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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에서 만나는 야생화 자주쓴풀

야생화를 찾아 탐사에 나서다

by 정석진

비 오는 남한산성에 야생화 탐방을 나섰다. 야사사 모임에 첫 참여를 하게 된 것이다. 야사사는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6,300여 명의 회원을 거느린 야생화 동호회다.


많이 내린 비로 불편한 나들이가 예상되었지만 큰 기대를 안고 남한산성으로 향했다. 모이는 장소가 연무관으로 400여 년 수령의 거목들이 옹위하여 고즈넉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연무관

연무관은 군사들이 무술을 연마한 곳으로 조선 인조 때 남한산성 축성 시 지어진 건물로 정조 때에는 과거도 실시된 곳이다. 2021년에 보물로 지정되었다.


내리는 비로 연무관 뒤 뜰에는 짙은 운무가 산등성이를 뒤덮어 마치 포근한 이불을 덮은 듯 나무들의 아늑한 숲이 보인다. 처마 끝으로는 낙숫물이 또르륵 떨어진다. 정자에 앉아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고요한 풍경이다.

회원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많은 열매를 달고 있는 참빗살 나무를 만났다. 참회나무와, 사철나무, 회목나무, 화살나무는 전부 노박덩굴과 화살나무속에 속한다. 삭과로 붉은 열매가 비슷하지만 씨앗이 4개고 참회나무는 다섯 개로 다르다. 가지가 찢어질 듯 많은 열매를 달고 있어 생에 대한 열정과 단단한 의지가 느껴진다.

참빗살나무 열매

해설하시는 분의 내공이 대단하다. 숲해설가인 내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다. 식물 학명은 기본이고 식물분류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는 전공도 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식물을 20여 년이나 공부했다. 웬만한 식물학자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깊은 식견을 지녔다.


400살이 넘은 느티나무 수피에 푼지나무가 자란다. 노박덩굴과 거의 흡사하나 잎끝이 갈라져 다르고 덩굴손이 없고 흡근으로 수피에 부착하여 산다.

식물들을 세세하게 배우는 현장이다.

푼지나무

발길을 옮기며 낯 모르는 식물을 질문할 때마다 자동응답기처럼 곧바로 답을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길가의 굴피나무가 있어서 독특한 열매를 보고 나무를 익힌다.

굴피나무

남한 산성으로 산길을 접어들었다. 비에 젖어 길이 축축하다. 재빠르게 다음 계절을 준비해 잎을 떨군 나뭇잎들을 밟으며 걷는다. 가을이 담긴 산에도 야생화가 피어 있다. 쇠별꽃. 산괴불주머니, 묏미나리가 차례대로 모습을 보이고 흐린 날에 처연하게 흰빛을 두른 서양등골나물은 여기저기 무더기로 피었다.

쇠별꽃/선괴불주머니
묏미나리
서양등골 나물

오늘 만날 주인공은 자주쓴풀이다.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꽃이 산마루에 있는 산성 자락에 자생하고 있어 그 꽃을 찾아가는 탐방 길이다.

산등성이에 올라서니 발아래 운무가 강처럼 흐른다. 가을빛을 살짝 머금은 산봉우리가 구름 속에 숨었다가 얼굴을 내민다. 아무도 없는 성벽길은 조금은 쓸쓸하다.

남문옹성 밖으로 내려가기 전 풀이 우거진 터에 꽃들이 가득하다. 쇠서나물이 꽃 몇 송이를 빼고 다 씨앗을 달고 있고 산국의 풍성한 꽃송이들이 한 무더기로 자랑스럽게 빛난다. 제철을 지난 미국쑥부쟁이도 몇 송이 꽃이 부끄러운 듯 남아 있다. 개쑥부쟁이는 청초한 자태를 뽐낸다.

쇠서나물
산국 / 미국쑥부쟁이

남문 옹성밑에 자주쓴풀이 산다고 하는데 꽃과 풀을 다 베버려 잔디만 남아 휑 하다. 찾아온 꽃을 못 보게 되었구나 걱정을 하며 내려가니 방아풀이 당당하게 자리를 지키고 보랏빛 꽃을 탐스럽게 피우고 있다. 꽃향유도 꽃이 소담스럽다. 가을이라도 꽃들이 심심찮게 피어 산행의 즐거움을 준다.

방아풀
꽃향유
개쑥부쟁이

다행히 성벽 틈 사이로 자주쓴풀이 있었다. 보자마자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산마루 높은 구별된 장소에 귀족의 풍모를 지니고 빼어난 자태를 가진 꽃이 있었다. 별 모양의 다섯 장으로 구성된 연한 자줏빛 꽃잎 바탕에는 일일이 그려놓은 듯한 선명한 선이 도드라진 꽃송이들이 사이좋게 모여 피었다. 보는 방향에 따라 색 다른 매력이 있다. 같은 과의 꽃인 용담의 분위기도 묻어난다. 이처럼 눈길을 사로잡는 꽃을 보게 되어 감동이 일었고 빗속을 헤치고 산을 오른 보람이 차고도 넘쳤다.

자주쓴풀

계절의 가는 길목에서 다채로운 야생화의 향연을 마음껏 누렸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예쁜 야생화들이 많은 줄 알았지만 전문가들과 함께 오늘처럼 직접 자생지를 찾아 생화를 만나는 일은 색다르고 놀라운 경험이었다. 특히 자주쓴풀의 아름다움은 황홀했다. 행복한 만남을 가슴에 담는다. 참으로 흐뭇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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