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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스페이스 호화 "THE SMALL THINGS"

특별 기획전을 다녀와서

by 정석진

한동안 뜸했던 화랑 나들이를 했다. 자주 찾고 싶은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화랑에 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번에는 광화문 근처에 강연회에 참석하는 길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화랑에 들렀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예술품을 직접 눈으로 보는 일은 흥미롭고 즐거운 일이다. 작가는 자신의 모든 것을 그림 작업에 담는다. 작가의 의도를 알고 작품을 감상한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르고 가치관도 동일하지 않은 데 어찌 그 속을 들여다보고 알겠는가!


예술 작품 감상은 결국 보는 이들의 마음에 달렸다. 예술품에 대한 해석과 수용은 그것을 만나고 경험하는 사람들의 각각의 몫이다. 운 좋게도 예술가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다면 행운이겠지만 말이다.


이번에 다녀온 화랑은 서울프레스센터에 위치한 아트스페이스 호화다. 부영그룹의 메세나 일환으로 항상 수준 높은 전시회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주제는 작은 것들 (The small Things)이다. 16명의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작은 것들은 부담스럽지 않다. 친근하고 편안하다. 만만해 보이는 면도 있다. 그리고 다양하고 다채롭다. 이번 전시가 주는 느낌도 백화점을 쇼핑하는 듯한 즐거움을 안긴다. 다양한 그림에서부터 조각 및 팝아트까지 전시장을 빼곡하게 채웠다. 개성들이 다른 작품들이어서 한꺼번에 많은 작가들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다.


작품들은 주제에 걸맞게 소품 위주다. 입구에서부터 서가처럼 작은 작품들이 게시되어 판매장 같은 느낌을 준다. 전시장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조형품들도 아기자기하다. 편안하고 미소가 지어지는 소품들이 눈길을 끈다, 다소 환상적인 분위기를 담고 다양한 군상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단순한 캐리커처 같은 작품들이다. 여유와 해학이 담겨 친근하다.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기둥을 둘러싸고 전시된 작품은 모던한 작품이다. 여기도 역시 만화 주인공 같은 느낌이 있지만 좀 더 치밀하게 완성도 높은 모습으로 기계나 로봇 같은 완벽함을 연상시킨다. 작품 제목이 인상적이다. 당신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 I'm in pain because of you.) 다소 생뚱맞다는 느낌도 있지만 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흠하나 없는 작품이 그런 면을 담고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너무 완벽해도 피곤하다.

독일화가의 시골풍경 연작이 마음을 끈다. 나무들과 시골집과 사람들이 어우러진 풍경화다. 고전적인 느낌을 주며 그림에서는 시종 즐거운 분위기가 풍긴다. 아마도 사람들이 다수 등장하여 생동감을 높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풍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동화 같은 분위기라 더 정겹다. 누구에게나 전원에 안긴 주택과 사람들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추억이 얽힌 장소와 사람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사연들.... 경험하지 못한 이들도 있겠지만 그들에게도 마음을 붙드는 매력이 존재한다.


유화물감을 두껍게 발라 질감이 느껴지는 하늘을 그린 풍경화는 거친 붓질로 힘찬 기상이 느껴진다. 살아 움직이는 야생이 담겼다. 단순한 듯 보여도 볼수록 깊이가 느껴져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반면에 파스텔톤으로 풍경을 표현한 작품은 부드럽고 평안하다. 실경을 그리지 않았지만 자연 속을 거니는 사람들이 여유롭고 한가한 광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신비로운 작품도 눈길을 끈다. 삶에 상상이 빠지면 너무 단조롭다.


만화 캐릭터처를 소재로 한 작품도 전시 중이다. 고양이나 코끼리를 반복적인 패턴으로 표현한 디자인 같은 작품과 회화적인 색감을 살려 주인공들의 표정이 살아있는 그림이 있다. 특이하게 만화 같지만 추상처럼 보이는 작품도 눈길을 끈다. 비슷한 소재로 상이한 작품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인물을 주제로 한 작품에는 친근한 우리 이웃들과 풋풋한 소녀들이 등장한다. 만화의 기법으로 인물을 그린 작품도 있다. 각기 다른 표현으로 인물들의 특징을 잡아내 그들만의 스토리를 들려준다. 그림의 인물들의 표정에서 무언의 말들이 들리는 것 같다.

비구상 작품도 전시 중이다. 칸딘스키의 색상이 연상되지만 원과 곡선을 이용하여 부드러운 음악이 담겼다. 흘러내리는 물감을 그대로 담아 단순화한 작품과 정원의 꽃과 풀들을 화면 가득히 담은 작품에는 자연이 살아 숨 쉰다. 케이크와 사탕을 주제로 한 맛있는 작품도 다양성을 더한다.

이번 전시회는 '우리 일상에서 작고 소중한 삶의 다양한 순간을 소재로 그들만의 독특한 시각 언어로 자연, 인물, 감정, 등 삶의 여러 영역을 무겁지 않으면서 감각적으로 재해석한다.' 작품 설명이 있다. 작품들을 돌아보며 기획의도가 충분히 전달된 전시라고 생각한다. 다양성은 자연을 건강하게 만드는 근본이다. 다채로움은 조화를 이룬다.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알고 서로 다른 것을 존중하는 삶이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한다. 다양한 작품들로 보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렸다. 서로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전시된 작품들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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