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석진 Sep 25. 2023

하루를 그리다

비 오는 날 스케치

비 오 날 브런치에서 알게 된 작가님과 오프라인 만남을 갖게 되었다. 글로 소통하다 생각하는 방향과 글이 마음에 들어 몸과 눈으로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약속 장소를 어디로 할까 생각하다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성공회 정오의 음악회를 함께 보는 것으로 잡았다. 작가님도 흔쾌히 동의를 해서 오전 11시 30분에 성공회 성당 입구에서 만났다.


전철로 먼저 가서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빗물에 맑게 씻긴 성당의 붉은 지붕이 선명하다. 흐린 날임에도 빗물이 반사되어 반짝인다. 뜰에는 배롱나무 꽃이 처음 보는 봄꽃처럼 환하다. 비는 흐릿한 분위기를 조성하지만 식물들에게는 화창한 날인지 꽃들이 생글거린다.


새우 두 마리가 들어간 뜨끈한 해물순두부로 점심을 먹었다. 밥을 함께 먹으며 여행과  살아가는 이야기가 꽃핀다.


음악회가 12시에 시작인 줄 알고 서둘렀는데 20분의 여유가 있었다. 오늘 연주회의 레퍼토리는  피아노, 비올라, 클라리넷으로 구성된 트리오 실내악 연주로 '로맨틱한 비올라의 선율'이 타이틀이다.


비올라의 묵직한 울림이 서정적인 가락에 실려 불안한 떨림을 전한다. 피아노는 비올라를 안으며 마음을 어르듯 달랜다. 부르흐가 작곡한  곡과 비외탕의 곡이 비 내리는 가을의 서정을 한껏 돋운다.


피아노의 두드림과 비올라 현이 주는 마찰음과 또 다른 클라리넷의 음색은 부딪힘 없이 흐르는 부드러움이 마치 거친 면이 매끈해진 조약돌의 소리로 편안함을 전한다. 아늑한 성당에서 흘러넘치는 감성의 시간이 강물처럼 흐른다.

짧은 음악회를 마치고 길 건너 미술관을 들렀다. 서울프레스센터의 THE SPACE HOHWA의 기획전 SOUL BLINDNESS 다. 장정영과 안드레아스 가이셀하르트의 콜렉티브 프로젝트 그룹인 아뜰리에 잭 전시다.


이번 전시는 영화 Soul Blindness의 시각인식불능증이라는 병을 앓는 인물이 일상에서 겪는 혼란한 상황을  모티브로 설치 미술과 조각을 통해 실제 눈으로 보는 대상의 실체와 주관적인 자각을 통해 실제의 간극을 주목해 복잡한 세상의 진실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질문을 던진다.

투명한 큐브들이 줄줄이 달려있는 풍경은 마치 모빌을 보는 듯하다. 작은 큐브에는 일상의 모습이 아크릴 페인팅으로 담겨있다. 이 작품에서  일상들이 줄로 이어져 한편으로는 우리의 삶이 전능자의 손안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 삶에서도 보이는 것이 다 진실일 수 없다. 얼마든지 다를 수 있고 우리 사고 영역이 넓어 보여도 편협한 사고 일 수 있다. 한 무더기의 큐브들이 개인의 삶을 통째로 웅변하고 있는 것 같다.


작품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봄을 통해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다시금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하루가 음악과 미술이 버무려지고 새로운 만남의 대화로 익어간다. 누군가를 알게 된다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내 삶의 영역이 조금 넓어졌다. 미술관 지하에 있는 찻집에서 쌉싸름한 십전대보탕을 마시며 만남을 마무리 지었다. 여전히 비가 내린다.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에세이 #성공회정오음악회 #만남 #THE_SPACE_HOHWA #전시회 #SOUL_BLINDNESS #글로다짓기 #글로다짓기66일챌린지

매거진의 이전글 후배에게 나누는 독서와 글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