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로 여행을 하기로 했지만 일행이 6명이어서 누나네 승용차를 이용할 수 없었다. 누나는 통도 크게 여행기간 전기간 3주 내내 7인승 SUV로 렌털을 해버렸다. 누나들에 비해 어린 축에 속하는 나와 여동생이 주로 운전을 할 요량으로 국제운전면허증을 미리 발급받았다. 그런데 어이가 없게도 나와 여동생은 국제면허증을 한국에 두고 와버렸다.
누나네 집에 도착해서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부랴부랴 국제특급우편으로 발송받기로 했지만 5일은 족히 걸린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큰 누나와 올해 70인 둘째 누이가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아내와 누이들에게 엄청 눈총세례를 받아야 했다.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미국 여행에나섰다. 밤잠을 설치는 바람에 늦게 일어났고 아침을 준비해서 먹고 나니 오전 시간이 금방 가버렸다. 짜인 일정이 없는 자유 여행으로 느긋한 까닭이다.
11시가 지나서 나가는 길에 렌터카 회사에 들렀다. 대여기간도 줄이고 추가운전자 보험을 들기 위해서다. 렌트 기간은 단축해도 환불은 불가했다. 더 기가 막힌 일은 추가운전자보험은하루를 운전하더라도 무조건 렌트한 3주를 들어야만 했다.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그 와중에 큰누이의 지갑이 보이지 않았다. 추가요금을 내야 하는데 현금도 안되고 반드시 본인명의 카드만 된다고 했다. 갈수록 태산이었다. 다행히 기존에 등록된 카드로 겨우 처리를 하고 지갑은 집에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첫 장소는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 사이에 있는 작은 섬인 트레져 아일랜드다. Bay Bridge를 건너와 섬에서 바라본 대교가 장관이다.근처 레스토랑에서 파티를 여는 사람들의 밝은 모습이 전형적인 미국의 풍경같 다. 옛이야기를 한 아름 담고 있는 듯한 마당의 큰 닻이 인상적이다. 바닷가에는 군함이 떠 있고 멀리 금문교도 보인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이 평화롭다. 도심에는 야자수가 가로수로 많이 심어졌다. 우람한 야자수가 늘어져 있는 풍경은 언제나 봐도 남국의 향기를 풍긴다. 바닷빛을 닮은 꽃이 눈길을 끈다. California blue blossom이다. 아이리스도 곱다.
Bay Bridge
금문교
Calfornia blue blossom
,아이리스
너른 미국 땅에 비해 샌프란시스코 도심도로는 좁았다. 도심거리는 차분했고 특이한 디자인의 건물들이 가끔 보였다.다음 장소로 Peer 39을 찾아갔는데 주차장을 못 찾아 한참을 돌아야했다. 39는 부두 번호로 바다사자를 볼 수 있고 악명 높은 알카트라즈 감옥이 있는 유명한 곳이다. 부둣가에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한산한 주택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이니 기분이 묘했다. 갑자기 제트기 굉음이 귀를 놀라게 했다. 에어쇼가 열리는 중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이유였다. 여객기도 심심찮게 날아서 눈 요깃거리였다.
바다에 떠 있는 알카트라즈 감옥은 작은 섬으로 주변에는 상어가 서식하고 조류가 거세 탈출이 불가능한 감옥으로 'The Rock'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는 다섯 번의 탈옥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폐쇄되어 관광지가 되었다. 멀리 보기에는 단순한 성으로 악명 높은 감옥 같아 보이지 않았다. 멀리서 눈으로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알카트라즈
부두구경을 하면서 바다사자를 보러 갔다. 길거리에는 스파이더맨 복장을 한 버스킹이 한창이었다. 유머 스러 한 몸짓에 행인들이 발길을 멈춘다. 아쉽게도 바다사자는 한 마리만 보였고 두세 마리가 물속에서 잠깐씩 나타났다. 많을 때는 수 십 마리가 모여있다고 한다. 바다사자는 사람들을 개의치 않고 느긋하게 퍼질러 있다.굉장히 클 줄 알았는데 막상 보니 달랐다.
바다사자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파 크램차우더를 먹으러 갔다. 꼭 먹어야 할 음식이라고 해서 큰 기대를 가졌다. 크램차우더는 조개를 넣은 걸쭉한 수프로 바케트처럼 겉이 딱딱한 둥근 빵에 담겨 나왔다. 수프 맛이 고소하고 전복의 식감이 좋았지만 놀랄 정도는 아니었다. 빵도 다 먹지 못하고 남겼다. 한 번쯤 먹어볼 맛으로 가격은 나쁘지 않았는데 계산서에 세금과 팁이 합쳐서 무려 30%추가되어 깜짝 놀랐다. 물가도 비싼 데다 부가비용이 많이 들어 외식하기가 겁난다고 한다.
배보다 배꼽이 큰 식사를 마치고 샌프란시스코 도심을 조망할 수 있는 Twin Peak에 올랐다. 언덕이 많은 도시라 구릉을 꽤 많이 올라야 했다. 주택들의 양식이 꽤 오래되어 보이는 구시가지를 지나왔다.
정상까지는 차가 오르지 못해 걸어가야 했다. 막상 전망대에 올라보니 반대편에서는 차로 꼭대기까지 올라오고 있었다. 합리적이라는 미국 땅에서 비합리적이라는 단어가 자꾸 맴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샌프란시스코는 아주 볼만했다. 사방으로 펼쳐진 도시는 아름다웠다. 멀리 바다를 배경으로 유명한 금문교가 보였다. 마천루 빌딩들도 모여있고 숲사이로 흰 건물들이 조화로운 풍경이 깨끗한 인상을 주었다. 멀리 산자락에 구름이 머문 풍경도 매혹적이다.
경사가 심하고 높은 고지인데도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로 오르는 이들이 많았다. 특히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데도 젊은이들도 힘든 길을 거침없이 오르는 것이 감탄스러웠다.
도심전체를 눈에 담고 다음은 금문교로 향했다. 샌프란시스코의 대표적인 시그니쳐는 과연 어떨지 가슴이 설렌다. 눈에는 새로움과 설렘이 마음에는 답답함이 교차하는 시간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