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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무늬 Sep 17. 2019

내 모든 것을 좋아해주던 한 사람

[픽션에세이]

남편과 두 아이가 휩쓸고 간 자리-

한참 정리를 하다보니

여자도 슬슬 허기가 진다.


밥상을 다시 차리기엔 좀 귀찮고,

간단하게 김치부침개나 해먹을까...

냉장고 문을 연다.


묵은 김치가.. 어딨더라...

냉장고 제일 아래칸, 

낡은 김치통을 꺼내는 순간,

여자는 멈칫한다.


김치통을 열어본다.

훅- / 코로 느껴지는 쉰 냄새.

얼마나 오래됐는지, 거품이 보글보글 끓는다.

여자는 김치 한 쪽을 쭉 찢어 입에 넣는다.

사각사각, 김치를 씹는데,

여자의 눈에선, 눈물이 뚝, 떨어진다.


여자는 눈물을 닦으며

김치통을 다시, 냉장고에 넣는다.

이걸 먹어버리고 나면,

더 이상 이 세상엔, 엄마의 흔적이 남지 않는다.


.... 친정엄마가 해주신, 마지막 김치였다.


..............



보르네오 섬의 한 시골마을, 

오랑우탄 모녀가 강물에 빠졌다.

죽을 위기에 처한 엄마 오랑우탄은,

딸의 몸에 물이 닿지 않도록,

두 팔을 쭉 뻗어, 딸을 물 위로 들어올렸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까...

구조대가 도착해 오랑우탄을 구했지만,

이미 폐에 물이 찬 엄마는, 잠시 후, 세상을 떠났다.


구조된 후에 죽은 엄마를 붙들고 울던 딸 오랑우탄의 사진은, 

SNS를 통해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도 결코 바래는 법이 없는-

세상의 모든 것들 중 가장 따뜻한 마음.

나를 만난 이후부터 모든 순간이 진짜였던-

내 모든 것을 다 좋아해주던, 단 한 사람.


어떤 표현으로도 부족해,

이렇게밖에 부를 수가 없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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