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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무늬 Sep 11. 2019

나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

[픽션에세이]


아까부터 계속 부스럭거리는 소리- / 

일어나기도 귀찮아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여자는 결국 몸을 일으킨다.

빼꼼- 현관문을 열어보니,

문 앞에 있던 고양이 한 마리가 쌩- 집안으로 들어선다.

며칠 전부터 여자의 집앞을 맴돌던 이 고양이가

여자의 눈치를 보는 것 같더니만, 결국..../ 


‘아니야... 내가 아무리 외로워도, 너를 집에 들일 순 없어-’

여자는 현관문을 닫지 않고, 

‘니가 나가지 않으면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거야’

이런 마음으로 가만히 서 있는다.

하지만, 상대도 만만치 않다.


십 몇 초 동안의 대치상태 끝에,

먼저 움직인 건, 고양이 쪽이었다.

‘그래, 그러면 그렇지. 이제 이대로 나가주렴’

여자는 이렇게 생각하며 문을 더 활짝 열었지만

웬걸. 고양이는 여자의 발에 고개를 대고, 벌렁 누워버린다. 

떡고물 묻은 인절미같은 폭신한 두 앞발로 여자의 발목을 감싼 채.


그런데 이상하다. 슬리퍼를 신은 여자의 발 위로

까칠하고 따뜻한 고양이의 얼굴 털이 닿는 순간,

힘들었던 지난 며칠이,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차갑기 그지없던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가

또 다른 체온으로 치유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 /


... 여자는 고양이를 위한, 차갑지 않은 물부터 준비한다.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내 어깨 위의 고양이, 밥>은

길거리를 떠돌며 살던 뮤지션 제임스와,

역시 길냥이었던 고양이 밥의 따뜻한 교류를 보여준다. 


가족들에게 버림받은 제임스가

우연히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게 된 고양이 밥과

본의 아닌 동거를 시작하게 되고, 

조금씩 서로에게 의지하고 사랑하기 시작하면서

둘의 인생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보여준다. 


외롭고, 때로는 비참하기까지 했던 그들의 삶에

그야말로 기적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절로 들기도 하지만-

다시 한 번 말하는데,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


그들에게 일어난 기적같은 변화는, 

어쩌면 이런 것들에서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의지할 곳이 있다는 것, 나를 믿어주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

나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 

그 따뜻함을 나눌 대상이 있다는 것. 


세상은 가끔, 냉혹할만큼 춥다.

사람은 가끔, 날카로울만큼 아프다. 

그러니 가끔, 사람이 아닌 것에서 위로를 받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이 세상에서 의지할 수 있는, 함께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

우리가 아무 것도 포기하지 않을, 충분한 이유가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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