

그렇다.

그 지도는 '파리'의 지도였다.

여자아이가 에펠탑에도 갔다가 몽마르트르에도 갔다가 개선문에도 가는 그런 스토리가 담긴 책받침.


요즘에야 어릴 때부터 해외여행을 하는 아이들도 많고, 책을 통해서 TV를 통해서 해외 유명 지역과 건축물 정도는 다 알지만..... (다섯 살 서율이도 에펠탑은 안다. 파리바게트 덕분에.ㅋㅋ)

나는 그때 에펠탑이란 것을 처음 알았다.

그 책받침에는 에펠탑과 몽마르트르 언덕의 성당과 개선문이 귀엽게 그려져 있었는데, 그 일러스트가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나는 그 책받침을 좋아해서 항상 들여다보았고 막연하게 언젠가 파리라는 곳에 가서 이 에펠탑과, 몽마르트르와 개선문에 가봐야겠다고 꿈을 꾸곤 했다.

그리고 나는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후에 결국 파리에 갔다.

%EC%85%80%EC%B9%B4DSC04648.JPG?type=w773 2006년에 처음 만난 예펠탑
DSCN5055.JPG 개선문 앞엔 항상 사람이 많다
SANY0285.JPG 몽마르뜨 언덕의 성당


유럽 여행 중에 일정이 꼬이는 바람에 파리 일정이 길어져서

에펠탑을 보고 또 보고, 낮에 보고 밤에 보고, 올라가 보고, 올려다 보고, 개선문에 올라가서 보고.....

그렇게 보고 또 봤다.

그리고 그 유럽여행 5년 후 엄마와 다시 파리에 또 가서

보고 또 보고... 유람선에 타서도 보고.
그렇게 또 보고 또 봤지만 여전히 좋았다.

어릴 적 꿈꾸던 그만큼 아름답고, 신비로웠다.


그렇다.
나에게는 책받침이 나를 여행지로 인도하는 마법이었던 것이다.




인도를 여행하던 중 자이살메르에서 사막 낙타 사파리를 함께 하게 된 한국인 언니들이 있었다.
사막으로 가는 지프차 안에서 자연스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한 언니가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언니가 고등학교 때 할아버지께서 프랑스로 여행을 가셨는데, 그곳에서 파리 에펠탑의 사진이 담긴 엽서를 보내셨다고 한다.


'이 곳이 너무 좋으니 너도 언젠가 꼭 이 곳에 와보길 바란다'는 내용의 엽서.

언니는 그 엽서를 받고 언젠가 파리에 가리라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대학생이 되자마자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고,

그 후 유럽뿐 아니라, 세계 곳곳을 누비며 여행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이야기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할아버지가 보낸 엽서 한 장.



그 한 장의 엽서가 언니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바꿔준 것이다.
낯선 곳으로 가방 하나 둘러 매고 떠날 수 있는 용기를 준 것이다.
그렇게 여행하며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새로운 음식을 먹고,

세계 곳곳의 자연을 만나고, 각 나라의 문화유산들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누구나 이 마법 같은 순간을 언젠가는 만나게 되리라 믿는다.

그것은 나처럼 일러스트 한 장 일 수도, 언니에게처럼 엽서일 수도, 책일 수도, TV 프로그램 일 수도 있다.
그 한 장의 그림이,

그 한 장의 사진이,

그 한 구절의 글이,

그리고 그 TV 속 한 장면이 당신을 부른다면

주저 없이 그곳으로 떠나기를 추천한다.


그때부터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image_6100321641482465044389.jpg?type=w773 해외여행 입문은 뭐니뭐니해도 에펠탑이지 ㅋㅋ - 2011년에 찍은 에펠탑


IMG_5129.jpg?type=w773 신혼 초 생일 날 남편이 선물해준 에펠탑 케이크 ㅋㅋ
15094930_1216761351737256_3405030572053629231_n.jpg 다섯 살 서율이가 그린 에펠탑 (왜 에펠탑을 그리고 싶어했을까? 엄마랑 통했나?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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