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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Dec 27. 2023

딸이 선사한 멋진 성탄절

멋진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크리스마스가 딸로 인해 풍성해졌다. 딸이 선사해 준 선물로 누리는 호사다.


12월에 들어서자 거리마다 연말 분위기가 넘쳐났다. 크리스마스트리가 설치가 되고 알록달록한 조명이 곁들여져 연말이 다가왔음을 피부로 느낀다. 겨울날씨는 음산하고 쓸쓸한 분위기지만 다채로운 불빛 장식이 따스함을 풍긴다. 움츠러드는 추위 속에서도 아늑함이 묻어나 냉기를 감춘다. 언제나 모든 것이 다 나쁠 수만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덩달아 집안에서도 같은 분위기를 내고 싶었다. 그런데 마음만 있었지 오늘내일 망설이다 급기야 성탄이 목전에 이르렀다. 늦었지만 크리스마스이브에라도 분위기에 어울리는 장식을 하고 싶었다. 창고에서 트리세트를 찾아 조립하려니 마음대로 쉬 되지 않는다. 10년이 넘은 물건이라서 녹도 슬었고 부품도 다 없는 것 같다. 잘 안되어 포기하려 했더니 손재주가 뛰어난 딸이 거짓말 같이 뚝딱 조립해 낸다. 반짝이는 조명을 더하니 곧바로 집안 분위기가 싹 바뀐다. 소품 하나가 빚어내는 아우라가 놀랍다.


크리스마스 특식을 준비하겠다는 딸의 선언에 따라 장보기에 나섰다. 필요한 재료들을 공수하러 갔다. 자주 가는 이마트로 차를 타고 갔는데 교통체증이 심각하다. 모든 차량이 쇼핑에 나선 것 같이 길거리가 주차장이다. 시간을 허비할 것 같아 인근에 있는 홈플러스로 갔는데 다행히 여유가 있었다. 이것저것 구매하는 중에 나도 구매 대열에 합류했다. 주전부리로 오징어도 사고 먹고 싶은 식자재들을 몇 개 챙겼다. 남자들은 쇼핑하는 것이 지겹다고 하는데 나는 되려 쇼핑이 즐겁다. 그런 나를 두고 아내는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사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다. 그래서 아내 몰래 쇼핑카트에 슬쩍 내가 고른 물건을 집어넣곤 했다.


즐거운 쇼핑 후에 크리스마스트리가 반짝이는 집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연말 분위기에 어울리는 영화를 보았다. 여러 번 봐도 물리지 않는 크리스마스 고전 영화 러브 액츄얼리와 로맨틱 홀리데이에 빠져든다. 그러는 동안 딸은 쿠키를 만들었다. 디자인을 전공해서 손재주가 좋아 뭐든 잘하는 딸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강아지 쁨이를 닮은 쿠키를 비롯해서 깜찍한 모양의 쿠키들이 아기자기하게 빚었다. 너무 귀여워서 먹을 수 없을 정도다. 한참 만들다 지쳤는지 나머지는 마음대로 만든다. 그 점이 오히려 먹는 데는 부담이 없다는 것도 재미있다. 에어프라이에서 쿠키 굽는 향기가 방안에 가득 퍼진다. 입안에 넣으니 달달하고 고소한 게 그만이다.

딸이 빚은 쿠키

성탄절날은 아침부터 요리를 하느라 주방이 바쁘다. 크리스마스 캐럴도 울려 퍼진다. 고전적인 캐럴이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딸이 혼자 요리를 하겠노라고 선언을 해서 아내와 나는 느긋하게 소파에 앉아 좋아하는 영화를 본다. 강아지 쁨이도 쿠션에 누워 편안한 듯 단잠에 빠져있다. 놀랍게도 올해는 눈이 내려 분위기도 그만이다. 말 그대로 화이트 크리스마스다. 따스한 실내에서 눈 오는 풍경을 바라보며 맞는 평안이 넘쳐나는 시간이다.


오전 내내 요리가 이어진다. 홍합스튜와 시금치 그라탱 그리고 연어 김밥과 샐러드가 오늘의 메뉴다. 요즘 아이들은 요리도 곧잘 한다. 레시피가 넘쳐난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 맛있는 요리가 나오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고급요리에 길들여진 세대는 맛에도 민감해서 하는 요리도 수준이상이다. 거의 두 시에 요리가 끝났다. 아침에 간단하게 쿠키 몇 개와 과일만 먹어서 시장기가 도는 시점에 차려준 요리가 더 반갑다.  보기에도 군침이 돈다. 깔끔하게 플레이팅을 한 식탁을 사진에 담았다.

딸이 마련한 성탄 요리

맛은 말해 뭐 하랴! 딸의 정성과 사랑이 담긴 크리스마스 음식은 유명한 맛집은 저리 가라다. 실제로 하나하나 간이 맞고 레스토랑에서 먹는 맛과 별반 차이가 없다. 토스트에 얹어 먹는 홍합스튜는 게눈 감추듯 입안으로 사라진다. 평소 좋아하는 해물요리라 더 손이 간다. 치즈가 토핑이 된 시금치 그라탱은 식감도 좋다. 잘 만나지 못한 요리지만 산뜻하다. 나는 생연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김밥은 내 입맛에도 맞았다. 요리들이 하나같이 부족함이 없고 훌륭하다. 연신 감탄을 하면서 식사하는 시간이 매우 즐겁다. 함께 장식으로 놓인 귀여운 쿠키들이 식탁을 빛낸다.


후식으로 생크림 딸기 케이크를 준비했다. 초에 불을 붙이니 분위기도 그만이다. 성탄을 함께 축하하며 불을 끄고 함께 나누는 케이크는 적당히 달아서 후식으로 딱이다. 아들은 여행 중이라 함께 하지 못해 조금은 아쉽다. 그 마음을 가족 톡방에 사진으로 나누며 즐거움을 함께 한다.


마음으로만 품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일들은 반드시 결실을 남긴다. 딸의 준비로 풍성하고 즐거운 성탄을 맞았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하고 쇼핑을 하고 요리를 하는 일은 귀찮고 번거로울 수 있다. 하지만 손의 수고는 반드시 이익을 가져다준다. 거기에 사랑이 담기면 더욱 알찬 결실을 얻게 된다. 기쁨과 사랑이 함께하는 크리스마스를 선물한 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몸과 마음이 즐거운 시간이다.

멋진 시간을 선물한 우리 멋진 딸!

고맙고 사랑해!

새해는 우리 함께 더욱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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