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에세이] 열시십분의풍경
어제 저녁 메뉴는, 삼겹살이었다.
양 볼 가득 상추에 싼 삼겹살을
입에 우겨 넣으며, 맛있게 먹다가, 남편이 그랬다.
“다 먹었어, 이제 그만 구워”
잘못 들었으려니.. 하고는,
“그래. 이것만 더 굽고-” 했지만,
이어지는, 남편의 확인사살!
“됐다니까!”
고기를 구워대느라, 정작 여자는 몇 점 먹지도 못했는데,
쌈이라도 싸서 입에 넣어주진 못할망정, 그만 구우라니..
여자는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가 먹을려 그래!
자기 입만 입이고, 내 입은 주둥이야?”
싸움은 그렇게 시작된 거였다.
아침에 출근하는 남편, 뒷통수도 보기 싫어
내내 이불 속에 있었더니만,
아침 내도록.. 문자가 오고 있다.
보기도 싫다.
여자는 휴대폰을 발로 밀어버리고,
이불을 휙, 머리끝까지 덮어버린다.
..............
그럴 때가 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이 남자가,
연애할 때, 상추 위에 잘 구워진
삼겹살을 얹어, 내 입에 넣어주던,
그 남자가 맞는지...
지금 내 옆에 있는 이 여자가,
크게 입 벌리는 것조차 부끄러워하면서도
오물오물, 그 쌈을 제비새끼처럼 받아먹던
그 여자가 맞는지...
우린 정답을 알고 있다.
그 땐, 조금의 무장이, 서로에게 필요했을 뿐,
지금은, 무장해제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됐을 뿐.
한 사람이 밥상을 차리기 시작하면
한 사람이 상 위에 숟가락을 올리고,
한 사람이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면
다른 한 사람이 이부자리를 펼 수 있을만큼
서로에게 익숙해진 것 뿐.
이 사람은, 내가 그렇게 사랑하던, 그 사람이 맞다.
그런데... 익숙해진다는 게,
어쩐지 조금은, 쓸쓸한 건 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