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1학년 (2)
갓난아기가 때가 되면 용을 쓰며 몸을 뒤집는 것처럼, 연습을 시키지 않아도 때가 되면 걷고, 기저귀를 떼는 것처럼 아이들은 성장에 맞게 할 수 있는 것들이 점점 늘어난다. 올해 8살이 된 아이는 혼자서 세수와 양치를 하고 옷을 갈아입을 수 있고, 연필을 깎아서 필통에 넣어 가방을 챙길 수 있다.
그런데 입학을 앞두고 아이는 불안해했다.
“엄마 나 학교 가서 잘 못하면 어떡해?”
라며 걱정하기에
“너 글 읽고 쓸 수 있잖아? 근데 뭐가 걱정이야?”
라고 물었더니
“구구단을 못 외우잖아.” 그런다.
어디서 구구단을 외워야 한다는 말을 들었는지 모르지만 아이는 걱정이 태산이다.
“구구단은 2학년 때 외우는 건데 뭐 벌써 외우려고 그래? 안 외워도 돼.”라고 했더니
“아 그럼 1학년만 다니고 안 다니고 싶다.”한다.
아이는 학교를 생각하며 학습에 대한 부담감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와는 달리 엄마인 나의 부담은 다른 쪽에 있었다. ‘아이가 용변 후 뒤처리를 어떻게 할까, 우유팩은 혼자서 열 수 있을까. 학교에서 교실을 못 찾아 헤매지는 않을까’ 걱정이었다.
올해 들어서부터는 아이에게 용변 후 뒤처리를 스스로 하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아이는 나에게 해달라고 고집을 피웠다. 3월부터 학교에 가면 자기가 스스로 할 터이니 그전까지는 나에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런 아이가 과연 학교에서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3월 입학 후 집에서 아이가 뒤처리를 나에게 부탁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어떻게 하고 있느냐 물으니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한다. 화장실에 가기 전 물티슈를 챙겨가고 물티슈를 턱 밑에 받친 채 옷을 내리고, 용변을 본 후 물티슈는 변기가 아닌 쓰레기통에 넣는다고 그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아이를 보며 괜한 걱정을 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우유팩도 스스로 열었다. 처음 스스로 연 날은 본인이 더 신나 했다.
작년까지 우리는 부부의 침대 옆에 아이 침대를 붙여놨었다. 아이는 잠들 때 내 품에 누워 있다가 잠이 들려하면 자신의 침대로 내려가서 잤다. 침대가 바로 옆에 붙어 있으니 새벽에 자다가 문득 올라오는 일도 많았다. 1월에 이사한 후에도 그렇게 사용했다. 그런데 아이 방에 초등학생용 책상을 놓고 나니 방 분위기가 애매해졌다. 놀이방도 아니고 공부방도 아닌 애매한 분위기. 여기에 침대를 넣어주면 뭔가 아이의 방 같은 느낌이 완성될 것 같았다. 아이에게 방에 침대를 넣어 줄 터이니 네 방에서 자겠냐고 물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아이는 선뜻 그러겠다고 했다.
그동안 내 침대 옆에서 딱 붙어 잘 때 아이는 엄마랑 한 곳은 이어져있어야 한다며 손을 잡아 달라고 하곤 했다. 그러면 나는 손을 잡고 자는 것이 불편해 대신 아이의 발을 잡고 잤다. 그렇게 어딘가 한 군데 이어져 있어야 한다던 아이가 새 책상과 침대를 나란히 놓을 생각을 하니 좋았는지 자신의 방으로 침대를 옮겨 달라고 한 것이다. 조건은 자신이 잠들 때까지 내가 침대에서 재워주고 나오는 것이었다.
생후 50일부터 잠자리 독립을 시켜야 한다고 말하는 육아서도 있지만 나는 사실 독립을 빨리 시켜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다만 안방에 침대를 두 개 놓아두니 너무 정신이 없고, 아이 방을 좀 아늑한 느낌이 나게 꾸며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의외로 아이가 동의를 해서 침대를 옮겨주었다. 신기하게도 아이는 그곳에서 잘 잤다. 처음 며칠 동안은 한 번씩 안방에 와서 비좁은 우리 침대에 끼어 자기도 하고 새벽에 불쑥 찾아오기도 했는데, 한 달 정도 지나니 이제는 혼자서 잘 잔다. 나도 처음에는 잠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오기도 했는데 내가 너무 피곤한 날은 아이 침대에서 같이 잠들면 불편해서 잠들기 전에 ‘잘 자’라고 인사하고 나오기도 한다.
아이는 자신의 독립을 자랑스러워한다. 다만 나는 ‘내 품에 더 끼고 잤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벌써 이렇게 떨어져 자는 걸 잘하다니. 나는 아이를 품고 자는 게 좋은데 말이다.
그렇게 아이는 8살이 되자마자 용변 뒤처리와 우유팩 열기, 그리고 잠자리 독립까지 완벽하게 해냈다. 부모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하는 것이 많아지는 나이 8살. 그래서 학교는 8살에 가는 것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