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무늬 Sep 22. 2019

흐르는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

[픽션에세이]


시끄럽게 알람이 울렸다.

남자는, 손만 뻗어 알람을 껐다.

벌써 일곱 번째 알람이다.


오늘은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런데 하고 싶지 않을 것 같아서

강제로라도 일어나려고 맞춰둔 알람이지만,

머리도, 몸도, 마음도, 

일어날 의지가 없다.


지난 주말, 

여자에게서 이별 통보를 받은 후,

벌써 사흘째다.

회사엔 전화로 휴가를 냈고,

먹은 거라곤, 소주 두어 병과, 물 몇 모금밖에 없다.


첫 번째 이별도 아닌데,

짐작하고 있던 이별인데-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아무 것도 하기가 싫다.


속이 쓰리다.

일어나야 하는데, 일어나 지지가 않는다.


.................


<죽음의 바다>라는 이름을 가진 사해는,

사실 바다가 아니라 호수라고 한다.

바다보다 다섯 배가 넘는 염분을 가졌기 때문에

바다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실은 그 어떤 생물도 살 수 없기에 붙은 이름, 사해.


이곳엔 다른 호수들과 달리,

물이 들어오는 곳만 있을 뿐,

나가는 곳은 없다고 한다. 

들어오는 물의 양만큼 하늘로 증발하면서

흐르지는 못하고 고여 있는 물.... /

흐르지 못하기에 모든 것은 그 안에서 썩거나 죽어버린다.


흐르는 별빛, 

흐르는 강물,

흐르는 눈물..../

흐르는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고 어느 시인이 그랬던가.


시간도 흐른다.

흐르는 시간에 우리의 감정도 흘려보내자.


고여있는 감정을 비워내지 못하면,

더는 그 자리에, 

무엇도 들어올 수 없을테니까.

그러다 결국엔 아무 것도 살지 못하는

사해가 될지도 모르니까.

 

작가의 이전글 누군가 나에게 아무 조건없이 사과를 건넨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