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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Dec 21. 2023

글쓰기-합창단 공연 사회자 진행 멘트

동대문아버지합창단 제5회 정기공연 사회자 진행멘트를 써보기

한국 사람들은 유독 노래와 춤을 좋아한다. 나도 그 피를 물려받아서인지 노래를 듣는 것과 부르기를 즐긴다. 아쉽게도 춤은 젬병이다. 하지만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하는 막춤에는 자신이 있다. 내게도 우리 민족의 DNA가 엄연히 흐른다는 반증이다.


우연히 합창단원 모집 공고를 접하고 용감하게 문을 두드렸다. 그렇게 합창단에 참여를 하면서 정기공연을 3번째 하게 되었다.


단원들의 부침이 많은 중에 총무를 맡았다. 그간 꾸준한 참석으로 인해 저절로 합창단의 주요 핵심 단원이 되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원치 않았지만 지휘자님과 단장님 그리고 부지휘자의 노래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있었고 마땅히 책임을 감당할 사람이 부족했기에 불가피하게 총무를 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자연스럽게 합창단 분위기를 이끌 수 있었고 그간 글을 쓴 경험으로 공연 관련 멘트를 준비하는 일도 즐거운 마음으로 했다. 많은 이들이 글을 잘 쓴다는 격려가 있어서 힘도 났다. 이번 연말에 있을 정기 공연에도 사회자의 멘트를 준비해야 한다. 그동안은 거침없이 뚝딱 써 내려갔는데, 요즘은 힘이 빠진 듯 예전 같지 않다. 글쓰기가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체감하는 순간이다.

합창단 공연 포스터

그래서 아침에 생각나는 대로 이곳에 써보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동대문아버지합창단 5회 정기연주회에 오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올해도 변함없이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아쉬움을 남기며 저물어갑니다. 저마다 보람과 탄식이 교차되는 시점에 여러분과 함께하는 시간은 뜻깊은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별한 오늘, 노래하는 아버지들이 모여 1년 동안 정성껏 준비한 합창공연에 여러분을 모시게 되어 큰 기쁨과 영광입니다. 이 땅의 아버지들이 살아가면서 느꼈던 애환을 담은 우리들의 이야기와 귀한 게스트의 협연으로 펼쳐지는 노래의 향연을 마음껏 즐겨주시기를 바랍니다. 잊지 못할 행복한 겨울밤이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1부는 서정적인 우리의 가곡과 지중해의 밝은 정서를 담은 이태리 가곡으로 준비하였습니다.

먼저 들려드릴 노래는 우리 가곡 눈과 첫사랑입니다. 두 곡은 때 묻지 않고 순진했던 아버지들의 아련한 그 시절로 돌아가 가슴 떨리던 그때의 풋풋하고 여렸던 감성을 살포시 담았습니다. 이어지는 오 솔레 미오는 그들의 굴곡진 여정 속에서도 가슴속 깊이 품었던 삶의 기쁨과 내일의 희망을 여러분께 밝고 활기차게 전해드립니다. 모쪼록 행복한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2부에는 흥겨운 대중가요와 샹송을 들려드립니다. 아름다웠던 청춘의 로맨틱한 순간들을 광화문 연가에 곱게 담았습니다. 이웃들과 친구들은 귀중한 인생의 동반자입니다. 오 샹젤리제는 그들과 함께 하는 삶의 찬가입니다. 이어지는 곡은 한결같은 사랑과 헌신으로 함께 해준 아내에게 바치는 사랑의 노래입니다. 아내에게 당당하고자 했던 남자로서 자부심과 아내와 더불어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뜨거운 열망을 담았습니다. 신명이 넘치는 님과 함께와 노란 샤쓰의 사나이의 율동과 노래에 힘찬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3부 마지막 순서에는 팝송과 우리 가곡 그리고 이태리 오페라 곡으로 다채롭게 준비하였습니다.

인생의 후반부에도 우리들의 감성은 여전히 가슴속에 남아있습니다. 인생을 풍요롭게 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오직 사랑뿐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사랑이 주는 여운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입니다. Perhaps Love에 담은 우리 아버지들의 진심이 여러분께 잘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이어서 우리 삶에 함께 했던 소중한 친구들께 영원한 친구를 들려드립니다. 인생은 홀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우리 삶을 지탱하고 받쳐주었던 귀한 인연들을 위해 이곡을 바칩니다. 마지막 곡은 축배의 노래입니다. 인생은 희로애락이 교차하는 변화무쌍한 여정입니다. 어떠한 상황에도 소망의 끈을 놓지 않고 인내하며 긍정적으로 살아낸 결실이 바로 여러분들의 오늘입니다. 남은 날들이 축제가 되는 매일이기를 바라는 염원을 모아 힘찬 축배의 노래를 들려드립니다. 즐거운 감상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예전에는 부담 없이 술술 썼는데 오늘은 거의 두 시간에 걸쳐 썼다. 막힘없이 쓰는 일이 언제나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쓰기 시작하면 쓰게 되는 것이 글이다. 안 되면 쉬었다가 다시 쓰고 다시 쉬었다 또 쓰면 결국 쓰게 된다. 그렇게 오늘도 글을 쓴다. 이렇게 쓰다 보면  언제 가는 조금씩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가슴에 품고.....


#에세이 #글쓰기 #합창공연 #동대문아버지합창단 #사회자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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