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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무늬 Sep 14. 2019

명절의 끝자락이 남긴 빈자리

[픽션에세이]


든 자리는 티 안나도,

난 자리는 티가 난다더니...

스무명 가까이 되는 가족들이

왔다가 간 집은,

평소보다 더 썰렁하다.


그래서 허전한 건지, 

늦잠을 좀 잤더니, 배가 고픈 건지-

속이라도 좀 채워볼까 싶어,

여자는, 냉장고를 열어 본다.


어이구.. 이걸 안 싸줬네”


각종 전에, 만두에, 떡에, 나물에....

바리바리, 한 집에 몇 봉지씩,

음식을 싸서 들려 보낸 거 같은데도-


‘큰애는 산적 좋아하는데, 좀 더 보내줄 걸-

 작은딸네 만두를 좀 더 싸줄걸-‘


후회가 한 가득이다.


.............................


- 나의 나 된 것은, 모두 어머니 덕분이다.

- 내 운명은 어머니가 만든 것이다.

- 내 마음 속에 최초의 선을 심고 가꾼 분은 어머니이다.


칸트도, 페스탈로치도, 베토벤도...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존경받는 위인들,

그들이 모두, 한입으로 찬양하는 사람은,

바로 그들의 <어머니>였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어려운 생활 중에서도

늘 다른 사람에게 베풀기를 멈추지 않았던 어머니.

그 어머니를 보고 자란 딸은, <마더 테레사>가 됐다.


가난해서 먹을 것은 없었어도,

밤마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이야기를 들려주던 어머니.

“이 다음엔 어떻게 될까?” 

매일 밤 어머니의 이 질문을 들으며 자란 아들은, <괴테>가 됐다.


한없이 내어주고도, 더 내어주지 못해 안달인 사람,

절대 거짓을 말하지 않는, 단 하나의 마음,

모든 것이 다 변해도, 변하지 않을 한 사람...

우리 모두의 위인, 어머니.


명절의 끝-

우리의 냉장고를 푸짐하게 채워주느라,

우리의 몸을 든든하게 살찌우느라

어머니의 마음에선,

또 얼마만큼의 사랑이, 빠져나갔을까....

그 마음의 빈자리는, 어떻게 채워드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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