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첫날이다. 봄꽃이 지는 아쉬움이 크지만 어쩌랴! 계절은 제 걸음으로 가고 있는 것을....
푸른 새싹들이 기운차게 돋아나는 생동하는 봄날은 가고 계절의 여왕 오월이 왔다.
읽어야 할 책들이 쌓여 있어 독서하느라 실내에서만 머무니 몸도 마음도 착 가라앉았다. 아내가 강아지를 데리고 창포원에 가자고 채근한다. 의욕이 별로 나지 않고 귀찮은 마음이지만 오월의 시작을 무료하게 보낸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 집 밖으로 나선다.
햇빛을 하루 30분 정도 쬐면 정신 건강에도 좋다고 하는 데, 밖을 나오니 확실히 그런 것 같다. 밝은 곳에 나오니 마음도 환해진다. 바람은 다소 불지만 미세먼지 없는 쾌청한 날이다. 한낮의 강렬한 햇살이 풀 죽은 시각에 강아지를 가방에 담아 자전거에 싣고 중랑천을 달린다.
달리는 길가의 철쭉이 지고 있다. 봄꽃이 지는 아쉬움을 지우는 듯 한편에서는 새로운 꽃들이 피어난다. 가로수로 심긴 이팝나무는 뭉게뭉게 솜사탕 마냥 복스럽게 피어 있고 남색빛이 신비로운 수레국화가 풀숲에 얼굴을 내민다. 무리 지어 피어있는 곳에 새빨간 꽃양귀비도 보인다. 작은 관목이면서 꽃다발같이 우아하게 피는 공조팝나무도 꽃이 한창이다. 언뜻 지나치며 보이는 오동나무에도 보랏빛 종들이 조롱조롱 달렸다. 올해는 아무래도 꽃들이 계절과 무관하게 피는 것 같다. 벌써 아카시아도 꽃송이가 포도처럼 알알이 맺혔다.
수레국화와 꽃양귀비
강변에는 억새와 무성한 풀들로 싱그러움이 넘친다. 버드나무도 초록을 벗고 짙어지고 꽃이 진 벚나무에도 푸른 잎들이 자라나 풍경이 온통 푸르다. 바람이 살랑대며 수면 위를 스쳐 지나간다. 바람이 지나는 길에는 잔잔한 파문이 일며 물결이 쉼 없이 기하학적인 문양을 만들어 낸다. 가끔 보이는 청둥오리와 백로가 한가롭다.
한 시간가량 자전거를 타고 창포원에 도착했다. 녹음이 우거져 그야말로 신록의 숲이다. 아이리스가 주로 심겨 공원 이름이 창포원인데 다행히 타래난초가 이곳저곳에 피어서 이름값을 하고 있다. 울창한 숲 사이의 연못에는 꽃창포가 물가에 자라고 수련도 물 위에 떠 있다. 숲 사이로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 나무와 꽃이 어우러져 휴식을 누리기에는 그만인 공원이다. 휴일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도 꽤 많이 눈에 띈다. 주로 가족단위이고 아기들을 데리고 나온 부부들이 많다. 벤치에 앉아 숲도 구경하고 사람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낸다. 푸른 자연의 싱그러움과 느긋한 여유로움에서 평안이 묻어난다. 강아지도 산책을 즐기며 신이 났다.
창포윈
무료하게 오월을 맞이하려다 공원을 찾아서 몸과 마음을 새롭게 했다. 어쨌든 밖으로 나서면 좋은 계절 오월이다. 부지런히 몸을 놀려 알찬 시간으로 채워 후회가 남지 않는 계절을 맞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