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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Nov 20. 2023

지각은 인식의 차이로 빚어진다

시간을 대하는 나의 자세

시간이라는 개념은 참으로 모호하고 신비롭기까지 하다. 분명히 물질적인 계량이 가능함에도 주관과 환경에 따라 느껴지는 감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굳이 상대성 원리를 떠올리지 않아도 수많은 경험들이 이를 말해 준다.


오늘 아침에도 신기한 경험을 했다. 자다가 깨서 화장실에를 갔는데 잘 떠지지 않는 눈으로 시간을 가늠해 보니 오전 3시였다. 그래서 다시 느긋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 알람 시간 까지는 두 시간이나 남았기에 편한 마음으로 다시 잠들었다. 그래서 까무룩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곧바로 알람이 울렸다. 분명히 두 시간 전이라는 인식이 너무도 선명함에도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갔나? 하는 의문이 문득 들었던 것이다.


놀라움이 잠에 취해있던 흐릿한 의식을 깨웠다. 시간이 주는 변화무쌍한 느낌에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곧바로 일어나 책상에 앉아 모닝페이지 쓰기를 하며 머릿속에 떠오른 시간에 대한 생각들을 마구 휘갈겨 썼다.  

노박덩굴 열매

시간에 너무 휘둘리고 끌려다닌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도 교회에 중요한 모임이 있었는데, 제시간에 참석을 하지 못했다. 늘 충분하다는 소의 사고가 느지막이 준비를 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모임 시간이 임박하게 되고 마음은 조급해져 늦게 되는 것이다.


평소에도 늦는 것이 습관화되다시피 해서 대수롭지 않게 행동을 하곤 했는데, 어제는 매우 부끄러웠다. 모임 장소에 모두 다 앉아있었고 빈자리를 찾느라 허둥대는 내 모습이 초라했다.


근자에 들어서 이렇게 지각하는 일이 더 빈번해졌다. 아예 습관이 된듯하다.


최근에 읽은 책에서 약속을 중히 여기는 삶의 중요성을 보았다. 시간도 중요한 약속이다.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사람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면 이는 더욱 자명해진다. 나 자신도 남이 늦게 되면 절대 곱게 봐지지 않는다. 늦은 상대를 비난하는 마음이 뭉게뭉게 일어난다. 그런데 내가 늦으면 핑계와 이유가 있고,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는 자위를 해버린다.


왜 그렇게 늦는 것일까?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시간에 대해 지나치게 느긋한 점이 그 원인이다. 늘 많은 시간이 주어졌다고 여긴다. 그래서 막상 준비하다 보면 내 생각과는 다르게 남은 시간은 바닥이 나고 마음만 조급해지는 순간을 반복해서 맞는다.


충분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이런 결과를 빚는 것이다.

시간에 대해 좀 더 계량적인 계산을 하는 삶이 내게는 필요하다. 이쯤이면 대충 되겠지 하는 안일한 사고를 버릴 필요가 있다. 냉철한 대처가 있어야 한다. 그간 시간이 건네는 달콤한 속임수에 번번이 당하며 사는 어리석음을 청산해야겠다.


내게 준비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간다. 내 사전에 시간의 여유란 없다. 부족한 것을 오도하지 말고 냉철히 대처해서 오늘부터 달라지고 싶다. 시간에 끌려다니지 않고 시간을 다루며 사는 삶. 오늘이 바로 그 시작이다.

#에세이 #시간 #인식 #사고 #근면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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