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에세이] 내얘기듣고있나요
니 생각엔 어때?
아무래도 걔가 나, 좋아하는 거 같지?
아니, 내가 괜히 김칫국 마시는 게 아니라니까.. / 내 얘기 좀 들어봐.
저번에, 도서관에서 딱 만났거든.
자기 밥 안 먹었는데, 같이 먹으러 가자 그러더라?
나도 식사 전이었으니까,
귀여운 후배, 밥이나 한 번 사 줄려고, 그러자고 했지.
뭐 먹고 싶냐 그랬더니 갑자기, 나를 물끄러미 보는 거야. 그러더니...
어제 술 많이 마셨냐면서, 콩나물 국밥으로 해장이나 하자 그러더라?
이상하잖아- / 내가 밤새 술 퍼마신 건 어떻게 알았으며!
자기가 좋아하는 것도 있을텐데, 왜 꼭, 굳이! 어?
내가 좋아하는 콩나물 국밥 먹으러 가자고 그랬겠냐?
그게 다~ 나 챙겨주고 싶어서~ 그래서 그런 거 아니었을까?
...........
에이- 아니다. 아닐 수도 있겠다.
왜... 저번에 내가, 자취생활 너무 오래 하다보니까,
나한테 홀애비 냄새 난다고 투덜댄 거, 너도 기억하지?
그랬더니, 다음 날, 자기가 여행 갔다가 사온 거라면서,
가방에 달고 다니라고, 꽃잎으로 만든 방향제를 선물하더라?
글쎄- 내 말 끝까지 들어봐.
처음엔 나도 ‘아, 얘가 날 정말 좋아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했었지.
그렇지 않고서야, 여행가서 자기 쓸 돈도 없었을텐데,
내 생각해서 선물까지 사오고 그랬겠냐구..
근데.... 그게 아니었더라구.
다음 날 학교에 갔더니, 그 방향제 받은 게, 나뿐만이 아니었어.
문경이, 현주, 명철이, 심지어 재희까지 ...
몽땅 다, 그 방향제, 가방에다 대롱대롱~ 매달고 다니더라니까?
뭐... 그래.. / 생각해보니까, 니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
내가 김칫국 마시는 거네.
걘, 날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냥 좀... 친절..한 걸 수도 있겠네.. 그치?
................
아니 근데... 정말 날 안 좋아하는 거면...
그 때, 밥먹고나서 아이스크림 먹을 때, 껍질은 왜 까 줬을까?
도서관에서 만나면, 왜 꼭, 커피 마시러 가자고, 먼저 물어보지?
내 옷에 묻은 머리카락 떼 줄 때, 그 손길이 장난 아니었다니까?
그리구.. 왜 나만보면... 자꾸 웃어? 그거 나, 좋아해서 그러는 거 아니야?
(또 생각이 바뀌었어...) 에이- 아니다. 정말 날 좋아하는 거면...
내 앞에서, 다른 남자애랑 그렇게 친한 티 안 내겠지..
콩나물국밥, 그 뜨거운 거.. / 막.. 후루룩 거리면서,/
눈물 콧물, 땀까지 흘려가면서.. 그거 못 먹겠지...
아 몰라몰라.. 헤깔려. 모르겠어.
걘 도대체 정체가 뭐냐? 뭔데 나를 이렇게 흔드는 거지?
...............
커피 같이 마시자는, 흔한 인사에도, 마음이 설렜다가-/
다른 사람이랑 말 섞는 모습만 봐도, 좌절했다가- /
나를 좋아해주는 거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거 같아서, 또 한없이 우울해졌다가.../
그렇게 누군가에게, 흔들리고 있다면.../
그렇다면, 기다리고 있지만 말고,
한 번쯤은, 용기를 내 볼 법도, 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