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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무늬 Nov 12. 2019

그 골목을 지나는게 아니었다

[픽션에세이]


그 동네엘 가는 게 아니었다.

왠지 느낌이 그랬다.

꼭.. 마주칠 것 같은 느낌.


갔더라도, 

그 골목은 지나는 게 아니었다.

‘헤어진 여자와 마주칠 확률이

 살면서 얼마나 되겠어‘

그렇게 생각하지 말 걸 그랬다.


남자가 골목을 돌아서는 순간,

여자가 편의점 문을 열고 나왔다.


재빨리 몸을 피할 수도 없던 찰나...

여자가 꾸벅, 인사를 했다.

남자는, 인사를 받지 않았다.


우리는 / 아니, 너와 나는,

잘 지내냐는 가벼운 인사 같은 건,

물어선 안되는 사이니까.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여자가 남자를 지나쳐갔다.

그 뒷모습이,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것이,

남자는 왠지 억울했다.


.............


단편소설, <기나긴 하루>에서 

박완서는 이렇게 말한다.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면

 그게 얼마나 눈물겨운 노력의 결과였는지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으시죠>


.....


나만큼 너도 아팠을 거란 짐작은

내 이별의 아픔을, 더 아프게 하기도 한다.


차라리 그 사람은, 

아무렇지 않기를 바라는 것...

아무렇지 않기 위해서

눈물겨운 노력같은 건, 안 했으면.. 하는 것....

나는 아파도, 너는 그렇지 않았으면 하는 것.../


그게, 사랑했던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어쩌면 가장 고마운, 

마지막 선물이지 않을까?


그래도 어차피, 이별은 아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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