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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Dec 26. 2023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려면

성탄절 아침이다. 올해도 다시 찾아온 반복되는 날이다. 반복이라는 의미는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지만, 우선 드는 생각은 단조롭고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별한 날이  평범한 하루와 다를 바가 없기도 하고 단순한 날이 특별한 날이 될 수도 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집 안에 알로카시아 화분이 하나 있다. 이것은 별도로 구입한 것이 아니다. 뱅갈고무나무 화분에 싹이 돋아나더니 잎이 자라고 줄기가 자라났다. 따로 심은 것이 아닌데 아마도 흙속에 무엇인가 남아 있다가 자라난 것이다. 알로카시아라는 것을 뒤늦게 알고 어느 정도 컸을 때 새로운 화분에 옮겨 심었다. 처음에는 축 처져서 잘 살 수 있을까 염려가 되었다. 물을 듬뿍 주고 살아나기를 바랐다. 한동안 생기가 없다가 며칠이 지난 후에 줄기가 꼿꼿하게 섰다. 대견하기도 하고 아주 반가워서 더 힘을 내라고 잘 보살폈다.

줄기가 몇 개가 되지 않았는데 분갈이 후유증인지 줄기가 노랗게 시들어서 잘라주었다. 겨우 두 줄기밖에 남지 않아 안쓰러워 보였다. 알로카시아도 추위에 기운이 없어 보였다. 저러다 죽는 것은 아닐까 염려가 되었다. 베란다에 있던 화분들을 방 안으로 옮겼다. 다행히 그 와중에 초록의 싱그러운 새 잎이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새 잎은 건강하게 자라났다. 경이로웠다. 우리가 잊고 지나는 사이에 쉼 없이 꾸준한 생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알로카시아

성실이 귀한 덕목이 되는 것은 한결같은 꾸준함이 있어서다. 콩나물이 자랄 때 보면 물이 그저 한 번씩 흐를 뿐인데도 콩은 싹을 키우고 뿌리를 내리며 마침내 콩나물이 된다. 눈으로는 안 보이지만 성장하는 일이 꾸준히 지속된 결과로 눈에 띄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하루를 특별하게 하는 일은 거창한 계획을 하거나 별도의 장소를 가거나 특정한 시간을 내거나 비용을 지불해서 이벤트를 꼭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달려있다.
먼저 내가 꾸준히 하고 있는 작은 활동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 한 페이지라도 책을 읽는 것, 매일 하기로 마음먹은 운동을 정해진 대로 다하진 못해도 시도하는 것, 미룬 정리 정돈을 일부라도 해내는 것, 이런 시도들이 마음가짐을 다르게 만든다. 작은 일의 소중함과 가치를 알 때 단조로운 일상이 결코 단조롭지 않게 된다.
 
또한 지나치고 놓치기 쉬운 주변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들을 무심하게 흘려보내지 말아야 한다. 알로카시아가 자라는 것이 대단치 않은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새 잎이 자라나는 것을 세심하게 관찰해 보면 경이로움을 만난다. 다른 관점과 시야로 보는 일은 삶에 변화를 가져다준다.  단순 반복적인 일이 결코 눈에는 쓸모없는 일로 보일 수 있지만 쌓이고 축적이 되면 반드시 결실로 남는다.

작은 일들이 모여 큰일을 이루는 것은 자명한 순리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은 큰 것에만 온통 마음이 간다. 그리고 과정은 생략 한 채 큰 결과만을 바란다. 그래서 마음만 조급하고 주변을 겉돌며 시간을 낭비한다. 꿈을 크게 꾸는 것이 나쁠리는 없겠지만 과정을 무시하고 성실이 뒤따르지 않으면 오히려 의욕이 저하되고 만사가 귀찮아진다.


반복되는 날이 특별해지려면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작은 일들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 루틴으로 해야 할 일들을 성실히 해내는 것이 먼저다. 운동과 독서 그리고 글쓰기다. 이런 성실한 일과를 바탕으로 양념으로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는 일, 케이크를 즐기는 것, 색다른 요리를 만들어서 먹는 것이 더해지면 그것이 바로 특별한 날이 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감사와 기쁨은 덤이다.


#에세이 #성탄절 #크리스마스 #특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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