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에세이]
남자는 후배가 보내준 동영상을
아침 내도록 돌려보고 있다.
꽤 오래전에 인기가 있었다는 영상속에선,
고작 일고여덟살 쯤 돼 보이는 남자 아이가, 펑펑 울고 있었다.
아마도, 학원 숙제를 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문제는 해도해도 풀리지 않고, 밤이 늦어 잠은 쏟아지니,
엄마한테 투정 비슷한 걸 부리는 중인 듯 했다.
아이는, 서럽게 울먹이며, 엄마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기.. 이기 사는 기가!”
‘이거 보고 웃으시라’며 후배가 보내준 거였고,
실은 이 영상을 보는 동료들은,
아이의 귀여운 모습에 숨이 넘어가도록 웃기도 했다.
하지만, 남자는 웃음이 나오질 않았다.
해도해도 끝나지 않는 숙제,
마음과는 다르게 쏟아지는 잠,
그런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엄마...
아이에게 이 싸움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무엇보다 남자가 괴로운 건, 아이의 그 한 마디였다.
남자가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질문-
아니, 기억해내지 않으려고 외면했던 질문 / “이게, 사는 건가.”
차라리 아이처럼 울며 쏟아내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참고, 참으며... 이렇게 사는 것도, 정말 괜찮은 걸까?
..................
아마 영화 <도가니>에 나온 대사였던 걸로 기억한다.
어른이 되면 모든 걸 알게 될 거라는 말을 믿었는데,
이제야 비로소 깨닫게 됐다는 말..
어른이 되면 그 대답을 알게 되는 게 아니라
어른이 되면 그 질문을 잊고 사는 거라는 대사.../
내가 가고 있는 길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어떤 사람은 남들이 가는 길이니까,
어떤 사람은 이 길밖에 보이지 않아서,
또 어떤 사람은 아무 생각없이 그저 가고 있는 게 아닐까.
이렇게 사는 게 과연 맞는 것인가-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지고 또 던졌을 이 질문은
어쩌면 우리가 지금보다 더 어른이 되고 난 후라도
그 답을 찾을 수 없을지 모른다.
굳이 답을 찾으려고 하지 말자.
그냥 지금처럼, 질문을 잊고 살자.
조금 바보같을 지라도 때론 질문조차 잊은 채,
이대로 포기하지만 않은 채 길을 걷다보면,
틀림없이 어느 순간, 어딘가엔, 도착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랬으면 좋겠다.
이대로, 그대로, 걸을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