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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Dec 18. 2023

가족의 시간은 지금 뿐이다

자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즐거움

아이들이 자라 성인이 되면 함께 자리하기가 어렵다.

저마다의 삶이 있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부화한 아기 새들은 부모 품 안에서 알뜰히 보살핌을 받는다. 어미들은 새끼들을 양육하느라 쉴 새가 없다. 지극한 정성이다. 그러다 이소 할 때가 온다. 성체가 되어 독립하는 것이다. 그때  어미는 단호해진다. 미련도 없고 주저함도 없다.


반면에 사람들은 자녀가 장성해도 쉽게 부모를 떠나지 않는다. 부모들의 마음은 여전히 애틋하지만 다 자란 자녀의 마음은 달라진다. 그들은 여전히 아기 새에 머문다. 그래도 부모들은 한결같다. 양육할 때 지녔던 새들의 부모로서 심정이 변하지 않는다. 때로 자녀가 툴툴거리고 성질을 부리면 당장 독립시키고 싶지만 그때뿐이다.


자녀들은 부모와 함께 살지만 전처럼 살가운 정을 누리기 어렵다. 그들은 긴밀함보다 적당한 거리 두기를 좋아하고 지나친 관심은 싫어한다. 그들의 최우선 관심 대상은 친구들이다. 부모는 자녀의 행동거지 모두가 궁금하지만 자녀들은 이를 간섭으로 여긴다. 하는 수 없이 부모는 자녀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


같은 공간에 같은 마음을 가지고 함께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부모들의 바람만 간절하다. 가끔은 정을 나누기도 하지만 지속하기 어렵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만약 부모가 타인에게 폐가 되는 행동을 하게 되면 절대 그냥 넘기지 않는다. 반드시 심한 면박이 뒤따른다. 부모 입장에서는 대단치 않게 보여도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기분은 나쁘지만 가끔은 어른들도 배워야 한다.


그러다 간간이 예외적인 시간이 찾아온다. 특별한 날이 선물처럼 주어진다. 이 시간은 정말 소중하다. 그럴 때는 환경도 중요해진다. 가능하면 집 밖으로 나가야 한다. 위가 달라지면 마음도 따라 변한다. 느긋해지고 마음이 넓어진다.

능이 오리 백숙


스스럼없이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심지어 마음에 있는 깊은 이야기도 길어 올릴 수 있다. 밖에서는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리기 때문이다. 부모들에게는 그들에게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할 모처럼의 기회다. 그간 궁금했던 사항들도 해소되는 순간이다. 물론 새로운 걱정도 안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가족이란 그런 것이다. 기쁘고 힘들었던 이야기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나누는 사이가 가족이다.


그 시간에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과 고민을 함께 나눈다. 부모의 걱정과 염려도 들려준다. 서로에게 위로와 격려가 따른다. 앞으로 희망을 이야기하며 꿈도 들려준다. 맛있는 음식이 더해져 시간은 더 풍성해진다.


식사 후에는 카페를 찾아간다. 이야기는 이어지고 소윈 했던 마음들이 하나가 된다.


자녀들이 결혼해서 독립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보고 싶다고 언제든 찾아갈 수 없다. 그야말로 짝사랑의 순간이다. 안타깝지만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직 시간이 있을 때  마음껏 마음을 나누고 후회 없이 사랑할 일이다. 모든 기회를 지혜롭게 선용해야 한다. 지금은 다시 오지 않을 귀중한 순간이다.


#에세이 #가족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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