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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Feb 05. 2024

합창단을 두 군데나 하고 있다고요?

취미로 그만인 합창에 대하여


합창을 하는 중이다. 무려 두 곳에 합창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노래를 잘해서가 아니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처음 시작하게 된 합창단은 퇴직을 한 후에 취미생활의 일환으로 스스로 찾아간 곳이고, 다른 데는 일종의 책임감으로 참여를 했다. 다녔던 직장의 퇴직 동우회에서 합창단을 새로 꾸리고 단원 모집을 했다. 이미 합창 경험이 있는 내가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두 곳의 합창단원이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연습을 해야 하기에 꽤 바쁘다. 동대문아버지합창단은 여성 지휘자가, 또 다른 더뱅크신한합창단은 혼성으로 남성 지휘자가 지도 중이다. 힘이 들지만 배우는 것도 많다. 합창에 필요한 발성법을 각각 다른 방법으로 훈련받는다. 저마다 특색과 장점이 있어 다양하게 배우는 즐거움이 있다. 남성 합창이 중후한 매력이 있지만 혼성도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동대문아버지합창단은 작년 연말에 제5회 정기공연을 했다. 그간 곡절이 없진 않았지만 지금은 노래에 진심인 지휘자와 단원들이 한 마음이 되어 즐겁게 노래를 하고 있다. 코로나로 2년 정도는 공백기간이 있었다. 어려움을 딛고 작년 연말에는 정기 공연을 아주 성황리에 마쳤다. 녹화된 공연 영상을 보면 감동이다. 거칠고 튀는 소리 없이 하나로 모아진 합창이 귀에 착 달라붙는다. 아마추어들이지만 어느 정도 전문 합창단의 분위기를 풍긴다. 반면에 새로 조성된 합창단은 한 데모여서 노래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갑자기 발표를 해야 할 상황을 맞았다.


이 와중에 총무가 그만두는 상황이 발생했다. 시작하면서 열성적으로 합창단을 이끌고 노래도 전공자 못지않게 잘하는 핵심 단원이었는 데, 행정업무의 불협화음으로 탈퇴를 했다. 그런 좋지 않은 분위기에서 연습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3곡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공연 전까지 가사도 확실하게 못 외워서 헤맸다.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마침내 공연하는 날이 왔다. 무려 500명이나 모이는 무대에 서게 된 것이다. 평소에는 잘 떨지 않는 무대체질임에도 제대로 연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긴장이 되었다. 노래가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청중들의 호응과 환호가 컸다. 관객들이 기특하게 여겨주는 것 같았다. 공연이 끝난 뒤, 녹음된 것을 들어보니 생각보다 잘했다. 전에는 소리가 잘 합쳐지지 않고 거친 소리가 들렸는 데, 실제 공연에서는 훨씬 나았다. 큰 실수를 하지 않았고 잘 마친 것 같아 뿌듯했다.


은근히 기쁜 마음이 들었고, 앞으로 활동이 기대가 되었다. 꾸준히 연습을 하고 단원도 충원이 되면 꽤나 괜찮은 합창단이 될 것 같고 좋은 공연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서게 될 무대가 기다려진다.


나이가 들수록 매사가 귀찮다. 호기심도 줄어들고 무엇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사람들과의 교류도 점점 줄어든다. 이런 때일수록 취미생활은 필요하다. 합창은 많은 영역에서 아주 유익하다. 누구에게나 노래는 마음을 즐겁게 하고 삶의 의욕을 북돋운다. 여러 사람들이 어울려 노래를 부르면 시너지는 더 커진다. 합창은 내가 즐겁고 기쁠 뿐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다. 나이 들어 다른 누군가를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다. 합창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참 좋은 취미 활동이다. 몸은 피곤하고 힘들지만 기쁨과 보람이 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기회를 찾아 합창을 해보기를 권한다. 꼭 노래를 잘할 필요는 없다. 독창이 아니니 못해도 그만이다. 좋아하면 된다.


#합창 #합창단 #취미 #노래


제5회 동대문아버지합창단 정기연주회 1부

https://www.youtube.com/watch?v=ARqA4DtpP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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