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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Apr 26. 2024

다양한 나무를 만날 수 있는 관악수목원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관악수목원에서

숲해설가 동기들과 관악수목원에 갔다. 정확한 수목원명칭은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관악수목원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학교수목원이다. 이곳은 중요한 의의를 지녔다. 1971년 우리나라 최초 공인 수목원 지정으로 전 세계에서 72번째 수목원 보유 국가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의외로 늦은 감이 크다.


관악수목원은 원래 비개방 학교수목원이지만 작년 봄부터 연 2회 봄, 가을에 한시적으로 개방을 한다. 설렘과 기대가 컸다. 실제로 가서 보니 식생과 생태가 잘 보전되고 있다. 앞으로 시민들에게 완전 개방 된다고 하는 데,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하는 염려가 되었다.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자연은 쉽게 망가지기 때문이다.

진달래길

수목원이 안양이라 전철 타는 시간만 해도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안양역에서도 목적지까지는 버스를 타야 하는 꽤 먼 거리다. 일행이 차를 가져와서 편하게 수목원까지 갔다. 찾아가는 길이 쉽지 않아도 보람은 넘쳤다.  오전 10시가  조금 지난 시각에 숲은 쌀쌀했다. 구름이 많이 낀 날이라 햇살도 얼굴을 숨겼다. 분위기는 다소 을씨년스러웠지만 숲은 푸르렀다.


참나무 숲이 초록으로 물들어 찬란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우뚝 솟은 소나무 숲의 위용을 만난다. 일반 소나무와는 외양이 많이 다르다. 여기서만 있는 리기테다 소나무다. 산림녹화에 지대한 공을 세운 현신규 박사가 추위에 견디고 척박한 땅에서 자라는 리기다소나무와 재질이 뛰어난 테에다 소나무의 우수한 성질을 인공적으로 교잡해서 개량한 소나무다. 이 나무는 무려 30미터까지 자란다. 이런 훌륭한 나무가 종자생산 비용이 과다한 여러 이유들로 보급이 안되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리기테다 소나무숲

수목원 숲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평소 만나기 어려운 수종들도 많다. 나무마다 대부분 표찰이 있어 알아보기도 쉽다. 나무를 공부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아주 유익한 공간이다. 가장 많이 보이는 종류는 물론 참나무다.


이곳에는 다양한 단풍이 있다. 우리는 흔히 단풍나무를 한 가지 이름으로 알기 쉬운 데 그렇지 않다. 비슷하게 생기긴 했지만 단풍, 당단풍, 중국단풍, 고로쇠나무뿐 아니라 생김새가 좀 다른 복자기, 복장나무, 신나무가 있다. 이곳에서 이 나무들을 다 만나볼 수 있다. 서로 다른 나무들을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독특한 나무로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이고 수피가 아름다운 노각나무도 많이 자란다. 이 나무는 차나무과로 꽃도 아름답다. 한시적인 개방으로 꽃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황벽나무도 많다. 내피가 노란색으로 이런 이름을 가졌다고 하는 데 육안으로 확인이 안 된다. 누군가가 껍질을 벗긴 자국이 있다. 호기심을 갖는 것도 좋지만 나무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도 필요하다. 그 외, 전나무를 비롯한 분비나무, 편백나무, 화백나무, 향나무, 메타세쿼이아, 낙우송, 다릅나무 외에도 처음 듣는 신기한 나무들도 많이 만났다.


야생화도 다양하다. 이곳은 원예종이 아닌 자연에서 자생하는 식물 위주로 지금은 금낭화가 한창이다. 영롱한 자태와 고운 색에 매료되어 그냥 지나치기가 힘들다. 보랏빛 벌깨덩굴도 꽃이 활짝 폈다. 제비꽃도 여기저기에서 꽃송이를 달고 있고 큰애기나리 꽃도 앙증맞다. 다른 곳에서는 이미 지고 있는 돌단풍 꽃도 여전히 고운 맵시를 뽐내고 있다. 둥굴레도 방울방울 꽃들이 정겹다. 병꽃들도 한철이다.

금낭화
벌깨덩굴
돌단풍
큰애기나리/둥글레

여기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철쭉과 산철쭉이다. 진달래길이 산속으로 나있는 데, 진달래는 이미 다 져버렸고 지금은 철쭉과 산철쭉이 한 데 어우러져 고혹적이다. 우리가 흔하게 보는 꽃은 산철쭉이고 산에서만 볼 수 있는 꽃이 철쭉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다. 그 이유는 철쭉이 공해와 병충해에 약하기 때문이란다. 철쭉은 잎이 둥그렇고 방사형으로 달린다. 마치 연꽃처럼 보이기도 한다. 꽃잎은 연분홍으로 우아하다. 이에 반해 철쭉은 잎이 뾰족하고 꽃빛이 진하다. 철쭉은 잎과 꽃이 동시에 나고 산철쭉은 잎이 먼저 난다. 진달래는 꽃이 먼저 피고 유일하게 독성이 없다.

진달래길
철쭉
산철쭉

아그배나무도 찬란하게 꽃을 피웠다. 아가위나무라고도 불리는 데 이름만큼 꽃도 곱다. 멀리서 보면 솜사탕처럼 보인다. 꽃나무 아래 아이들이 놀고 있는 풍경이 동화 속 세상 같다. 돌아오는 길에 햇빛을 받아 눈부신 붉은 꽃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서양산딸나무다. 초록빛 신록과 어울려 신비롭기까지 하다. 아름다운 풍광을 시리도록 눈에 담았다. 종이공예나 다름없는 신기한 꽃도 만났다. 자주꽃받침이라는 꽃이다. 정말 경이로운 자연이다.

아가위나무 꽃
서양산딸나무
자주 꽃받침

너른 수목원을 다 돌아보지 못했다. 대잔디원과 숙근초원도 있는 데 시간이 부족해서 가지 못했다. 숲해설가 동기들과 함께 관찰하며 보내는 시간은 왜 그렇게 빨리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숲에 올 때마다 자연의 경이 앞에 숙연해진다.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절감한다. 함께하는 동료들이 쉼 없이 공부하고 자연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나도 부지런히 지식을 갈고닦아 많은 이들에게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전하는 숲해설가가 되고 싶다. 관악수목원을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크다.

수목원 입구

#관악수목원 #숲해설가 #나무이야기 #야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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