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는 것은 내게는 흥미로운 일이다. 다방면에 호기심을 가지는 까닭이기도 하다. 거기에 더하여 삶의 지혜와 감동이 담겨있으면 기쁨도 크다.
숲해설 교육을 받으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많은 내용을 배우고 느낀다. 초면에는 나무와 풀만을 다루는 줄 알았는데 환경과 곤충, 조류, 포유류까지 포함하여 배운다. 까마득한 어린 시절에 배웠던 기초적인 사실을 겨우 알고 있다가 전문가의 깊은 지식을 만나게 되니 흥분도 되고 새롭게 깨닫게 되어 감동도 인다.
숲해설가가 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평소에 접하기 어려웠던 지식과 지혜를 만나는 즐거움이 자못 크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는 순간이다.
한 분야에 삶을 헌신하여 살아가는 이들을 전문가라고 부른다. 숲해설 수강은 이러한 분들을 많이 만나는 시간이다. 많은 이들이 가지 않는 외로운 길을 한결같이 걸어온 그분들의 삶 자체가 귀한 가르침이다.
포유류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조금은 의아스러웠다. 우리가 사는 숲에서 포유류를 얼마나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점이 하나의 이유였고 겨우 알고 있는 것이 젖먹이 동물이라는 것뿐인 문외한의 분야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실내수업이라고 해서 기대하는 마음도 없었다.
수업을 듣고 나서 배우는 일에도 늘 겸손해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매양 하는 생각이지만 생태 분야의 전문가들은 순박하면서 강단 있는 분들이다. 그러면서 가슴이 따뜻하고 유머가 있다. 포유류 선생님도 그러셨다.
교육 시간은 편견을 깨는 시간이었고 동물들의 놀라운 삶을 만나는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비록 슬라이드로 봤지만 담비가 고라니를 사냥하는 야생의 생생한 현장과 기가 막히게 나무를 타고 순간 이동을 하는 담비의 민첩함과 유려함을 보고 탄성을 질렀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지만 우리 곁에 멀쩡하게 살아있는 자연의 생태를 만나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사실도 있었다. 맹수라고 불리는 사자나 호랑이 같은 육식을 하는 동물과 풀을 주식으로 하는 초식동물 중에 누가 사람을 더 많이 해할까? 아마도 열이면 다 맹수들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답은 정반대다. 초식동물로 인해 사망하는 비율이 맹수들보다 거의 60배가높다고 한다. 그 이유가 자못 흥미롭다. 맹수들은 새끼일 때 어미에게 학습을 받는다. 어미에게 가볍게 물리는 경험을 통해 위험을 몸으로 경험하고 경계를 배운다. 하지만 초식동물은 위험을 전혀 모른다. 그래서 몸을 사리지 않는다. 초식동물이 훨씬 더 위험한 이유다.
가장 감명 깊은 이야기는 늑대들에 관한 것이었다.
늑대들은 여타 동물들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고도의 사회생활을 하는 무리다. 늑대의 우두머리는 용맹이나 포악함이 아닌 지혜와 경험이 뛰어난 개체가 리더가 된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 아닐 수 없다. 추운 겨울이 되어 먹이가 부족해지면 리더는 먹이를 찾으러 홀로 나선다. 대다수 무리들이 불필요한 기력을 소모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나머지 무리들은 따스한 굴에서 쉬면서 우두머리의 하울링만을 기다린다. 그러다 먹잇감을 발견하면 하울링을 통해 함께 협력하여 먹이를 사냥한다. 리더의 지휘 아래 사냥이 이루어지고 최후의 가장 위험한 공격은 우두머리의 몫이다. 사냥이 끝나면 우두머리라고 해서 먹이를 독차지하지 않는다. 가장 맛있는 부위를 먹지만 다 같이 함께 양껏 배를 채운 후 새끼들과 사냥에 참여하지 않은 늑대들에게 토해 내어 다른 개체를 먹인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진정한 공동체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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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놀라운 점은 늑대가 짝을 만나게 되면 평생을 1처 1부제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그만큼 깊고 크다. 배우자가 약해져 죽음을 앞두게 되면 내 버려두지 않고 3개월 여 동안 돌본다고 한다. 그러다 돌보는 배우자도 약해져 함께 죽는 경우도 생긴다. 배우자가 사망을 하면 남은 삶을 홀로 살아간다. 이런 면들은 오히려 사람을 뛰어넘는 숭고한 사랑이 아닐 수 없다.
늑대는 젖내가 나는 동물은 어떤 개체도 해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연유로 야생에 버려진 아기가 늑대에게 길러지는 것이다. 모성의 본능이 자기 개체에만 국한되지 않는 것이다.
늑대의 특질을 들으며 사람보다 훨씬 나은 수준과 경지를 보여준다는 생각이다.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늑대와 비교해 보면 과연 그럴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사람들은 겸손한 태도로 계속해서 자연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알면 알수록 참으로 놀랍고 경이로운 자연의 세계다. 신선한 교육을 통해 앎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큰 기쁨을 오늘도 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