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에세이] 내얘기듣고있나요
두 사람은, 가장 오래된 친구였다.
주위 사람들이 의심하는 것과는 달리,
맹세코 단 한 번도, 서로의 감정을 의심해 본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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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첫사랑 때문에 괴로워하던 어느 날인가...
새벽 3시에 그녀가 그를 불러냈을 때,
그는 전화기에 대고, 지금 제정신이냐고, 버럭 소리부터 질렀다.
만약 그 때.. 그가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었다면,
그렇게 말해놓고도, 그녀를 만나러 나갔을 테지만-
그냥 얘기만 좀 들어주면 안 되겠냐며,
징징대는 그녀의 전화를, 그는 매정하게 끊었다.
그리고, 한 치의 미안함도 없이, 다시 잠에 푹, 빠졌다.
만약 그 때... 그녀가 그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었다면,
매정하게 전화를 끊는 그가 밉고, 원망스러웠을 테지만,
아침 6시에 일어나야 하는 사람을,
새벽 세 시에 전화해서 깨우는 건,
스스로 생각해도 조금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만난 두 사람은,
각자 다른 이유로 미안한 마음에,
저녁 값을 내겠다고 서로 다투다가,
그럼 니가 내라고 또 싸우다가,
결국 각자 돈을 내고, 토라진 채로 헤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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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그녀에게 먼저, 남자친구가 생겼다.
그렇긴 하지만, 두 사람의 사이에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적어도 그녀의 마음가짐은 그랬으니, 그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그녀는 자기 마음대로, 생각해 버렸다.
얼마 후에 그녀가, 저녁을 먹고, 운동을 하러 나갔다가,
마침 편의점에 나온 그와 마주쳤다.
캔 커피를 하나씩 사들고 터덜터덜... 동네 골목을 걷다가,
"(남) 나도, 여자친구 생길 것 같아." 그가 말을 꺼냈다.
어떤 여자냐, 성격은 어떠냐, 어디서 만났냐... / 꼬치꼬치 따져 묻다가-
같이 영화도 보러 다니고, 여행도 가자... / 덕담을 하고, 헤어졌다.
집에 돌아온 그녀는,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아니나 다를까... 메신저에 로그인을 하니, 마침 그도, 접속해 있었다.
"(여) 너도 그랬냐?"
뭐가 그랬냐는 건지... 앞도 뒤도 없는, 그녀의 질문에,
1초도 기다리지 않고, 그가 대답한다. "(남) 너도 그렇구나..."
내 눈 앞에서 애인을 뺏기는 기분이라고, 그녀가 던진 말에,
나도 그랬다고, 그가 대답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 그 남자를 사랑한다고, 대화창에 그녀가 적으니,
나도 그 여자를 많이 사랑한다고, 그가 대답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가슴이 휑해지는 그 기분에
과연 어떤 이름을 붙일 수 있는지.../
두 사람은 그 날 밤, 같은 이유로, 잠을 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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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좋아하지만, 사랑할 순 없는... /
내가 가장 아끼는 건데, 다른 사람과 공유해야 하는... /
그의 이름은, <친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