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일기

정원의 쓸모-독서일기

수스튜어트스미스 -흙 묻은 손이 마음을 어루만지다

by 정석진

정원 가꾸기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졌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동경이 열망으로 바뀌었다.

단순히 취미활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망가진 정신을 회복시키고 연약해진 신체를 소생시키며 삶의 깊은 의미를 깨닫게 만들어 생기 있는 삶을 살게 하는 원천이 되는 활동이 바로 정원에 있다.


이 책은 관념적인 글이 아닌 수많은 학자들의 연구와 임상사례를 근거로 써 내려간 정원 가꾸기 찬가는 감동을 넘어서는 경이로움이다.

벌개미취/ 동자꽃

책 제목이 정원의 쓸모인데 책이 담고 있는 중후하고 심오한 가치를 너무 피상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조차 들게 한다. 부제인 '흙 묻은 손이 마음을 어루만진다'가 오히려 책을 잘 표현한 제목 같다.


작가의 할아버지가 전쟁포로로 겪은 심각한 트라우마를 흙을 만지고 작물을 가꾸며 나무를 기르는 것을 통해 치유받았으며 죽음의 문턱에서도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평화롭게 영면했다는 이야기로 책은 시작된다.


풀과 꽃과 나무와 곤충과 동물과 바람소리 물소리까지 포함된 자연은 정신적 육체적인 질병뿐 아니라 죽음을 목전에 둔 이들에게도 필요한 마음의 안식과 평안을 제공한다.


단순히 창 밖에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를 보거나 화병에 꽃이나 화분의 식물까지도 환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음을 많은 사례들이 입증하고 있다. 환자들에게 선물로 전해 준 많은 것 중에 진실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것은 단연 꽃이 차지했다. 병균 전염의 위험으로 꽃을 금지하는 일은 배보다 배꼽을 크게 보는 일이다.

병원의 환경도 현대적이고 청결한 것이 최선이 아니다. 자연이 곁에 머무는 환경이라야 한다. 정원의 존재 유무가 환자들의 상태에 큰 차이를 가져왔다.


정신 분석학의 아버지 프로이트의 정원 사랑은 정말 놀랍다. 그가 말년에 구강암으로 수많은 수술로 고통을 겪으면서도 아름다운 정원이 주는 힘으로 이겨내며 평온함을 잃지 않았다. 심지어 죽음을 앞두고도 정원을 떠나지 않았던 그의 사랑은 참으로 절절하다.


교도소에서 정원을 가꾸며 사람들이 교화되는 과정도 놀랍다. 평소에 한 번도 흙을 만져보지 못한 이들이 흥미를 가지게 되고 정원을 가꾸며 내적으로 변화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또 다른 이야기는 타 학교에 비해 현저하게 학습능력이 뒤떨어진 학교에서 정원 가꾸기를 하며 학업 성취도가 향상되는 결과가 빚어진다.


어느 것에서도 관심과 열의가 없어 우울증을 앓던 이들도 정원을 가꾸며 삶에 흥미가 생겨나고 치유되는 모습도 감동이 아닐 수 없다.


그야말로 정원은 만병통치약이다. 그래서 집에서 가꾸는 화초들이 갑자기 소중한 존재로 다가온다. 텃밭을 가꾸기를 예전에 했다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미뤘는데 반드시 해야 할 중요한 일임을 깨닫는다.


자연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다. 정원은 그 자연을 이웃으로 두는 일이다. 푸른 생명은 우리를 싱그럽게하는 원천이다. 인식은 하고 있었지만 자연이 이토록 사람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이 정말 놀랍다. 자연을 더욱 가까이하고 사랑하며 소중히 가꾸고 지켜야할 유산임을 절절히 느낀다.


천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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