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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Oct 17. 2024

누이들과 미국 여행기 6  

큰조카네 방문

미국 큰누이는 딸 둘에 아들 하나를 뒀다. 장성한 자녀들은 모두 출가했다. 아들 내외는 한국에 거주하고 두 딸은 미국에 산다. 관광도 하고 큰 조카네 가족도 볼 겸 Rancho Cordova를 방문했다.


조카가족은 오래전에 한국에서 만난 적이 있다. 조카나 조카사위 모두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이민을 왔기 때문에 한국어 소통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외동이 조카 손자도 마찬가지다.


세 시간을 차로 달려 조카 집에 도착했다. 동네 첫인상 깨끗하고 안전해 보였다. 이곳도 누님동네처럼 저녁 산책을 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은 2층 단독 주택으로 비슷한 규모의 집들이 여 있는 조용한 주택가다. 우리로 치면 신도시 같은 분위기.

조카네 동네

원래 계획은 오전에 출발하여 점심을 같이 먹을 계획이었는데 잃어버린 큰누나의 지갑을 찾느라 시간이 미뤄졌다.


처음에 지갑이 집에 있을 줄 알았다.  아내를 비롯해서 오 남매가 총동원되어 지갑 찾기에 다. 가방은 물론 서랍, 냉장고, 옷가지, 이불장, 침대 밑, 소파 밑 집안에 지갑이 있을만한 모든 구석구석을 이 잡듯이 뒤졌다. 두 번이나 보고 또 아봤지만 지갑은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마지막 카드 사용처를 홱인하기로 하고 점심시간을 훌쩍 지나서 집을 나서게 된 것이다.

조카집

십여 년이 지난 만남이지만 거리감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가족으로 연결된 끈은 그만큼 강력다. 조카사위는 나무랄 데 없는 성품을 지녔다. 늘 미소를 잃지 않고 친절하고 부드러움이 몸에 배어있다. 어린아이 때 봤던 조카 손자도 대학생이 되어서 낯을 가릴 수 있을 텐데, 아주 살갑게 이모할머니 할아버지를 대했다. 좋은 부모의 훈육을 잘 받은 까닭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모두가 편안해했고 친밀감이 배어 나왔다.


조카사위는 바다낚시가 취미다. 고기를 낚는 솜씨도 좋다. 그래서 집에 잡아놓은 물고기가 많을 것 같았다. 생선회를 실컷 먹고 싶다고 미리 언질을 해두었다.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춰 도착을 해서 려놓은 식탁에 앉았다. 우리가 늦게 도착하는 탓에 점심에 저녁메뉴가 더해져 요리가 다로웠다.

생선회 세 가지에 매운탕에 베트남식 Shaken Beef까지 다양한 요리다. 이 모든 것 조카사위가 직접 요리했다. 회는 식감이 다소 물렀지만 아삭한 로메인 상추와  잘 어울렸고 매운탕은 칼칼하고 시원했다. 가장 압권은 Shaken Beef로 고기를 싫어하는 작은 누이조차 입맛에 맞을 만큼 훌륭했다. 큐브 모양의 소고기는 아주 부드러웠고 채 썬 양파는 달콤했다. 잘 구운 아스파라거스를 곁들이니 금상첨화였다.


사랑과 정성이 뿍 담긴 데다 맛도 뛰어난 식사에 모두가 감동이었고 조카사위에 대한 찬이 끊이질 않았다. 뒷정리와 설거지까지 조카사위가 뚝딱 해치웠다. 모두가 과식한 야간 산책을 나섰다.

역시나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밤 산책은 미국에서는 드문 일인 듯하다. 사이프러스가 어슴푸레한 달빛이 비치는 밤풍경이 동화 속 한 장면 같다. 누나네 동네보다는 좀 더 밝았고 핼로윈 장식이 이 보였다. 


마을을 돌며 집집마다 설치한 핼로윈 장식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달포나 남았음에도 명절 분위기가 물씬 나는 것이 미국인들에게 큰 행사인 듯했다. 집집마다 장식의 핵심은 오싹함이다. 호박 귀신을 필두로 해골이나 유령이 단골로 등장했다. 무덤도 보이고 나무에 걸린 유령은 아주 그럴싸했다.

집으로 돌아와 조카네와 수다를 떨다 먼저 잠자리에 들었다. 조카부부와 아이는 늦은 시각까지 남아 다정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한눈에 보기에도 잉꼬부부인 데다 아들과도 친구같이 지내는 모습에  더할 나위 없이 보기가 좋고 아주 흐뭇했다. 세심하고 정성이 가득한 대접에 넉넉한 하루가 간다.


#미국여행 #RanchoCordova #조카 #방문  #샐로윈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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