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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무늬 Nov 06. 2019

그렇다고 너를 용서할 건 아니지만..

[픽션에세이] 내얘기 듣고있나요

영화가 막 시작되려는 순간,

한 여자가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여(손님) : 저... 여기, 제 자린데요...


..............


그럴 리가 없었다. 

남자는 분명, 인터넷으로, 

좌석까지 지정해 영화를 예매해 둔 것이었다.

그런데 좌석표를 확인해 보니, 여자의 티켓에 표시된 자리와,

남자의 티켓에 표시된 자리가, 같았다.


마침 빈자리가 많았던 터라, 

결국 뒤늦게 온 여자가 다른 자리에 앉아서 영화를 보긴 했지만,

불편하고 찝찝한 마음은,

영화가 다 끝나도록, 지워지지 않았다.


참지 못하고 결국, 남자는, 영화가 끝난 후, 

영화관 직원에게 따져 물었다.


여(직원) : 죄송합니다... 저희 직원의 실수가 있었어요. 

     다신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남       : 정말이죠? 다신 안 그럴 거죠? 

     다신 이런 일, 절대 없어야 합니다! 절대루요!


일부러 한 실수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

사과를 받는다고, 있었던 일이, 없었던 일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면서../

그런데도, 한 번 더 되묻고 나서야,

남자는 안심이 된다는 듯, 돌아섰다.


.................


당신도, 처음부터 일부러 그랬던 건, 아니었겠지.

일부러 내 마음 아프게 하려고,

나 몰래 다른 사람 만난 건, 아니었겠지.../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던 거겠지.../

그리고 정말로, 다신 안 그럴 생각이었겠지.

그래서 그렇게 말했던 거겠지, 다신 안 그러겠다고.../


그런데 말이야...

<다신 안 그러겠다>는 말처럼, 덧없는 말이, 세상에 또 있을까..


다신 나한테 거짓말 하지 않겠다고.../

다신 그 남자랑 연락도 하지 않겠다고.../


그렇게 다짐해 봤자...

내가 그 사실을 알고부터, 당신이 그 말을 하게 되기 까지,

나는 이미, 충분히 불편했는데.../

그 말을 들어봤자, 없었던 일이 되는 건 아닐텐데.../

나는 왜, 끝내 너에게서, 그 말을 듣고 싶어했던 걸까...


그렇다고, 너를 용서할 것도, 아니었으면서.../

너를 비참하게 한 후에, 이렇게 너를 보내버릴 거면서.../


...........................


다신 안 그러겠다는 말은, 세상에서 가장 무책임한 말..

그러나, 당신이, 나 대신 사랑하게 된 그 사람..

그 사람은 나처럼 불편하지 않았으면 해서,

다시 한 번, 다짐을 받듯...


다신, 그러지 말아라...

그 사람한테는, 나쁜 사람 되지 말아라...

다신 안 그러겠다는, 무책임한 말, 비굴한 말,

눈물 흘리며 하는 일 없이, 좋은 사랑만,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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