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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Oct 18. 2024

누이들과 미국 여행기 7 - Lake Tahoe

청람빛 타호 호수를 찾아서

Lake Tahoe를 찾아간다. Tahoe 호수는 미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호수로 해발 1,897m 높이에 있다. 남북으로 35㎞, 동서로 19㎞인 이 호수의 면적은 490㎢로 서울 면적의 80% 정도의 큰 호수다. 최대 수심은 501m다. 맑은 물을 가진 호수로도 손에 꼽힌다고 한다. Tahoe는 인디언 말로 큰 물이라는 뜻을 지녔다.


조카 집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 홀로 산책에 나섰다. 부지런한 미국인들을 만나 반가운 눈인사를 나눈다. 언제나 마주치면 환한 미소를 건네는 사람들의 문화는 꼭 닮고 싶은 삶의 방식이다.


산책로에서 깜찍한 토끼를 만났다. 귀가 쫑긋하고 몸체는 자그마한 데 몸길이는 좀 길어서 만화의 캐릭터와 꼭 닮았다. 애완 토끼가 집을 나온 줄 알았는데 야생토끼라고 한다. 털이 뽀송한 것이 cotton tail rabbit이라는 이름이 꼭 어울린다. 핸드폰을 들고 나오지 않아 사진에 담지 못했다. 어디서나 야생이 살아 숨 쉬는 환경이 참 부럽다.

저녁도 거하게 먹었는데 아침식사도 그에 못지않았다. 관자, 홍합, 새우, 오징어 그리고 여러 가지 조개를 넣은 해물요리는 아주 고급지고 훌륭했다. 늦게 잤음에도 새벽에 일어 조카사위가 마련한 아침이었다. 세심한 배려가 담긴 섬김에 다시 감격하는 시간이다. 조카네와 작별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차에 올랐다.

아침요리

타호 호수는 Hayward 시에서 차로 4~5시간 걸리는 곳이다. 아침 식사 후에 호수로 출발했다.


가는 동안 미국의 거대한 소나무 숲이 도열해 있는 울창한 길이 계속 이어진다. 미국은 큰 나라로 뭐든지 크다. 소나무도 마찬가지다. 높이는 물론 굵기도 대단하고 솔방울은 그야말로 왕방울이다.

캘리포니아산불 소식을 심심찮게 들는데 실제로 현지에 와서 보니 불탄 소나무들이 고사한 면적이 상당하다. 불난 대부분 이유가 건조한 기후 탓에 자연적인 발화로 일어난 산불이라니 이 점도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이라는 것이 어쩐지 씁쓸하다.


호수에 다다라 중간에 잠깐 차를 멈췄다. 소나무 바다 너머로 멀리 타호 호수가 보석처럼 박혀 있다. 유난히 짙푸른 청람빛이 매혹적이다.

도착한 곳에는 현지인들과 외지인들이 많이 눈에 띈다. 그만큼 인기 있는 장소라는 증거다. 호수 주위에는 담장이 둘러져 출입구를 찾아야 했다. 오후에는 돈을 내야 입장할 수 있는 곳이다.  


시에라네바다 산맥이 둘러싸고 있는 호수는 짙푸르다. 수심이 깊으니 물빛도 깊은 것이다. 수를 러싼 들은 하얀빛을 머금마치 눈이 쌓인 듯 보인다. 이곳에는 스키장이 있어 겨울철이 되면 많은 이들이 찾는다고 한다.

고도가 높아서인지 바람도 차다. 모두 두꺼운 옷을 껴입었다. 수온이 차가운데도 이곳 사람들은 개의치 않고 수영을 즐긴다. 수영복 차림과 두꺼운 옷을 입고 있는 이들의 대비가 묘하다. 아이들도 신나게 논다. 개도 사람처럼  물속을 첨벙첨벙 뛰어다닌다. 패들보트가 물 위를 노닌다. 윈드서핑을 즐기는 이도 있다. 미국인들에게는 명소로 각광받는 장소 같다.

주위에 돌아볼 곳이 많았음에도 한 곳에만 머물러 시간을 보냈다. 미리 알아보고 가야 했는데 사전 준비가 부족했다. 그래도 준비해 온 점심을 까먹고 늘어지게 낮잠도 즐겼다. 맑고 푸른 호수를 눈에 시리도록 담았다. 찾아온 보람은 충분하다.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서울에서 전주까지 거리를 가야 한다. 미국은 정말 넓은 곳이다. 돌아가는 길 노을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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