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샌프란시스코의 랜드마크는금문교다. 수없이 많은 사진과 영화를 통해 보았던 금문교를 마침내 눈으로 직접 보았다.참으로 감동적인 순간이다. 멀리서 봤을 때는 평범한 다리 같았지만 가까이 와서 보니 사람들이 금문교를 찾는 이유가 분명해졌다. 석양빛을 배경으로 우뚝 서있는 주홍빛의 다리는 확실히 매혹적이다. 지은 지 90여 년이 지났지만 모던한 디자인과 색상은 전혀 오래되어 보이지 않는다.
샌프란시스코만의 옛 이름에서 유래된 금문교는 세계최초의 현수교다. 다리는 2,800미터의 길이로 4년 기간에 걸쳐 1937년 조셉. B. 슈트라우스에 의해 건설되었다. 당시 실현불가능하다는 반대 여론이 심했음에도 끈질긴 설득을 통해 완공했다. 금문교는 미국토목학회가 선정한 현대토목건축물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다. 그만큼 고난도의 건축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금문교 주변은 관광명소답게 주변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주차시설과 편의시설이 구비되었고 주변 정돈도 깔끔하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주차공간도 넉넉했다. 관광객이 많이 몰리면 부족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차와 관람은 무료였다. 관광객들이 상당했지만 많이 붐비지는 않았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뷰포인트를 찾아 뛰어갔다. 전망이 좋은 자리에는 먼저 온 사람들의 차지다. 다리를 지탱하는 두 탑이 당당하다. 탑의 높이는 227미터로 건설 당시에는 가장 큰 현수교였다고 한다. 다리를 연결하고 있는 케이블은 직경이 90 센티로 2만 7,572개의 가는 케이블을 꼬아서 만든 것이다. 부드러운 케이블 곡선이 다리의 아취를 더한다. 너도 나도 기념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이곳 사람들에게 배려는 기본이다. 방해가 되면 언제든 미소로 상황을 부드럽게 만든다. 인상을 짓거나 큰소리가 나올 틈이 없다. 나도 덩달아서 현지인인양 자연스럽게 미소를 장착한다.
장미꽃 빛깔을 품은 구름이 은은한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하늘을 장식하고 있다. 그 화폭에 선명한 붉은 대교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다리 아래에는 하늘빛을 머금은 잔잔한 바다가 있다. 그 위를 하얀 요트가 미끄러지듯 지나간다.
자리를 옮겨가며 금문교의 다양한 면모를 만난다. 우뚝 솟은 주홍탑은 한결같지만 주변풍경이 달라지면 느낌이 달라진다. 푸른 잎을 지닌 나무들이 더해지면 새로운 그림이 된다. 커다란 붉은 꽃나무도 다리와 잘 어울린다. 여러모로 아름다운 다리다. 교각 전체를 사진에 담아내면 또 다른 분위기다.
점점 밤그림자가 짙어지고 노을은 한층 더 붉어진다. 다리의 기다란 가로등도 운치가 있다.
다리 건너편 너른 바다에는 노을이 춤춘다. 구름이 빚어내는 변화가 시시각각 다른 풍경을 빚어낸다. 검은 섬은 수묵화처럼 고요하다. 그 위를 새들이 우아한 날갯짓으로 유영한다. 여기서 새들은 그야말로 자유다. 아무런 근심이 없는 몸짓으로 비행을 즐긴다. 무리 지어 나르는 모습도 각각이다. 무질서하게 날거나 각을 지어 날아간다. 금문교에는 새들도 넘쳐난다. 떼를 지어 나는 새들을 구경하는 것도 금문교를 찾는 즐거움이다.
황혼이 물드는 바다에 돛단배가 유유자적하다. 이 바다에는 여유와 평안이 피어난다. 바라보는 이들에게도 똑같은 심정이 전해진다.
언덕 위에 소나무 한 그루가 서있다. 바다를 지키는 파수꾼인 양 위엄이 서렸다. 금문교에 가로등이 깨어난다. 자동차의 환한 불빛이 명랑하다. 짙은 밤이 오면 불야성을 이룰 금문교의 모습이 그려진다.
금문교의 매력을 마음껏 누렸다. 이름만큼 감흥이 컸다. 노을이 더해져서 더 깊은 맛을 느꼈다. 샌프란시스코는 금문교로 인해 빛나는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