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에세이]
동료의 빈자리를 멍하게 보다가
여자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삐쭉댄다.
무의식적인 행동에 놀라
이내 고개를 흔들고 자세를 바로 잡아 보지만
다시 여자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상념들...
어쩌면 저 빈자리는, 내 자리였을수도 있지 않을까.
이 질문이 바로, 상상의 시작이었다.
동료가 떠맡은 프로젝트에
괜한 미안함에 슬쩍 도움을 주지 않았더라면...
번역 좀 해달라던 동료의 급한 부탁을 거절했더라면....
무엇보다 그 때, 그 프로젝트를 맡으라던 팀장의 제안을
여자가 거절하지 않았더라면....
동료가 지난 연말 받은 인센티브는
여자의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월세살이에서 벗어나 대출 조금 얹어
집을 산 것도, 동료가 아니라 여자였겠지.
무엇보다 동료가 간 본사의 자리는,
어쩌면 여자의 자리가 돼 있지 않았을까.
수많은 경우의 수들이
여자의 머릿속을 어지럽혀
도저히 일에 집중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오늘은 그냥... 조퇴를 신청할까보다.
.........
되돌아보면 지금도 울컥 치밀어오를만큼
아찔하고 아쉬웠던 그 순간의 선택들을 떠올려본다.
그 때로 돌아가, 다시 선택하라고 한다면-
결과를 모르더라도 우리는, 지금과 다른 선택을 할까?
결과를 알더라도 나는,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할까?
카피라이터 김민철은
그의 에세이 <모든 요일의 기록>에서 이렇게 말한다.
<‘만약’은 어디까지나 만약이다.
가보지 않았기에 알지 못하고
선택하지 않았기에 미련만 가득한 단어다.
그 모든 ‘만약’에 대한 답은 하나뿐이다.
‘나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라는 답>
....
"나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렇게 지난 일은 완료형으로 끝내두고-
지금의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어쩌면,
‘그 때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은 아닐 것이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다'고
차라리 노래 한 소절을 흥얼거리며 마음을 비우고
지금 결정해야 할 이 순간의 선택에 대해
조금 더 신중한 고민을 하는 게 맞으리라.
내일 또, 오늘과 같은 후회를 하지 않으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