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어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그동안 지내오면서 영어에 시간을 많이 들였다. 특히 전화 영어를 꽤 오랫동안 했었다. 언어에 재능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도 여전히 큰 진전은 없다. 아내도 이런 나를 보고 자주 놀린다. "그 정도로 열심히 했으면 외국인과 막힘없이 소통해야 하는 것 아니냐." 아내의 놀림에 마땅히 대답할 말이 없다. 내가 봐도 변화가 별로 없다. 물론 기본적인 소통은 할 수 있지만 어리바리한 수준이니 문제인 것이다.
독서모임에서 원서 읽기를 한다고 해서 과감하게 손을 들었다. 일단 시작하면 얻는 게 있을 것이라는 낙관에서다. 그렇게 시작한 읽기가 오늘로 무려 5권이나 읽었다. 나 자신도 이런 결과가 놀랍다. 쉬운 동화부터 시작을 했다. 문법이나 어휘가 달려 온전한 이해는 어려웠지만 줄거리를 이해하는 정도를 목표로 임했다. 내가 내세울 점 한 가지는 무엇을 하게 되면 꾸준히 그리고 성실하게 해낸다는 것이다. 다섯 권을 읽으면서 도중에 그만두지 않았고 그만 둘 생각도 없었다.
완독해서 받는 자랑스러운 증명서
영어 읽기 원서 모임 이름은 NTB로 Nodding Through Books의 약자다. 책을 읽으며 이해와 공감의 몸짓으로 끄덕거린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리더는 김남주 브런치 작가님으로 현직 초등학교 교사다. 작년 12월 13일 시작을 했고 지금은 5기로 한 달이 조금 더한 기간 동안에 책을 한 권씩 읽은 셈이다. 현 5기의 참여인원은 16명이다.
지금까지 읽은 원서는 다음과 같다.
Christmas Pig, Frindle, 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 When you trap a tiger, Harry Potter and the Chamber of Secrets 이렇게 다섯 권이다. 동화 세 권에 해리포터 시리즈 2권을 읽은 셈이다. 동화책은 단어도 평이했고 매일 읽는 양도 많지 않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해리포터 시리즈는 만만치 않았다. 다양한 단어가 등장하고 읽을 페이지도 많았다.
단체톡방
인증은 필사나 읽는 것을 녹음해서 톡방에 올리는 것이다. 처음에는 발음이 워낙에 한국인다워서 필사를 했다. 그러다 원어민이 읽어주는 대로 따라 읽는 것으로 녹음을 했다. 원어민이 참여 중이어서 무조건 따라 했다. 나의 발음이 남들이 보기에 우습게 들릴 것 같았지만 과감하게 올렸다. 감사하게도 리더가 구수하다는 정치적 멘트로 용기를 주었다. 따라 읽기도 버거웠지만 반복해 보니 조금씩 흐름을 탈 수 있었다. 뭐든지 하기 나름이다. 매일 읽을 분량을 다 녹음할 필요가 없는 데도 훈련차 모두 읽어서 인증을 했다.
그렇게 한 권, 두 권을 읽었다. 이 번에 읽은 해리포터는 이전보다는 수준이 아주 높았다. 이틀마다 최소 20여 쪽을 읽어야 했고 글씨도 아주 작아 힘들었다. 더구나 원어민 읽기는 속도가 너무 빨라 따라 읽기가 어려웠다. 포기를 할까 하다가 따라 할 만큼 해보자는 마음으로 놓친 부분은 건너뛰는 식으로 따라 읽었다. 먼저 읽어보고 내용을 대충 파악을 한 후 따라 읽기를 했다. 그런 후에 녹음을 했다. 두 번을 자연스럽게 읽었다 읽으면 30분 내지 40분이 훌쩍 지나갔다. 원어민이 읽는 속도인데도 이처럼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집중해서 읽고 나면 머리가 어지럽기도 했다.
혼자 읽는다면 절대 읽지 못할 것이다. 리더는 매일 공지를 하고 단어장을 올리고 원어민 읽기 녹음 파일을 게시했다. 매일 진도를 체크해 주었고 계속 읽도록 격려를 했다. 아무리 본인이 좋다고 해도 우리 리더처럼 열심과 진심으로 원서 읽기를 지도해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귀한 인연을 만난 것이다. 현직 교사로 가정주부로 바쁜 일과 중에 새벽시간을 쪼개어 원서 읽기 모임을 이끄는 중이다. 매일 읽을 분량을 짧은 문장으로 요약해서 알려주고 퀴즈도 매일 낸다. 퀴즈를 풀면서 얼마나 이해했는지 점검할 수 있어서 퀴즈도 빼먹지 않고 풀었다. 100점 맞는 일도 많았지만 형편없는 점수를 맞을 때도 있었다.
단어장을 꼼꼼히 숙지하고 읽어보면 유익할 터인데 뒷부분에 가서는 읽기가 버거워 원어민 읽기도 따라 하지 못하고 그냥 읽는 것으로 대체를 했다. 이번 비밀의 방은 어렵게 읽었지만 읽으면서 큰 감동을 맛봤다. 볼드모트의 존재가 톰리들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고 해리가 덤블도어 교수의 불사조와 학생들을 분류하는 모자의 도움으로 볼드모트를 물리치는 장면은 극적이었고 흥미진진했다. 원서 읽기를 통해 이런 감흥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매우 감격스럽다.
중간에 쉬운 책을 읽고 다시 해리포터 시리즈를 계속 읽을 계획이다. 더디고 느리지만 조금씩 진전이 있음을 본다. 좋은 기회를 주시고 이끌어 주신 김남주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영어원서를 읽고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