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가 들려주듯 파랑새는 저 멀리 있지 않고 우리 근처에 있다. 서울이라는 도시에 살면서 숨겨진 명소가 곳곳에 있음을 오늘도 새롭게 깨달았다. 서울은 참 근사한 도시다. 메가시티인 도심 가까이 멋진 산들이 둘러싸고 있고 시내를 널따란 한강이 가로지른다. 강안에는 잘 다듬어진 한강 공원들이 늘어서 있고 시내에는 고궁이 터를 잡아 옛날이 현재와 공존하고 있다. 드문 드문 섬처럼 남산 같은 작은 산들이 섭섭하지 않게 푸른 자연을 베풀고 있다.
오늘도 합창단에서 야유회 장소로 사전 답사차 단장님과 지휘자님을 비롯한 5명이 함께 서울의 새로운 곳을 방문했다. 서울 함공원이 그곳이다. 인근에 위치한 월드컵 경기장에 있는 하늘공원도 함께 방문했다.
서울 함공원은 월드컵 공원 인근 망원동에 위치한 전함을 전시한 공간으로 서울함과 참수리호와 잠수함, 3척의 퇴역 군함을 이용하여 조성한 함상 테마파크다.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을 방문한 날,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먼저, 잠수함을 그대로 활용하여 건물이 지어져 있어 눈길을 끈다. 전시된 잠수함은 특수 작전 임무를 수행했던 전장 25미터, 전폭 2.1미터로 190톤급 규모의 돌고래급 잠수함으로 날렵한 위용을 선보인다. 난생처음 잠수함을 직접 눈으로 보았을 뿐 아니라 내부에 들어가 볼 수 있어서 경이로웠다. 내부에는 복잡한 많은 기계 설비로 가득했고 생활 편의 시설이 다 갖춰져 있었다. 잠수함을 관람하고 돌아본 건물 내에는 홍보 시설과 해군모가 비치되어 사진을 추억으로 남길 수 있어서 좋았다.
잠수함
잠수함 실내
양화대교가 바라보이는 강에 정박해 있는 서울함은 1,900톤급으로 전장 102 미터, 전폭 11.3미터의 호위함으로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운항하던 그 당시를 볼 수 있었다. 직접 전함에 올라 4층으로 된 선내를 일일이 오르내리며 전탐실, 함장실, 레이더실, 침실을 돌아보았고 장착된 포탄과 실탄도 구경할 수 있었다. 직접 만져보고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신기했다. 선내에서 밖으로 나가 선두에서 본 풍경도 나름 멋이 있었다. 특히 닻이 달린 어마어마게 굵은 쇠사슬이 배의 규모가 엄청나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었다.
서울함
서울함
참수리호는 고속정으로 연평해전에 참전한 동급 기종으로 전장 37미터, 전폭 6.6미터 크기의 130톤급이다. 서울함에 비해 아주 작은 배로 내부도 단순했다.
참수리호
서울 함공원을 돌아보고 월드컵 공원 내에 있은 농수산물 센터에서 싱싱한 회와 매운탕으로 점심을 먹었다. 다음 일정으로 점심 후 하늘공원으로 향했다.
하늘공원은 알려진 대로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을 자연생태계로 복원한 곳이다. 5만 8천 평의 너른 공원은 서울도심에서 만나기 힘든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해 준다.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했지만 지휘자님이 피곤해하셔서 맹꽁이 전동차를 이용했다. 울창한 숲길을 전동차로 달리는 기분은 날아갈 듯 상쾌했다. 이곳이 전에 쓰레기로 뒤덮인 곳이라는 사실을 전혀 믿을 수 없을 만큼 천혜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스스로 복원하는 자연의 놀라운 힘을 느낀다.
하늘공원 오르는 길
정상에 올라가니 지평선이 보인다. 푸른 억새로 가득한 초원이 펼쳐져 눈이 시원하다. 유채꽃밭이 자리 잡았지만 널따란 초원이 압도적인 풍광으로 다가온다. 억새밭 주위에는 아카시아가 숲을 이루며 꽃송이를 주렁주렁 달고 매혹적인 향기를 바람에 실어 나른다. 찔레꽃도 이에 질세라 만개하여 장미향보다 더 유혹적인 내음으로 후각을 사로잡고 있다. 눈과 코가 즐거운 시간이다.
잘 다듬어진 산책로를 따라 담소를 나누며 걷는 길은 그 자체가 힐링이다. 수풀사이에 한가득 피어난 애기똥풀의 군락도 주변 풍경과 잘 어울린다. 아카시아와 찔레 향과는 또 다른 강렬한 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보랏빛 가녀린 꽃송이가 온통 뒤덮여 피어있는 댕강나무가 그 주인공이다. 새로운 꽃과 향기를 만나는 즐거움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했다. 끝없이 펼쳐진 산책로는 즐기며 걷기에 그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찔레꽃/아카시아
댕강나무꽃
한강이 바라다 보이는 전망대는 또 다른 볼거리다. 우거진 숲 아래로 잔디 깔린 공원이 보이고 그 너머 푸른 한강 위로 새로 건설된 월드컵 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유럽의 아름다운 풍광과도 충분히 비견되는 평화로움이 풍겨 나는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산책로 중간에 비치된 나무 그늘 아래 평상에 앉아 지친 다리를 쉬며 꽃들의 향기에 온몸이 취한다. 더할 나위 없이 참으로 근사한 시간이다.
새둥지
서울 도심에 이렇게 좋은 장소가 있음이 너무 감사하다. 신기한 전함을 만났고 푸른 지평선을 보았다. 천국은 침노하는 자의 것이라는 성구가 있다. 발품을 찾아 나서면 의외의 보물을 얼마든지 건져 낼 수 있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선물을 찾아 부지런한 오월을 보내야겠다. 좋은 사람들과 아름다운 장소에서 행복한 추억 하나를 만든 참 즐거운 날이다. 오월은 진정 멋진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