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에세이]
엘리베이터에 오른 여자는
신경질 적으로 1층 버튼을 누르고
더 신경질 적으로 휴대폰의 통화 버튼을 누른다.
아파트 입구에 나가보니,
아까 통화할 때 택시에서 내렸다던 엄마는,
아직도 짐을 한참 내리는 중이다.
종류별로 보이는 김치통만 해도 다섯 개가 넘는다.
그 중 양손에 두 통을 들어올리며
다짜고짜 여자는, 엄마에게 짜증부터 낸다.
“(여) 뭐하러 이걸 다 가지고 와-
먹지도 않는다고 했지? 보낼 거면 그냥 택배로 보내라니까!”
맘이 상했는지 어쩐지
둘째가 기다리니, 그냥 가겠다는 엄마에게
이렇게 갈 거면 또 뭐하러 왔느냐,
다시 한 번 짜증을 내면서도,
여자의 마음이 무겁고 복잡하다.
모르겠다. 고마운 마음도 분명 있는데-
걱정스런 마음도 엄청 드는데-
왜 이런 미련한 엄마의 모습에
겉으론 짜증만 나는 건지, 정말 모르겠다.
........
택배가 훨씬 편리한 걸, 엄마인 들 모를까-
그 많은 김치며 밑반찬들,
다 먹지 못할 거라는 거, 엄마라고 모를까-
그런데도 휘어진 허리로, 성치 않은 무릎으로
양손 가득 짐을 싸들고
굳이 자식의 집을 찾는 엄마의 마음을-
자식 눈치 보곤, 너 피곤하니 난 이만 가겠다며
일찌감치 물러서는 엄마의 마음을..../
도대체 언제쯤이면, 우리는
그 큰 마음을 다 받아들일 수 있을까.
카피라이터 김민철의 이 글에서
우리네 어머니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손에 잡히지 않아서, 이해할 수 없어서,
다 이해되지 않아서... /
그래서 아름다운 것들이 세상엔 있다.
효율로만 평가하려고 하는 이 세상에
비효율로 남아서 고마운 것들.
우리를 간신히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사실 그런 비효율들이다.>
당신 창고는 다 비어도, 내 창고는 그득히 채워주는 사람,
당신은 다 손해보더라도, 나만 좋으면 그걸로 전부인 사람,
당신 마음 부서져도, 내 마음 안 다치면 그만인 사람.../
세상 단 하나뿐인 그것이다.
“우리를 간신히 인간답게 만드는, 아름다운 비효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