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책을 빠르게 읽어나갔다. 분량도 적지 않은 책이었다. 주제도 만성질환에 대한 이야기여서 무거웠다. 내가 알지 못하는 질병의 세계를 탐사하고 온 느낌이다.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아픔과 고통이 없는 평범한 매일의 감사가 물밀듯 밀려온다.
사람은 참 단순한 존재다. 비교가 되어야 무엇인가를 이해하게 되고 깨닫게 된다. 지독히 아팠던 그녀의 삶이 대조가 되어 나는 얼마나 건강한지를 새삼스럽게 깨달은 것이다. 조금은 이기적이고 얄팍한 마음가짐이라 미안한 마음도 든다.
그녀가 겪은 그리고 겪고 있는 아픔이 그대로 전해졌다. 사람들은 결코 타인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하지만 그들의 상황은 이해 불가다. 특히 의료계에서 그 상황은 더욱 그렇다. 환자의 이야기를 의사가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과학이 주는 드러난 결과만을 가지고 아픈 환자를 이상이 없다고 쉽게 결론을 내려버린다. 고통은 그저 환자의 몫일 따름이다.
그녀는 정의할 수 없는 질병으로 생사를 오가는 삶을 살았다. 증상에 따른 치료는 언 땅에 오줌누기처럼 좋아지는 듯하다가 더 심해지는 상황이 반복이 된다. 전형적인 만성질환자로 복합적인 질병을 앓고 있다. 어느 누구도 속 시원하게 그녀의 질병을 정의해 주지 못한다. 환자로서는 답답하고 미칠 노릇이다.
발진으로 시작된 그녀의 병은 자가면역 질환에서 라임병까지 수많은 질환을 앓는다.
그녀는 견뎌내기 어려운 고통을 감내하며 다양한 치료를 받는다. 최신 치료법뿐 아니라 대체의학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어느 시술도 그녀를 고통에서 구해주지 못한다.
그 과정 중에도 그녀는 글을 쓰고 가르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의 심연 가운데 머무르며 삶은 계속 이어진다. 그녀의 남편 짐의 헌신도 놀랍다. 그녀가 그래도 운이 좋은 것은 경제적인 힘과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녀가 앓는 질병은 유전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누구라도 앓을 수 있는 병이다.
이 책을 읽어나가며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단어를 분명하게 익힌다. 장내 미생물이 우리 건강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이 아주 분명한 사실이라는 점이다. 그녀도 항생제 투여로 말미암아 파괴된 마이크로바이옴 환경을 재건하기 위해 건강한 사람의 분변을 이식받는다.
그녀는 고난의 행로 중에도 두 아이를 낳는다. 참으로 경탄스럽다. 하지만 그녀는 서사를 완성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완전히 낫질 못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여전히 아프다. 그럼에도 그녀의 삶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원치 않는 질병을 만날 것이다. 온전히 낫지 못하면서도 삶을 지속하는 지혜를 그녀를 통해서 얻는다. 아울러 그녀의 경험담을 들으며 타인의 고통을 예전보다는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바른 삶의 태도로 건강을 지켜나가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무너질 수는 없다. 그녀가 일러준 용기다.
"견딜 수 없지만 그래도 나는 견딘다."
"지혜는 파멸과 조우에서 입은 상처와 이어진 지식이다."
"결국에 가장 의미 있는 것은 우리 사이의 유대감이다."
"내가 배운 것은 요약이 안되고, 뻔하고 유용한 말로도 바꿀 수 없다. 오히려 땅 위의 반짝임, 햇빛을 받은 암석의 운모를 닮았다. 나는 언제나 그 해를 바라보려 한다. 흰 눈처럼 반짝이는 빛 속을 떠돌며, 통제할 수 없는 경외감에 빠지려 한다. 그렇다고 이런 마음가짐이 병의 선물이라는 말은 아니다. 병은 선물일 수 없다. 병은 그렇게 구체적이고 단단하지 않다. 하지만 이것이 병의 현실일 수는 있다. 병이 몰고 오는 날씨, 발밑이 흔들리는 그 느낌은 바다여행을 다녀와서 단단한 땅을 밟아 본 사람만이 온전히 알 수 있을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