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차의 깊고 풍부한 맛을 보았다. 아이스 말차는 청량한 여름의 맛이었고 구름말차라테는 단번에 미각을 사로잡는 매혹적인 맛이었다. 풍부한 거품이 주는 부드러움과 녹차 특유의 싱그러움 그리고 중화된 쓴맛이 우유와 어우러져 말차의 깊은 맛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녹차가 이런 맛을 줄 수 있구나 하는 감격을 맛보았다. 같은 재료라도 요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 말차가 바로 그랬다. 제대로 된 절차와 방법으로 맛본 말차는 새롭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아이스 말차와 간식 (양갱 대추야자)
말차에 대하여 알고 있었던 사실은 단순히 녹차를 가루로 내어 물에 타서 마시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실제로 말차 분말을 그냥 물에 타서 먹었다. 녹차보다 진하고 쓴 맛이 났다. 이게 말차의 맛이려니 하고 여겼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즐긴다. 원데이 클래스를 참석하고 비로소 말차의 진면목을 알게 되었다.
독서와 글쓰기 모임의 멤버가 도봉구 창동에 티하우스 다드림을 오픈했다. 그녀가 늘 관심을 가졌고 꾸준히 공부를 해왔던 분야로 용감하게 도전을 한 것이다. 개점 시점에 방문을 했었고 그 소감을 글로 남겼다. 다시 찾은 그곳은 처음과 같은 분위기로 우아했고 차분했다. 찻집에 잘 어울리는 싱그러운 식물들이 여전히 푸르렀고 격조 높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그전에 통유리창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이 나목들만 덩그러니 서있어 쓸쓸했는데 지금은 무성한 여름으로 단장한 신록이 한창이다.
티하우스에 사람들로 붐볐다.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 보여 반가웠다. 즐겁게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수업을 시작했다.
차례라는 단어는 차를 올리는 예식에서 비롯되었다. 차는 우리 역사와 연관이 매우 깊다. 후에는 차가 술로 바뀌었다. 차를 마시는 문화를 우리는 다례라고 하지만 중국은 다예로 본다. 예술의 한 분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다도로 자리 잡았다. 가장 높은 경지에 이른 것이다. 외래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자기 문화로 꽃 피우는 일본의 진취성이 놀랍다.
말차는 시작부터 녹차와 다르다. 녹차는 차나무를 노지에서 재배를 하지만 말차는 차광재배를 한다. 차나무 잎에 햇볕을 차단함으로 힘겨운 환경을 통해 유익한 성분을 더 많이 축적한다. 녹색이 짙어지고 카페인 함량과 데아닌(머리를 맑게 안정시켜 주는 기능) 성분을 높인다. 녹차는 어린잎을 수확해 덖는 과정을 거치지만 말차는 어린 찻잎을 증기로 쪄낸 다음 곱게 갈아서 만든다. 시작과 과정이 녹차와는 많이 다르다.
일본 다도에서는 녹차가 아닌 말차가 중심이다. 그에 반해 우리와 중국은 녹차를 주료 마신다. 말차가 우리에게 생경한 이유다. 근자에는 말차라테를 비롯 녹차 아이스크림으로 말차가 조금은 친숙해졌다.
말차는 녹차를 마시는 것과 비교해서 다구와 절차가 단순하다. 말차를 마시는 데 필요한 도구는 다완과 차시와 차선이 전부다. 다완은 찻잔이고 차시는 말차를 더는 숟가락이며 차선은 거품을 만드는 도구다. 도구를 사용하는 법부터 격식이 있다. 복잡해 보이는 외적인 형식 절차가 오롯이 차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다. 일기일회( 一期一會)는 차와 관련된 것으로 일본 다도에서 오래전부터 쓰인 말이다. 평생에 단 한 번 만남 또는 그 일이 생애 단 한 번 뿐임을 이르는 말로 기회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의미다. 번다한 생각들을 버리고 차를 마시는 그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다.
차선 다완 차시
말차에는 격불(擊拂)이라는 절차가 필요하다. 세게 쳐서 떨쳐낸다는 의미로 차선을 이용하여 풍부한 거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선생님이 격불을 할 때는 거품이 자연스럽게 생겼는데 내가 직접 해보니 쉽지 않았다. 격불로 쓴 맛이 중화되고 부드러운 맛은 배가된다.
격불의 모습
격불은 말차가루를 차시로 적당량을 덜어 차선으로 반복하며 쳐내는 동작을 힘껏 반복해서 치대면 거품이 인다. 차선은 너무 얕아도 안되고 너무 깊어도 안된다. 바닥 바로 위에서 치대야 한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우유거품을 첨가해서 맛을 보니 정말 깊은 맛이 났다. 쓴맛은 전혀 나지 않았다. 원래 말차는 쓴 맛이 강해서 미리 달콤한 다식을 먹고 말차를 마신다. 에스프레소를 마실 때도 달콤한 디저트를 함께 먹는 원리와 같다. 하지만 우유를 품은 말차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말차 클래스를 통해 말차의 세계를 맛보았다. 절차가 까다롭게 느껴지고 배우기 어려운 격식이 차에 집중하게 만드는 필요한 순서임을 알게 되었고 말차의 깊고 풍부한 맛을 알게 되는 귀한 시간이었다. 차를 마시는 모든 과정이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 편안하게 만드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아름다운 공간에서 귀한 체험을 했다. 많은 이들이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