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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무늬 Sep 09. 2019

우리를 간신히 인간답게 만드는 아름다운 비효율

[픽션에세이]


엘리베이터에 오른 여자는

신경질 적으로 1층 버튼을 누르고

더 신경질 적으로 휴대폰의 통화 버튼을 누른다. 


아파트 입구에 나가보니, 

아까 통화할 때 택시에서 내렸다던 엄마는, 

아직도 짐을 한참 내리는 중이다. 

종류별로 보이는 김치통만 해도 다섯 개가 넘는다. 

그 중 양손에 두 통을 들어올리며

다짜고짜 여자는, 엄마에게 짜증부터 낸다.


“(여) 뭐하러 이걸 다 가지고 와- 

 먹지도 않는다고 했지? 보낼 거면 그냥 택배로 보내라니까!”


맘이 상했는지 어쩐지

둘째가 기다리니, 그냥 가겠다는 엄마에게

이렇게 갈 거면 또 뭐하러 왔느냐, 

다시 한 번 짜증을 내면서도, 

여자의 마음이 무겁고 복잡하다.


모르겠다. 고마운 마음도 분명 있는데-

걱정스런 마음도 엄청 드는데-

왜 이런 미련한 엄마의 모습에

겉으론 짜증만 나는 건지, 정말 모르겠다.


........


택배가 훨씬 편리한 걸, 엄마인 들 모를까-

그 많은 김치며 밑반찬들, 

다 먹지 못할 거라는 거, 엄마라고 모를까-

그런데도 휘어진 허리로, 성치 않은 무릎으로

양손 가득 짐을 싸들고 

굳이 자식의 집을 찾는 엄마의 마음을-

자식 눈치 보곤, 너 피곤하니 난 이만 가겠다며 

일찌감치 물러서는 엄마의 마음을..../

도대체 언제쯤이면, 우리는 

그 큰 마음을 다 받아들일 수 있을까.


카피라이터 김민철의 이 글에서

우리네 어머니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손에 잡히지 않아서, 이해할 수 없어서, 

 다 이해되지 않아서... /

 그래서 아름다운 것들이 세상엔 있다.

 효율로만 평가하려고 하는 이 세상에

 비효율로 남아서 고마운 것들.

 우리를 간신히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사실 그런 비효율들이다.> 


당신 창고는 다 비어도, 내 창고는 그득히 채워주는 사람,

당신은 다 손해보더라도, 나만 좋으면 그걸로 전부인 사람,

당신 마음 부서져도, 내 마음 안 다치면 그만인 사람.../


세상 단 하나뿐인 그것이다. 

“우리를 간신히 인간답게 만드는, 아름다운 비효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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