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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Jan 30. 2024

어른을 위한 이솝 우화 전집을 읽고

358가지 이야기를 만나다

어른을 위한 이솝 우화 전집을 만났다. 우화란 인격화된 동식물이나 기타 사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행동 속에 풍자와 교훈의 뜻을 담아내는 이야기를 말한다.(표준 국어대사전) 이번에 읽은 책은 이솝우화를 총망라한 종결판이라 하겠다. 무려 358가지 우화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솝은 기원전 600년 경에 그리스에서 태어났다. 그는 노예이면서 이야기꾼으로 명성을 날렸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같은 철학자들의 글 속에서도 그에 대한 많은 언급이 등장한다. 한낱 노예인 그가 세계적으로 회자되고 있는 수많은 우화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다. 역사적인 실존은 분명한 데, 얼마나 많은 작품을 그가 직접 썼는지는 확실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고 한다. 연구에 따르면 역사가 흘러감에 따라 여러 나라의 우화들이 섞이고 더해져서 지금의 이솝 우화가 전래되었다는 것이다.

책을 읽어보니 그간 알고 있던 수많은 이야기들이 이솝우화에서 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우리 전래 동화로 들었던 이야기와 비슷한 테마의 글도 여러 편을 만났다. 그것이 이솝우화에서 전래된 것일 수 도 있고, 사람들의 지혜로 구전되어 온 것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솝 우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도 다채롭다. 기본적으로 우리와 가까운 동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곤충도 있고 돌멩이와 나무와 그리스 로마의 신들도 주역이다. 디오게네스가 나오는 것도 흥미롭다. 보통 식견이 아니고서는 이처럼 다양하고 폭넓은 대상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지니기 어렵다. 단순히 아는 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깊은 성찰을 통해 지혜를 길어낸다.


이야기는 힘이 있다.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귀를 기울이도록 만든다. 서로에 대한 말은 논쟁을 가져오지만 내가 아닌 남의 이야기는 충분히 생각할 마음의 여유를 준다. 남을 설득하거나 가르칠 때 이보다 효과적인 전달법은 없다. 우화는 그런 면에서 강력한 힘이 있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에게 효력은 동일하다.


토끼와 거북이, 개미와 베짱이의 교훈을 봐도 그렇다. 흥미롭고 메시지는 강렬하다. 어린 시절에 들었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각인이 되어 그 스토리를 결코 잊는 법이 없다. 성실하고 부지런히 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이렇게 효과적으로 가르치는 다른 방법이 존재할까?


인상적인 이야기 몇은 이렇다. 배부른 늑대가 지쳐 쓰러진 양을 만났다. 세 가지 진실을 말한다면 잡아먹지 않겠다고 양에게 약속을 한다. 양은 늑대를 만나고 싶지 않고, 눈이 멀었으면 좋겠고, 비참한 죽음을 맞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늑대는 양의 말이 진실임을 인정하고 그냥 놓아준다. 때로는 진실이 적에게 효과적일 때가 있다는 교훈이다.


불운이 행운을 계속 따라다녀서 제우스는 행운에게 한꺼번에 인간을 찾아가지 말고 한 번에 하나씩만 찾아가라고 한다. 그래서 나쁜 일들은 끊임없이 찾아오지만 좋은 일은 띄엄띄엄 찾아오게 된다. 


당나귀는 짐을 몽땅 짊어지고 힘겹다. 말에게 짐을 덜어달라고 부탁하지만 말은 거절한다. 그러다 당나귀가 지쳐 쓰러져 죽게 되고 말은 당나귀의 짐을 모두 지게 될 뿐 아니라 당나귀 가죽까지 얹게 된다.


헤라클레스가 길을 걷다 사과처럼 보이는 물건을 만났다. 발로 밟았더니 두 배로 커지고 곤봉으로 내려쳤더니 한층 더 커진다. 아테나 여신이 나타나 이 물체는 논쟁과 불화의 정령이라 건드리지 않으면 그전처럼 얌전하지만 싸우다 보면 자꾸 부풀어 오른다고 알려준다.


당나귀가 가시나무의 뾰쪽뾰쪽한 윗부분을 먹고 있는 것을 보고 여우가 연약한 혀로 단단한 것을 행복하게 먹고 있다고 감탄한다. 부드러운 혀로 날카로운 발언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을 풍자한 것이다.


흰털발제비는 새들에게 새잡는 데 사용되는 끈끈이 재료인 겨우살이를 모두 없애자는 제안을 하지만 뜻대로 안 되자 사람들에게 겨우살이를 자신들에게 쓰지 말라고 부탁을 한다. 새들은 비웃는다. 하지만 제비는 사람들에게 함께 살게 해달라고 청원을 해서 사람들의 집에 안전하게 둥지를 틀고 살게 된다.


이솝은 이처럼 등장하는 주체의 특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들을 빗대어 사람들의 어리석음과 욕심 그리고 교만을 깨닫도록 이끈다. 또한 삶에서 겪게 되는 부조리한 일들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지혜를 들려준다. 뿐만 아니라 자연 현상에 대하여 사실에 근거하여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울러 삶에서 만나는 여러 난제들에 대한 대처법도 들려준다.


이솝우화는 재치와 농담으로 가득 차 있는 재담이다. 한마디로 우스운 이야기로 출발했지만 가치는 거기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여기 모인 우화들이 우리의 과거를 깊이 이해하는 측면에서나 인간의 본성을 연구하는 측면에서 참으로 엄청난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고 확신한다. 인간의 유형을 동물로 재현한다는 착상은 심오한 단순성이라는 장점을 지니면서도, 그저 단순하지만은 않다."


우화들을 읽고 지혜를 길어내는 것은 바로 자신들의 몫이다.


#독서일기 #이솝우화 #독서 #풍자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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