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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그물(THE WEB OF TIME)

THE SPACE HOHWA 김병주 작가 개인 전시회를 다녀와서

by 정석진

THE SPACE HOHWA 화랑에 가면 실망하는 법이 없다. 언제나 기대 이상이다. 늘 빼어난 작가들과 뛰어난 작품들을 만나는 즐거움을 맛본다.


그간 바쁜 일정으로 한동안 화랑을 들르지 못했다. 그러다 시내에 볼 일이 생겨 나간 김에 잘 알고 지내던 성공회 수녀님도 뵙고 즐거운 만남을 뒤로하고 짬을 내어 화랑도 방문하게 되었다.


이번 THE SPACE HOHWA에서는 김병주 작가의 개인 전시회로 주제는 시간의 그물 (THE WEB OF TIME)이었다. 감상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이렇게 될 것 같다.


신선했고 경이로웠고 흥미로웠으며 환상적이었다.

작가는 조소과를 나왔지만 작품의 기반은 건축학이고 구조 공학이었다. 정교하게 짜인 무수한 직선의 연결을 통해 3차원의 매우 복잡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지극히 단순한 미묘한 구조물을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보면 입체감이 두드러져 그림자까지 대칭으로 보이는 작품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직선만을 온전히 사용해서 단조롭고 답답해 보일 것 같아도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고 오히려 곡선이 주는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아마도 그라데이션 색조가 빚는 농담이 주는 효과가 아닐까 나름 생각해 본다.


매양 느끼는 거지만 예술의 길은 결단코 쉬운 길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작가에 따라 상대적으로 편한(?) 작업을 하는 분들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김병주 작가도 정말 어려운 길을 가는 분인 것 같다. 작품이 담고 있는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얼른 보아도 어마어마하게 정교하고 복잡한 수많은 선을 연결하여 만든 작품은 그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열을 들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빚어내는 것은 아닐까?


작품은 보는 방향에 따라 저마다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정면으로 보면 정확한 비례로 정교하게 그려진 평면도로 보인다. 아울러 중첩되어 축적된 작품 중심의 진한 색조는 꼭짓점 같은 몰입감을 불러온다. 발걸음을 옮기면 입체감이 느껴지며 중첩된 무수한 직선들이 여러 층의 복잡한 구조물로 다가온다. 그러다 작품의 끝에서 바라보면 그림자까지 투영이 되어 더욱 선명한 입체감이 주는 감동을 받는다. 사차원의 새로운 세계에 접어든 느낌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보았던 시공간을 초월한 공간처럼.

경이로운 작품이 주는 감성에 푹 빠졌다. 신기하게 직선의 구조물 같은 작품에서 모차르트의 경쾌한 가락이 느껴진다. 연한 물감으로 그려진 수채화의 경쾌함도 있다. 참으로 흥미로운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색조로 변화를 준 동일한 형식의 세 작품이 가장 마음을 끈다. 큐레이터 설명으로는 최근 작업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에 반해 다른 작품들은 다양한 컬러로 회화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도회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겨 나는 작품이다. 왠지 우리가 살고 있는 고층빌딩의 외양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래도 밝은 색조를 담아서인지 삭막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중첩의 또 다른 의미를 담는 작품도 있다. 조각적 평면이라는 작품으로 여러 작품을 앞 뒤로 배치하여 중첩되게 함으로써 겹침을 통해 전혀 새로운 시야를 선사한다. 작품 하나 만으로도 입체감이 담겨 공간 속에 빠져들게 하지만 중첩하여 보이는 다층의 시공간은 보는 이로 아주 낯선 세계를 만나는 경이로움을 맛보게 한다.

흥미로운 작품도 눈길을 끈다. 서울의 주요 건축물을 테마로 작업한 대작이다. 서울역, 독립문, 구 서울 시청, 남대문을 원근감을 담아 구현한 작품으로 건축물이 지닌 본연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여 보여준다.

오랜만의 화랑 나들이가 참 좋았다. 작품을 감상하는 내내 행복한 시간이었다. 전시장에 사람들이 거의 없어 오롯이 홀로 몰입하여 관람할 수 있어서 더 좋은 시간이었다. 이 좋은 작품을 많은 이들이 찾아와 즐겼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쉽게도 전시회가 거의 마치는 시간이다. 작가의 많은 작품이 공공기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하니 만나게 되면 매우 반가울 것 같다.


미술에 대한 조예가 없어 부끄럽게도 아주 얕은 감상일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어쩌랴! 미술 작품을 만나는 기쁨이 이리도 큰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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