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에세이] 내얘기 듣고있나요
영화가 막 시작되려는 순간,
한 여자가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여(손님) : 저... 여기, 제 자린데요...
..............
그럴 리가 없었다.
남자는 분명, 인터넷으로,
좌석까지 지정해 영화를 예매해 둔 것이었다.
그런데 좌석표를 확인해 보니, 여자의 티켓에 표시된 자리와,
남자의 티켓에 표시된 자리가, 같았다.
마침 빈자리가 많았던 터라,
결국 뒤늦게 온 여자가 다른 자리에 앉아서 영화를 보긴 했지만,
불편하고 찝찝한 마음은,
영화가 다 끝나도록, 지워지지 않았다.
참지 못하고 결국, 남자는, 영화가 끝난 후,
영화관 직원에게 따져 물었다.
여(직원) : 죄송합니다... 저희 직원의 실수가 있었어요.
다신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남 : 정말이죠? 다신 안 그럴 거죠?
다신 이런 일, 절대 없어야 합니다! 절대루요!
일부러 한 실수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
사과를 받는다고, 있었던 일이, 없었던 일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면서../
그런데도, 한 번 더 되묻고 나서야,
남자는 안심이 된다는 듯, 돌아섰다.
.................
당신도, 처음부터 일부러 그랬던 건, 아니었겠지.
일부러 내 마음 아프게 하려고,
나 몰래 다른 사람 만난 건, 아니었겠지.../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던 거겠지.../
그리고 정말로, 다신 안 그럴 생각이었겠지.
그래서 그렇게 말했던 거겠지, 다신 안 그러겠다고.../
그런데 말이야...
<다신 안 그러겠다>는 말처럼, 덧없는 말이, 세상에 또 있을까..
다신 나한테 거짓말 하지 않겠다고.../
다신 그 남자랑 연락도 하지 않겠다고.../
그렇게 다짐해 봤자...
내가 그 사실을 알고부터, 당신이 그 말을 하게 되기 까지,
나는 이미, 충분히 불편했는데.../
그 말을 들어봤자, 없었던 일이 되는 건 아닐텐데.../
나는 왜, 끝내 너에게서, 그 말을 듣고 싶어했던 걸까...
그렇다고, 너를 용서할 것도, 아니었으면서.../
너를 비참하게 한 후에, 이렇게 너를 보내버릴 거면서.../
...........................
다신 안 그러겠다는 말은, 세상에서 가장 무책임한 말..
그러나, 당신이, 나 대신 사랑하게 된 그 사람..
그 사람은 나처럼 불편하지 않았으면 해서,
다시 한 번, 다짐을 받듯...
다신, 그러지 말아라...
그 사람한테는, 나쁜 사람 되지 말아라...
다신 안 그러겠다는, 무책임한 말, 비굴한 말,
눈물 흘리며 하는 일 없이, 좋은 사랑만,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