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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무늬 Sep 16. 2019

내가 지나온 수많은 '만약'들에게

[픽션에세이]

동료의 빈자리를 멍하게 보다가

여자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삐쭉댄다. 

무의식적인 행동에 놀라

이내 고개를 흔들고 자세를 바로 잡아 보지만

다시 여자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상념들...


어쩌면 저 빈자리는, 내 자리였을수도 있지 않을까. 

이 질문이 바로, 상상의 시작이었다. 

동료가 떠맡은 프로젝트에

괜한 미안함에 슬쩍 도움을 주지 않았더라면...

번역 좀 해달라던 동료의 급한 부탁을 거절했더라면....

무엇보다 그 때, 그 프로젝트를 맡으라던 팀장의 제안을

여자가 거절하지 않았더라면....


동료가 지난 연말 받은 인센티브는

여자의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월세살이에서 벗어나 대출 조금 얹어

집을 산 것도, 동료가 아니라 여자였겠지.

무엇보다 동료가 간 본사의 자리는,

어쩌면 여자의 자리가 돼 있지 않았을까. 


수많은 경우의 수들이 

여자의 머릿속을 어지럽혀

도저히 일에 집중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오늘은 그냥... 조퇴를 신청할까보다. 


.........


되돌아보면 지금도 울컥 치밀어오를만큼

아찔하고 아쉬웠던 그 순간의 선택들을 떠올려본다.

그 때로 돌아가, 다시 선택하라고 한다면-

결과를 모르더라도 우리는, 지금과 다른 선택을 할까?

결과를 알더라도 나는,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할까?


카피라이터 김민철은

그의 에세이 <모든 요일의 기록>에서 이렇게 말한다.

<‘만약’은 어디까지나 만약이다. 

 가보지 않았기에 알지 못하고

 선택하지 않았기에 미련만 가득한 단어다.

 그 모든 ‘만약’에 대한 답은 하나뿐이다.

 ‘나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라는 답>


....


"나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렇게 지난 일은 완료형으로 끝내두고-

지금의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어쩌면,

‘그 때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은 아닐 것이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다'고

차라리 노래 한 소절을 흥얼거리며 마음을 비우고 

지금 결정해야 할 이 순간의 선택에 대해

조금 더 신중한 고민을 하는 게 맞으리라.

내일 또, 오늘과 같은 후회를 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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