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먼 미국으로 여행이다. 영화에서는 너무도 친숙한 나라지만 현실에서는 손이 닿지 않았던 미지의 땅이다. 큰누이가 미국에 거주한 지 30년이 지났다. 그간 그곳에 간다 간다 하면서 마음만 앞설 뿐 여의치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세 누이들과 아내와 함께 결단을 내리고 실행에 옮겼다.칠순을 맞은 누이가 있었고 시월이 미국 여행 비수기로 비행기 삯이 저렴해졌기 때문이다.3주간의 긴 일정이다.
비행기를 예약한 뒤, 여러 사정들로 도중에 무산될 위기가 있었다.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일은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이럴 때 단순한 것이 좋다. 하나에 마음을 집중해야 한다. 처음 지녔던 마음을 따라가야 한다. 이왕 마음먹은 김에 다녀오자고 내가 밀어붙였다. 기회는 떠나가면 그만이다. 특히 먼 나라로 떠나는 여행은 더 그렇다.어려운 기회일수록 꼭 붙잡아야 한다는 게 지금을 살아가며 체득한 지혜다. 그래야 후회하지 않는다.
사전 준비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ESTA비자를 신청해야 했고 운전 면허증도 국제운전면허로 바꿔야 했다. 누이들이 나이가 많은 관계로 내가 맡아야 했다. 3주간의 일정으로 여름 가을 옷을 준비해야 하여서 꽤 짐이 많았다. 미리미리 준비해야 했는데 미루다 보니 출발한 날까지 짐을 쌌다. 전에 외국 여행 때와 달리 마음이 들뜨지 않았다.
여행일정을 큰누이에게 일임했다. 현지인이기에 정보도 지식도 충분하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거주해서 누이 집을 중심으로 여행을 하기로 했다. 세상일은 언제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누이도 처음 경험한 일들이 많아 나중에 꽤 비싼 비용을 치러야 했다.
아시아나 직항을 탔다. 지방에 거주하는 누이들은 인천공항으로 직접 왔다. 오후 8시 40분 비행기여서 나는 세 시쯤 집을 나섰다. 온라인으로 미리 탑승 수속을 마쳐서 짐만 부치면 되었는데 절차가 매끄럽지 않았다. 컨베이어 벨트가 고장이 나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세계 최고의 공항이라는 이미지가 무색했다. 비행기에 오르니 비수기여서 좌석에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빈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10시간의 비행이 시작되었다. 많은 이들이 장거리 비행을 힘들어하지만 내겐 즐거운 시간이다. 좋아하는 영화를 실컷 볼 수 있고 특별한 기내식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 불안정으로 동체가 많이 흔들렸지만 못 봤던 최신 영화를 두 편이나 보고 졸다가 기내식을 두 번 먹고 나니 미국에 도착했다. 10시간을 꼬박 한 자리에서 붙박이로 보냈다. 순식간에 지나버린 시간이 아쉬울 지경이었다. 아무리 봐도 나는 여행체질인 것 같다.
기내식
출입국 심사가 다소 긴장이 되었다. 일행 중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나였기 때문이다. 일행을 인솔하고 출입국 심사대에 섰다. 여행 목적과 체류기간 그리고 묵을 주소와 예상 비용을 물었다. 비교적 매끄럽게 답을 했고 사천 달러 정도 현찰을 가져왔다고 하니 돈에 대해 질문을 했는데 이해가 되지 않았다. 버벅대긴 했지만 잘 넘어갔다.
짐을 찾고 나간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생각보다 소박했다. 마침내 미국에 도착했다. 마중 나온 누이를 만나 누이 집으로 출발했다. 구름이 다소 끼어 흐리면서도 푸른빛도 어린 샌프란시스코의 하늘이 친숙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산과 구릉은 확실히 낯설다. 미국여행이 시작되었다.태평양의 푸른 바다와 눈부신 대교가 눈에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