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2025년 새해 글쓰기 다짐하기

누가 보면 어제 1월 1일인 줄

by 첫둘셋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덕담을 나누기에도 뻘쭘하게 시간이 많이 흘러버렸다.

변명을 조금 하자면 원래 교사의 새해는 3월 2일에 맞추어 시작하는 것! 2월 28일까지는 전년도 학사일정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교사의 한 해는 남들보다 2달 늦게 시작하는 것이 국룰이다. 올해는 특히 1월 한 달을 세부에서 신나게 보내느라 신년계획을 세울 틈이 없었고, 2월은 거하게 쉬어버렸다. 내가 중증외상센터 정주행이라도 했으면 덜 억울했으리라! 정주행 하고 싶은 드라마를 50개쯤 마음에 묻어두고(나는 아직도 '미스터 선샤인', '동백꽃 필 무렵', '멜로가 체질'을 보지 못했다), 메가히트작이었던 '흑백요리사'는 시작하지도 못한 채, 그저 누워서 방바닥을 긁으며 2주를 보냈다.


2월 3주에는 '세움 주간'이라고 해서 온 학교가 새 학생들을 맞을 준비를 한다. 각자 교실에서 열심히 뭔가를 할 것 같지만, 일단은 전 직원의 교육과정 회의가 먼저이다. 이 주간에는 전 교직원이 출근을 해서 전체 학사일정을 논의하고, 전교 시간표를 확정하고, 업무 및 학생 인수인계를 한다. 그래서 학교를 떠나는 사람도 꼭 출근을 해서 후임자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해줘야만 한다. 나는 (떠날 사람이지만) 출근을 해서 나의 후임에게 (내가 쓴 계획서에 근거해서) 앞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의 방향과 그간 해왔던 것들을 알려주었고, 나의 교실에 새로 오실 선생님을 위해 교실을 청소(해드렸어야 했는데 오시는 선생님께서 너무 빠른 관계로 겨우 짐만 후다닥 빼고 퇴장을)했다. 3년 내내 사용한 나의 교실에서는 50리터 쓰레기봉투를 5개 정도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상자로 8개 정도의 짐이 나와 고이 우리 집 창고 방에 지금까지 박혀있다. 아마 내년에 새 학교 가서 짐 풀 때까지 저러고 있을 예정이다.


그 뒤에 한 주는 현실을 부정하는 한 주였다.

"일주일 뒤에 개학이라니!"

이것은 흔한 초등학생의 울부짖음이 아니다. 3월 첫 주를 맞이하는 모든 선생님들의 두려움에 사로잡힌 괴성에 가깝다. 3월의 첫 시작은 늘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설레기보다는 떨리는 쪽에 가깝다. 어지간히 짬이 찬 교사들은 이제 대충 관상도 볼 줄 알게 되어 3월 첫날의 아이들 얼굴만 봐도 한 해의 그림이 어떤 식으로 그려질지 예상할 수 있게 된다. 나의 한 해를 결정할 아이들을 만나야 하니 두근두근 손발이 떨리고 호흡이 불안정할 수밖에! 이 때는 계획적인 교사들은 첫 주의 플랜을 멋지게 짜고 마지막 교실 정리에 박차를 가하겠지만, 나의 경우는 늘 현실을 회피하며 최대한 '평일 런치'를 즐기는 한 주를 보낸다. 1시간 반 거리의 광역시에 나가 평일 대낮 백화점 (아이) 쇼핑을 했고, 중산층은 1년에 딱 한 번만 갈 수 있다는 '아웃백'에 가서 호화스러운 런치를 즐기기도 했다. 타이밍 좋게 또 부서져버린 나의 핸드폰 덕분에 지난 2년 반의 사진을 앨범으로 만드는 작업도 이때 해버릴 수 있었다.


3월 첫 주에는 둘째의 초등학교 입학, 나의 첫 출근으로 하는 것 없이 피곤했다. 나의 첫 출근으로 둘째의 입학식에 못 간 것은 조금 서운했지만, 나로서도 첫 출근이 중요했다. 10여 년을 교사로 지내다가 처음으로 사무실 같은 데 가서 일하게 되었는데,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을 생각을 하니 벌써 멋있어진 기분이었다. 전 직원이 모여서 하는 월례회의도 신기했고, 이 많은 사람들 가운데 미성년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도 신기했고, 각자 맡은 부서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며 세상에 정말 다양한 일이 있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앞으로 일 년간은 (파견이지만) 연구원처럼 지낸다는 것이 벌써 좋았다. 이제 시작이지만 왠지 나는 벌써 소감을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오늘, 남들은 12월 마지막 날 즈음해서 1월 첫 주쯤 다 끝냈겠지만, 나는 드디어 올 한 해를 잘 보내기 위해 할 것들을 정리해 보았다. 그중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는 어째 매년 빠지지 않고 들어 있는 것 같아서 이제 마음먹고 공표할 때가 된 것 같다.


나는 올해 주 3회 글쓰기를 할 것이다.


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뱉었다. 일기 같은 글이 될 수도 있겠고, 회상하는 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어쨌든 글을 매우 잘 쓰고 싶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열정과 동시에 나를 설명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나라는 사람의 요모조모를 잘 표현해서 이해받고 싶은 마음도 있고, 내가 잊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기도 하다. 피곤해서, 우울해서, 재밌어서, 열받아서, 지쳐서, 배고파서 등등의 이유로 미뤄두었던 글쓰기를 한번 '꾸준히' 해보고자 하는 나의 다짐을 전한다. 사실 내 인생에 꾸준했던 것은 '출근'뿐이라는 걸 모두가 알겠지만, 나는 먹고사는 문제 이외에는 그 어느 것에도 꾸준하지 못한 사람이다.


쓰고 싶은 주제는 굉장히 많다. 내 자식 잘 키우기(서울대는 아직 안 갔지만, 서울대 보낸 엄마처럼 자신 있게 글 쓸 수 있다), 이혼 위기의 부부에서 금슬 좋은 10년 차 부부가 되기까지-부부 관계 회복하기, 다음 생엔 내 동생으로 태어날 거야(질풍노도를 30년째 겪고 있는 둘째 동생에 대하여), 내 생에 최악의 남자(가 한둘이 아님) 등등등. 쓸 것은 차고 넘치는데 끈기와 시력이 부족한 나는 올해도 한번 꾸준히 뭔가를 해볼 것을 다짐한다.


앞으로 자주 찾아오겠다!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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