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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Feb 03. 2024

플라톤의 향연

독서일기

플라톤의 향연의 내용은 이렇다.

아가톤이 비극 경연에서 우승을 한 후 축하연을 갖는다. 이때 참석한 소크라테스를 비롯한 파이드로스, 파우사니아스, 에뤽시마코스, 아리스토파네스, 알키비아데스 그리고 주빈인 아가톤이 에로스에 대한 담론을 나누고 이것을 모아놓은 대화집이 향연이다.


이들은 함께 식사 후, 에뤽시마코스는 논의할 의제를 올린다. 그는 오래되고 위대한 신인 에로스에게는 찬가가 하나도 없음을 개탄하며 돌아가며 에로스를 찬양할 것을 제의한다. 이에 소크라테스가 '에로스에 관한 일들 말고 다른 어떤 것도 알지 못한다'라고 동의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파이드로스가 담론을 시작한다. 에로스는 오래된 신으로 마땅히 존경받아야 하며 에로스는 '모든 신들 가운데 제일 먼저 에로스를 고안해 냈다.'는 근거를 내세운다. 에로스는 오래된 자로서 그는 우리에게 있는 최대로 좋은 것들의 원인이며 실로 사랑하는 자들만이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죽으려 한다는 주장을 한다. 그는 에로스가 존경받을만하고 살아 있든 죽은 후에든 인간들에게 덕과 행복을 얻는 일과 관련하여 가장 권위 있는 자라고 말을 맺는다.


이어서 피우사니아스는 에로스는 하나가 아닌 둘이며 범속의 에로스와 천상의 에로스가 있다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범속의 에로스는 닥치는 대로 무엇이건 상관없이 해내지만 천상의 에로스는 여성을 나눠갖지 않고 남성을 나눠가져 건장하고 지성을 더 많이 가진 것을 소중히 여겨 소년 사랑을 하게 된다.  순수하게 이 에로스에 고무되어 있는 자들은 누구라도 알아볼 수 있다. 하지만 자체만으로 아름답거나 추한 게 아니라 아름답게 행해지면 아름답고, 추하게 행해지면 추한 것이다. 덕을 위해서 자기를 사랑하는 자에게 살갑게 응하는 것은 전적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사랑하는 자 자신과 사랑받는 자가 자기 덕에 대한 한 관심을 기울이도록 강제하기에 이는 천상의 에로스다.


다음으로 에뤽시마코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에로스는 두 부류가 있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의술을 통해 보면 에로스가 사람들의 영혼과 아름다운 자들에 대해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들 속에 있다. 비슷하지 않은 것들은 비슷하지 않은 것들을 사랑한다. 에로스가 가장 적대적인 것들이 서로 친하도록, 그리고 서로를 사랑하도록 만들어 줄 수 있다. 이는 그것 자체가 불화하면서도 화합한다는 명제와 닿는다. 에로스는 일체의 능력을 에로스 전체가 갖고 있고 우리에게 일체의 행복을 마련해 주며 우리가 서로서로와 그리고 우리보다 뛰어난 신들과 친구가 될 능력을 갖게 해 준다.  

딸꾹질로 순서가 바뀌었던 아리스토파네스가 다음 담론을 이어간다. 인간들은 에로스의 능력을 완전히 깨닫지 못했다. 에로스는 신들 가운데서 누구보다도 가장 인간에게 우호적인 인간의 조력자요 치유되면 가장 큰 행복이 있게 될 것들의 치유자다. 인간의 성은 세 가지로 여성과 남성을 둘 다 가진 남녀추니가 있다. 원래 사람은 남녀가 하나로 붙어 있었고 교만하여 신들의 위협이 되었다. 그래서 제우스는 그들을 둘로 쪼갰고 서로를 그리워하게 되었다. 반면에 남녀추니 중에 쪼개진 여자는 여자를 사랑하는 동성애자가 되었고 거기에서 쪼개진 남자는 여자에 관심이 없어 남성을 쫓아다니게 되어 소년을 사랑하는 자가 되었다. 사랑이란 자기가 사랑하는 자와 한데 모여 융합되어 둘이던 게 하나가 되는 것이고 그 온전함에 대한 욕망과 추구에 붙여진 이름이 사랑(에로스)이다. 인간은 각자 자기 애인을 만나 옛 본성으로 돌아가게 될 때 행복하게 된다. 그것의 원인 노릇을 하는 것이 에로스고 그는 지금도 우리 자신의 것으로 우리를 이끌어줌으로써 우리에게 가장 득이 되는 일을 해줄 뿐 아니라 앞으로도 희망을 준다.


아가톤이 소크라테스와 대화를 주고받은 후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는 에로스를 찬양하지만 찬양하는 신이 누구인지 모른다. 그 신을 먼저 알아야 한다.  신들 중에 에로스는 가장 아름답고 가장 훌륭하기 때문에 가장 행복하다. 그는 젊고 섬섬하고 유연하다. 에로스에게는 무슨 일이든 자발적으로 봉사하게 하는 덕이 있다. 에로스는 쾌락과 욕망을 지배함으로 절제를 가졌고 가장 용기 있는 자를 지배함으로써 가장 용기가 있다. 모든 생물의 생산에 관해서 태어나고 자라는 것은 에로스의 지혜에 의해서다. 이 신은 우리에게 낯 섬은 비우고 친근함을 채운다. 그는 모든 신들과 인간들의 장식이요 가장 아름답고 가장 훌륭한 지도자이며 모든 사람은 그가 모든 신들과 인간들의 마음을 흘리면서 부르는 그 노래에 동참하여 아름다운 찬송을 부르면서 그를 바라보아야 한다.

소크라테스는 아가톤의 말에  놀라울 정도로 말을 잘했다고 감탄한다. 고르기아스를 생각나게 했고 호메로스가 말한 것 같은 경험을 했다는 찬사를 보낸다. 그러면서 자신의 발언을 시작하며 아카톤에게 질문을 던진다.'에로스는 어떤 것에 대한 에로스라고 할만한 자인가, 아니면 그 어느 것에 대한 에로스도 아니라고 할 만한 그런 자인가?' 소크라테스는 지혜로운 디오티마와 나눈 이야기를 들려준다. 욕망하는 것은 자기가 결여하고 있는 것을 욕망한다는 것, 혹은 결여하고 있지 않으면 욕망하지 않는 것은 필연이다. 그가 갖고 있지 않은 것과 그 자신이 아직 아닌 것과 그가 결여하고 있는 것을 욕망하는 것이 욕망과 사랑이다. 인간들의 것을 신들에게 그리고 신들의 것을 인간들에게 해석하고 전달해 주는 신령이 에로스다. 에로스는 포로스(방도)와 페니아(곤궁)의 자식이다. 지혜는 가장 아름다운 것에 속하는 것이고 에로스는 아름다운 것에 대한 사랑이다. 사랑은 좋은 것이 자신에게 늘 있음에 대한 것이다. 인간에게 삶이 살 가치가 있는 것은 아름다운 바로 그것 자체를 바라보면서 살 때다. 신의 친애를 받고 불사자가 되는 것을 얻는 데 있어서 인간 본성에 협력할 자가 에로스다. 그래서 에로스를 높이 평가하며 그의 능력과 용기를 찬미한다.


소크라테스의 이야기가 끝나고 술에 취한 알키비데아스가 들어오고 그가 발언을 시작한다. 그는 소크라테스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는 데 다음과 같다. 소크라테스는 아름다운 자들에 대한 사랑에 끌리는 경향을 가지고 있고 절제로 가득 차있다. 그는 옛사람과 요즘 사람 어느 누구와도 비슷하지 않다. 지성을 가지고 있으며 아주 신적이고 덕을 많이 지녀서 아름답고 훌륭한 자가 되려는 자라면 숙고하고 상관하는 많은 것을 그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


책의 내용을 정확히 다 이해했다고 볼 수 없지만 이들의 대화를 통해 에로스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가장 특이한 내용은 소년사랑에 대한 것이다. 이는 동성애에 관한 것으로 이 시대에는 성인 남자가 어린 소년을 육체적으로 관계를 갖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고 장려되기까지 한 듯하다. 이 담화의 주인공인 아가톤과 파우사니아스도 연인관계다. 심지어 스파르타에서는 이들 커플을 군대로 조직하여 그들의 단단한 결속을 통해 엄청난 무용을 발휘하기도 하였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에로스에 대한 그 시대에 대한 담론은 필연적으로 그 주제를 담을 수밖에 없었다. 소년의 사랑이 에로스에 있어서 지고 지순한 사랑의 모습으로 묘사되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고 불편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 점은 시대에 따라 문화가 다르다는 점으로 지나가고자 한다. 일단, 그 문제는 차치하고 에로스가 우리 인생에 차지하는 역할이 대단하다는 것을 새롭게 깨닫는다.

 

남녀의 사랑과 동성애에 대한 해석도 놀랍다. 원래 남녀가 하나로 붙어있다가 분리가 되어 자신의 반쪽을 그리워하고 하나로 합쳐질 때 행복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사랑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서사라 아니할 수 없다.

결국 사랑이란 상대방이 잃어버린 것을 찾아주는 것이고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것이다. 사랑을 하면서 쌍방이 상대에게서 얻으려고 하면 불협화음이 생기지만 서로 주려고 하면 조화롭다.

남녀가 합쳐진 제3의 성을 언급하며 이들이 분리될 때 여성은 여성을 찾게 되고 남성은 남성을 찾게 되어 동성애를 설명하는 논리는 상당히 논리적이다. 동성애가 질환이 아니고 태생적인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이야기다.

 

존재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아름답게 행할 때 아름답다는 명제는 참으로 놀랍다.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고 행동을 어떻게 하느냐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은 우리가 살아가며 추구해야 할 가치로 마음에 새겨둘 만하다.

 

사랑이 우리 삶에서 힘을 발휘하는 영역이 적대적인 것들을 해소하고 화합하게 하며 사람들뿐 아니라 신과의 친밀하게 이끄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사랑하는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야겠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통해 기억하며 살아야 할 명제 몇 가지를 얻었다. 삶은 아름다운 바로 그 자체를 바라보면서 사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이고 낯 섬을 비우고 친근함을 채우는 것이 사랑이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사랑하며 살아가야 할 이유다.


#독서일기 #향연 #플라톤 #에로스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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