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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무늬 Nov 10. 2019

사랑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까

[픽션에세이]

“(남/화난) 일기예보도 안 보고 살아?”

여자의 옷차림을 보고, 남자는 화부터 냈다.


“(남) 감기기운 있다매! 

 이런 날 목이 휑-하게, 그게 뭐냐?“


남자가 휙 돌아서, 먼저 가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두어 걸음쯤, 여자가 뒤쳐졌다.


여자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남자의 뒷모습을 빤히 보며 생각한다.

‘아... 뒤통수마저 화가 나 있다는 게, 이런 거구나..’


대꾸없이 여자는,

한 걸음 뒤에서, 남자의 뒤를 따른다.


날이 추우면, 

자신의 목도리를 풀어, 여자의 목에 둘러주던-

여자의 손을 끌어, 자신의 잠바 주머니에 넣어주던-

7년 전의 그 마음과 지금은,

절대로 같을 수 없는 거라고, 되뇌이면서 / 


.................


이들의 7년을 생각해 본다.

일곱 번의 봄과 겨울을 같이 보내는 동안,

7년 전의 머리카락은, 이미 다 잘라내고 없을 것이고,

얼굴엔, 없던 주름이 서너개쯤 생겼을 것이고,

옷차림도, 달라졌을 것이다.


어색했던 시간이 편해지고,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고,

할까 말까 망설이던 말들을 스스럼없이 건네고,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고, 상처가 남고..../


우리가 원래의 모습에서 어느 정도 변했다면,

우리의 사랑도 그만큼 변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닐까...


이 모든 변화는,

함께 보냈을 서른 두 번의 계절...

그 전쟁같은 시간이 남긴, 사랑의 전리품이 아닐까....


눈이 오지 않는다고

원래 겨울이었던 계절을,

겨울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부를 수 없듯-

처음부터 사랑이었으나,

조금 달라졌을 뿐인 그 마음을,

우리는, 사랑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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