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에세이]
그 동네엘 가는 게 아니었다.
왠지 느낌이 그랬다.
꼭.. 마주칠 것 같은 느낌.
갔더라도,
그 골목은 지나는 게 아니었다.
‘헤어진 여자와 마주칠 확률이
살면서 얼마나 되겠어‘
그렇게 생각하지 말 걸 그랬다.
남자가 골목을 돌아서는 순간,
여자가 편의점 문을 열고 나왔다.
재빨리 몸을 피할 수도 없던 찰나...
여자가 꾸벅, 인사를 했다.
남자는, 인사를 받지 않았다.
우리는 / 아니, 너와 나는,
잘 지내냐는 가벼운 인사 같은 건,
물어선 안되는 사이니까.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여자가 남자를 지나쳐갔다.
그 뒷모습이,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것이,
남자는 왠지 억울했다.
.............
단편소설, <기나긴 하루>에서
박완서는 이렇게 말한다.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면
그게 얼마나 눈물겨운 노력의 결과였는지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으시죠>
.....
나만큼 너도 아팠을 거란 짐작은
내 이별의 아픔을, 더 아프게 하기도 한다.
차라리 그 사람은,
아무렇지 않기를 바라는 것...
아무렇지 않기 위해서
눈물겨운 노력같은 건, 안 했으면.. 하는 것....
나는 아파도, 너는 그렇지 않았으면 하는 것.../
그게, 사랑했던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어쩌면 가장 고마운,
마지막 선물이지 않을까?
그래도 어차피, 이별은 아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