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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Jul 13. 2024

우리 삶의 완벽한 날은 과연 어떤 날일까?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보고

퍼펙트 데이즈! 영화 제목이 도발적이다. 살면서 멋진 날들은 가끔 겠지만 완벽한 날이라고 생각되는 날은 얼마나 될까? 그런데도 영화제목은 완벽한 날들이다. 사전 정보 하나 없이 영화관에 가서야  알게 된  이 영화는 제목을 처음 접하고  반어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포스터에 담긴 분위기는 여유와 만족이었지만..... 개인적인  론은 영화제목 그대로 그의 완벽한 날에 대한 영화였다.


이 영화는 신한퇴직동우회에서 주최하는 행사로 평론가와 함께 하 영화 감상시간이다. 상영관은 광화문에 있는 씨네큐브였다.


영화의 플롯은 정말 단순하다. 도쿄 도심의 화장실을 청소하는 중후반 남성의 하루 일과가 영화 내내 반복다. 평범한 일상이 되풀이되지만  간간이 작은 일들이 벌어져 리듬을 깨트리는 것이 영화에 긴장감을 주는 요소다. 먼저 놀라웠던 것은 영화에 등장하는  화장실이 하나같이 독특하고 아름답기까지 한 점이다. 이 영화의 시작이 도쿄 토일럿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니 화장실 홍보는 제대로 한 셈이다.  


보여주는 일상은 완벽과는 거리가 있다. 더러운 화장실을 매일 같이 청소하는 일은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다. 그가 청소하는 모습이 오히려 완벽에 가깝다. 변기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거울로 비춰가며 닦는 모습은 구도자의 모습처럼 경건하다. 청소에 몰입하는 태도는 숭고한 사명을 수행하는 결기까지 풍긴다.  


영화는 많은 요소를 반복해서 보여준다. 동트기 전 희미한 새벽빛을 배경으로 할머니가 거리를 청소하며 빗질하는 소리가 들리고 이 소리를 통해 주인공이 기상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는 바른생활을 하는 사내로 그만의 루틴이 있다. 깨어 다다미 방의 침구를 정돈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같은 장면을 반복해 보여주지만 묘하게 빠져든다. 작은 화분에 심은 단풍나무 묘목에 물을 주는 것도 중요한 일과다. 그가 들르는 신사에 싹을  틔운 단풍나무를 심어 가꾸는 것이다.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청소복을 차려입고 출구 선반에 가지런히 정돈된 열쇠꾸러미와 동전을 챙기고 문을 나선다.  포인트에서 그는 하늘을 우러르고 미소를 짓는다. 감사와 기쁨이 어린 미소다. 매사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그는 새로운 날을 진심을 담아 맞이한다. 은 매일이지만 그의 아침은 언제나 새롭다.


행복한 이들은 하늘을 자주 올려다본다. 주인공은 늘 하늘을 본다. 출근하는 차 속에서 점심을 먹는 공원의 숲에서 하늘을 우러르고 의식처럼 나뭇잎 사이에 일렁이는 빛을 사진에 담는다. 사진은 인화되고 추려져 소중하게 보관이 된다. 그의 매일의 흔적이 창고에 쌓인다.


영화는 그림자로 모호한 메시지를 전한다. 독서를 하다 잠이 들면 흑백의 이미지가 빠르게 지나간다. 그의 밤은 밝은 낮과 다른 어둠이다. 알 수 없는 메시지는 여러 생각을 불러낸다. 미루어 짐작하건대 그의 지나온 삶에 큰 질곡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은유 같다. 실제로 조카가 찾아오고 누이의 등장을 통해 그가 가족들과 결별했으며 부친과 갈등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요양원에 계신 부친을 한 번이라도 보러 오라는 누이의 청을 단호하게 거절하고 떠나는 누이를 힘껏 안으며 흘리는  눈물이 바로 그것이다.


슬픔의 이면에 기쁨이 있고 어둠의 저편에 빛이 있다. 누구나 밝은 면만 지니고 살 수 없다. 밤과 낮의  대비 저럼 그의 삶에도 어둠과 빛이 교차되지만 그는  의지적으로 생각과 행동을  빛으로 향한다. 힘들고 외롭지만 즐기고 감내하며 소소한 삶의 기쁨을 찾아 누린다. 청소를 끝내고 목욕을 하고, 단골 식당에 찾아가 음식을 즐기고, 잠들기 전 독서에 심취하고, 단골집에서 술 한  잔을 기울이고, 나무를  기르고, 음악을 듣고, 수시로 하늘을 마음에 담는다.


무뚝뚝하지만 이웃에는 늘 마음이 열려있다. 철없는 어린 동료의 장단에 맞춰주고 기꺼이 자신의 돈을 베풀고 자신의 삶의 리듬을 깨뜨리는 조카를 품는다. 화장실의 낙서에도 성실하게 응답하며 보이지 않는 위로를 건넨다. 주변 인물들이 조금씩 모자란 이들이어도 그는 편견 없이 대한다. 기꺼이 베푸는 삶에 평안이 머물고 둥지를 튼다.


이 영화에는 음악과 노래가 절묘하다. 해 뜨는 아침 출근길에 듣는 The House of Rising sun은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주인공은 지난 시대의 유물인 카세트테이프를 듣는다. 올드한 팝송이 주는 성을 눈으로도 보여주는 것이다. 노래의 절정은 Feeling Good이라는 곡으로  Nina Simone 재즈다.

Birds flying high
You know how I feel.
Sun in the sky
You know how I feel.
Breeze drifting on by
You know how I feel.
It's a new dawn.
It's a new day.
It's a new life for me.
And I'm feeling good!


그의 삶의 모토이고 희구하는 노래가 울려 퍼진다.


"새로운 새벽, 새 날, 새로운 삶!

나는 너무 좋다는 외침"


영화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이곡은 그가 울며 웃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보여주며 끝난다.


단조로운 일상이라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와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맛과 깊이가 달라진다.

과거가 어떠하든 지금,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라. 매일 매 순간을  성실과 최선으로 몰입하여 생활하라.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 누리며 현재에 감사하며 의지적으로 기쁘게 살아라. 그러면 너의 삶이 완벽한 나날이 될 것이다. 이것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송경원 영화평론가

이하 글은 씨네 21 편집장 송경원의 영화 평론이다.


우리 삶의 일상은 기억하지 못하는 날들로 이루어졌다.

일반 영화에서 주목하지 않는 일상을 보여주는 영화다.

반복과 변주이 영화의 메시지 전달 방법이다.

영화는 보는 이들에게  자신을 비쳐주는 거울의 역할이다. 남자 주인공 아쿠쇼 코지는 일본의 국민 배우로  이 영화로 76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의 감독은 빔 벤더스 감독으로 뉴저먼시네마 기수다. 여행 로드무비를 주로 찍었고 그의 대표작은 베를린 천사의 시다. 그는 서사가 아닌 이미지의 힘을 보여주는 영화를 추구한다. 인물이 입을 닫으면 대사가 시작된다는 경구처럼 서사가 불분명해서 관객들이 유추하고 상상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더 도쿄 토일럿 프로젝트로부터 시작했다.

화장실을 보여주지만 깨끗함을 홍보하는 것이 아닌 화장실 자체를 보여주는 프로젝트로 출발했다.


루틴과 패턴이 이 영화의 주요 소재다. 주인공은 철저와 완벽을 추구하지만 주변에 열린 시야를 가다.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힘든 일일 수 있다. 사건이 아닌 형식에 초점을 두었고 거리 두기와 여백의 미학을 보여준다. 이런 점들을 화면 시간속도를 통해 추구한다.


미소가 떠나지 않는 주인공의 삶순간에 진심을 다하는 그의 태도를 관객들이 이해하게 된다. 삶의 방향의 90%는 태도에 달려있다. 과거가 아닌 지금에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중요하다.


주인공의 정오의 사진 찍기버리는 것을 보여주는 행위다. 밤의 독서깨달음이 아닌 그저 책에 빠져드는 시간이다.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나머지 모두를 버리는 것이다. 이 영화는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을 벗게 한다. 완벽히 정해져 있기에 완벽히 자유롭다. 다른 한편으로 공포를 품고 있는 남자가 불안을 다독이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햇빛을 어떻게 담는지가 맥락을 끌어간다


콜레쇼프 효과는 쇼트와 쇼트를 병치시키는 편집에 의해 색다른 의미와 정서적인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이론으로 몽타주이론의 기초를 이룬다. 예를 들면 무표정한 남자를 보여주고 음식을 보여주면 배고프다고 유추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영화는 이 기법을 통해 관객들에게 많은 유추를 하게 한다.


이 영화를 보고 내가 왜 그렇게 받아들였나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래서 거울 같은 영화다.


평론을 통해 이 영화에 대한 이해와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전문가의 식견이 주는 깨우침이자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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