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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Feb 08. 2024

상상을 초월한 요르단과 축구 준결승

아시안컵 준결승전을 관전하고 쏟아내는 나의 넋두리

난 솔직히 축구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관심이 많고 보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특히 국가 간의 경기는 내겐 놓칠 수 없는 빅 이벤트다. 그간 아시안컵 게임을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하나도 빼놓지 않고 열렬히 시청했다. 우여곡절 끝에 4강까지 올라 이제는 우승이 목적에 이르렀다고 여겼다. 한국과 요르단과의 준결승은 무난하다고 생각했다.  결승 상대가 누구인지가 관심사였다. 그런데 경기가 열리자 기대는 무참히 깨지고 고개를 들지 못할 만큼 창피했다. 전무후무한 졸전 끝에 참사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완벽한 패배를 당했다. 너무 기막혀서 화도 나지 않았다.


경기는 이기고 질 수 있다. 강팀이 약팀을 만나질 수도 있고 약팀이 강팀을 이길 수도 있는 것이 경기의 묘미다. 승부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승부가 전부는 아니다. 지더라도 어떻게 지느냐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이번 경기는 해도 너무 했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경기였다. 우리 대표 팀은 역대 최강으로 불린다. 면면이 보아도 그렇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에 드리블 천재에 괴물 수비수까지 포진한 자타가 공인하는 우승후보였. 하지만 이번 경기는 최강이라는 단어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졸전도 이런 졸전이 없었다. 최근 경기 중에 가장 어이없는 경기였다.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다. 선수들은 혼이 나간 것 같았다. 어디서 이런 오합지졸을 가져다 놓았는지 동네축구만도 못했다. 반면에 요르단이 보여준 기세는 대단했다. 그들은 거침이 없었고 두려움도 없었다. 힘이 흘러넘쳤고 기개가 하늘을 찔렀다. 하고 싶은 대로 경기를 이끌었고 마음먹은 대로 경기를 풀어갔다. 반면에 우리 팀은 시작부터 끝까지 고구마에 목이 메인 것처럼 답답하다 못해 아예 꽉 막혔다. 선수들이 왜 경기를 뛰어야 하는지 그 의미도 모르는 것 같았다. 실수라는 단어는 잘하다가 어쩌다 한 번씩 삐끗하는 경우를 말한다. 반복되는 실수는 실수라고 할 수 없다. 그것은 무능한 것이고 모자란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소위 실수라는 것을 경기 내내 보여주었다. 부정확한 패스에  드리블하다 빼앗기는 것은 다반사였다. 더 웃기는 것은 앞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뒤로 돌리다 공을 빼앗겨 위기를 자초하는 일이 계속 이어졌다.


뛰어난 선수들이 하루아침에 그렇게 변해버린 것도 이해가 안 된다. 도대체 선수단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들에게는 의지도 의욕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경기 내내 무기력하게 끌려 다니기만 했다. 시작부터 유린을 당해도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나는 전술이라는 것을 모른다. 그런데 경기 내내 허둥지둥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데도 그에 따른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안되면 되게 하는 시도를 해보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닐까?  


감독의 존재 이유가 무엇일까? 전략을 세우고 그에 따른 세부적인 전술을 만들어야 하는 아닌가? 시종 끌려다닌다면 경기의 흐름의 분위기를 전환시켜야 하는 것이 아닐까? 발생한 상황에 따른 대책도 세워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전반 내내 어이없는 진행으로 불 보듯 결과가 뻔해 보였음에도 후반에 조차 아무런 변화 없이 그대로 경기가 속행하는 것을 보고 이것은 아닌데 하는 의문이 들었다. 선수들을 믿는다고 하는 데, 안 되면 되게 해야 하는 것이 감독이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까? 자율로 하는 축구라면 감독이 왜 필요하다는 말인가? 해설자도 교체를 통해 변화를 줄 때라고 했다. 삼척동자도 그렇게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런데 무슨 배짱인지 그대로 밀어붙였고 심지어 골을 먹고서도 변화가 없었다. 뚝심인지 고집인지 종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훌륭한 선수들이 많으면 무엇 하나? 그들을 전혀 활용하지 못했고 역량을 이끌어 내지도 못했다. 그런 면에서 감독은 책임을 회피할 수가 없다.


선수들의 태도도 문제다. 적극성도 의욕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끌려와서 어쩔 없이 경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무기력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심해졌다. 기가 막힌 상황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수비수가 완벽히 포진하고 있음에도 사람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바로 슛을 허용하는 상황이 너무도 자주 연출 되었다. 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수비수들이 얼마나 정신이 없는지 패스를 상대 스트라이커에게 연결해 주기까지 했다. 수비수들이 공을 잡으면 바로 들어오는 압박에 허둥지둥 백패스를 하다 연이어 위기를 자초하거나 어중간한 패스로 상대방에게 차단 당해 속수무책으로 슛을 허용했다. 패스 미스로 공을 빼앗겨도 남의 일처럼 초연해 보였다.


공격도 아쉬운 점은 너무나 슛을 아낀다는 것이다. 세밀한 기술도 부족하면서 눈은 높아서인지 만들려고 하는 시도만 하다 공격권을 빼앗기는 상황이 계속 반복이 되었다. 그런데 요르단달랐다. 기회가 주어지면 주저함 없이 바로 슛을 날렸다. 그것도 골대를 향해 정확하게..


요르단은 우리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나왔다. 수비를 할 때는 협력 수비를 해서 공격수의 발을 묶었고 촘촘한 수비로 공격을 완전히 차단했다. 그들의 수비 앞에 우리의 최고 공격수들은 무력했다.  반면에 그들의 공격은 매서웠다. 수비의 약점을 정확히 파고들어 손쉽게 기회를 거머쥐었다. 완전히 수비수들을 가지고 놀았다. 우리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있었고  우리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완벽히 아는 듯했다. 가장 약한 선수가 누구인지를 타깃으로 공략을 했고 그것은 바로 득점으로 이어졌다. 선수들은 투지와 힘이 넘쳐났다. 수비수가 앞에 포진해도 과감하게 돌진을 했고 공격, 수비 모두 구분 없이 강력했다. 그들은 열정이 넘쳤고 끊임없는 압박을 통해 한국을 몰아붙였다. 활발한 움직임과 적절한 포지션으로 중간 볼은 대부분 그들의 차지였다. 그러니 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골키퍼의 선방이 있어서 그나마 실점이 적었지 5골 이상을 실점해도 전혀 이상할 경기가 아니었다. 그들은 경기를 완전히 지배했고 압도했다. 그들은 열심히 있었고 투지가 있었고 개별적인 기술마저 월등했다. 모든 면에서 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월등한 경기였다. 모든 면에서 나을 것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한 마디로 완벽하게 진 경기였다.

풍년화

왜 이런 결과가 빚어졌을까? 우리가 자만했던 것은 아닐까?  요르단을 너무 쉽게 본 것은 아닐까? 요르단과는 역대 전적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고 피파 랭킹도 우리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약체로 분류되는 나라다. 월드클래스 수준의 선수도 별반 없는 팀이어서 한 수 아래로 여긴 것 같다. 그렇지 않고야 저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리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요주의 선수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었다. 그들이 펄펄 날도록 판을 아예 깔아 주었다. 전쟁에서 자만은 가장 무서운 적이다. 전쟁에서는 자만은 절대 금물이다. 아무리 강팀이라 하더라도 상대를 얕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너무 적을 얕보았다. 결과가 이를 반증한다. 정말로 통탄스럽다. 획기적인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졸전을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


#에세이 #축구 #준결승전 #아시안컵 #관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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